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대구의 한 사회복지법인 산하 정신 재활시설이 환경이 열악해 시설 생활인이 불편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곳곳에 누수로 곰팡이가 폈고, 심한 악취로 고통받고 있는데요.
그런데, 시설 직원들이 직접 나서 시설 개선을 위해 정부 사업을 신청해 선정까지 됐는데, 정작 사회복지법인 대표 이사가 예산을 반납하라는 이해하기 어려운 지시가 있었는데요.
이 시설장은 법인 대표 이사로부터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고 폭로했습니다.
변예주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복도 바닥은 새카만 곰팡이로 뒤덮였습니다.
들뜬 장판을 들추자, 곰팡이가 핀 바닥이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샤워실 천장에도, 방 안 옷장 위에도 곰팡이가 가득합니다.
정신질환자의 사회적 자립을 돕는 대구의 한 정신 재활시설입니다.
열악한 환경 속에 30여 명이 살고 있고, 직원 10여 명이 이들을 돌보고 있습니다.
◀시설 관계자▶
"방에도 물이 새다 보니 옷이나 이런 것들이 젖으실까 봐···. 사실 거기가 이분들은 생활하시는 집인데···"
환경이 갈수록 열악해지자 시설장은 화장실 누수 공사와 리모델링 등을 할 수 있도록 정부 사업에 신청했고, 정부로부터 사업비 6천9백만 원을 따냈습니다.
그런데, 환경을 개선해야 할 사회복지법인 대표이사는 사업비를 반납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재개발 사업으로 2025년 상반기 시설을 옮길 예정이고, 금액 대비 효율성이 낮다는 게
사업비 반납의 이유였습니다.
결국 시설 직원들이 자체 운영비로 급한 대로 누수 공사를 했고, 장판과 벽지도 바꾸기로 했습니다.
시설장은 생활인과 직원들의 열악한 환경을 개선하지 않으려는 법인 대표 이사의 행동이 직장 내 괴롭힘의 연장선이라고 주장했습니다.
2024년 3월 26일에는 시설 내 회의 도중 시설장에게 '왜 웃었냐'며 경위서를 쓰라고도 했고 이후에도 고성이 이어졌다고 말합니다.
◀시설장▶
"제가 '예'를 하지 않는 순간 소리가 높아지고…. '당신 뭡니까' 이런 것들 '내가 누구냐 내가 여기 이사장이다.'"
직원과 생활인들에게도 고성은 끊이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시설장▶
"(생활인들이) 마녀라고 지칭을 하더라고요. 무서워요···. 어떻게 저렇게 소리를 직원한테도 지르고 회원(생활인)한테도 지르지. 어떻게 저럴 수가 있지."
시설장은 결국 5년간 일했던 곳을 떠나기로 했습니다.
대표 이사는 최근 시설장의 직장 내 괴롭힘 신고로 노동청으로부터 과태료 650만 원과 개선 지도를 받았습니다.
법인 대표 이사는 취재진에게는 "드릴 말씀이 없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철회를 지시한 사업은 국고를 함부로 쓰지 않게 하려고 한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또, 이런 행동이 갑질, 괴롭힘과 연결될 수도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자립을 위해 치유하고 있던 환자들과 이들을 위해 일하는 직원들은 지금도 불안에 떨고 있습니다.
MBC뉴스 변예주입니다. (영상취재 장우현, 영상편집 김경완, 그래픽 한민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