◀앵커▶
가을에 싹을 틔워 겨울을 나는 마늘 재배 농민들의 속이 타들어 가고 있습니다.
겨울을 나려면 지금 이 시기에 충분한 수분 공급이 필요한데 10월부터 대구와 경북에는 비다운 비가 거의 내리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취재기자와 함께 자세한 소식 알아봅니다.
서성원 기자, 마늘 하면 의성과 영천이 떠오르는데 두 지역의 차이가 있나요?
◀기자▶
재배 면적으로만 보면 의성군이 1,340헥타르로 경북에서 가장 넓고, 다음이 영천인데 1,222헥타르 정도입니다.
그런데, 두 지역에서 키우는 마늘 종류가 다릅니다.
의성에서는 이른 봄에 싹을 틔우는 한지형 마늘을 많이 재배하고 있고요.
영천에서는 가을에 싹을 틔워서 겨울을 나는 난지형 마늘을 많이 재배합니다.
저희가 영천 신녕면의 한 들녘을 찾았는데요.
마늘밭의 흙이 말라서 만지면 먼지가 쉽게 날 정도였고요.
잎이 누렇게 말라가고 있는 곳도 있었습니다.
10월 영천에 비가 내린 날은 3일과 4일, 9일, 30일 이렇게 나흘에 불과했습니다.
내린 비를 다 합해도 22.9mm에 불과했고, 11월에는 한 방울의 비조차 구경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마늘 생산자협회 영천 신녕면회 임병일 회장의 말 들어보시죠.
◀임병일 마늘생산자협회 영천 신녕면회 회장▶
"동계작물이어서 충분한 수분이 공급되지 않으면 뿌리가 얼어서 내년 봄에 전부 다 고사, 죽어버리는 현상이 빚어지기 때문에 겨울 대비해서 충분한 수분과 비가 오지 않으면 큰 문제가 생기게 됩니다."
◀앵커▶
주변에서 물을 끌어올 방법은 없나요?
◀기자▶
봄 농사 때 써야 해서 인근 저수지의 물을 지금 끌어다 쓸 수는 없고요.
그래서 급한 대로 지하수를 끌어올려 마늘밭에 뿌리는 작업이 들녘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고 더 추워지면 물을 줄 수조차 없는 만큼 가능한 모든 장비를 동원해 물을 주고 있었습니다.
농민들은 지금은 힘들더라도 이렇게 넘어가면 되지만 내년 봄이 벌써 걱정이라고 했습니다.
◀앵커▶
농민들이 걱정하는 이유가 있나요?
◀기자▶
저희가 영천시 신녕면 신덕2리 이장의 안내를 받아 이 마을 주민들이 농업용수로 쓰는 하마지라고 하는 저수지를 가봤습니다.
그런데 저수지의 절반 이상이 물이 없고 수풀만 잔뜩 우거져 있었습니다.
저수율을 확인해보니 11월 9일 기준 29.4%였습니다.
평년 저수율이 77.4%인데 평년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이 지역 농민들은 봄이 오기 전 준설이라도 해서 물을 더 채울 수 있도록 만이라도 해 달라고 농어촌공사에 건의해놨다고 했습니다.
농어촌공사에 물어보니 국비 사업으로 신청은 해놨지만 확정 여부는 2023년 봄은 되어야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했습니다.
영천시 신녕면 신덕2리 이정호 이장의 말 들어보시겠습니다.
◀이정호 영천시 신녕면 신덕2리 이장▶
"물이 안 많습니다. 저수율이 30% 정도입니다. 내년 봄에 한 번 마늘에 물 대면은 거의 모내기는 못 한다고 봐야 해요. 비가 안 오면…"
영천시도 농업용수 부족이 반복되는 지역을 중심으로 어떤 대책 세워야 할지 고심하고 있었습니다.
영천시 농업기술센터 전병삼 소득작목담당의 말 들어보시죠.
◀전병삼 영천시농업기술센터 소득작목 담당▶
"유관기관과 협조 체계를 유지해서 면밀히 예찰을 하면서 사전에 관계 시설을 점검해서 농업용수 확보 대책을 마련하도록 철저히 준비하겠습니다."
이번 주말 우리 지역에도 비가 내린다는 예보가 나와 있는데요.
농민들의 걱정을 좀 덜어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