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비가 잠시 그치면서 경북 예천 산사태 피해지역에서는 복구 작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됐습니다.
하지만 마을 전체가 바위와 진흙으로 뒤덮인 데다, 덥고 습한 날씨까지 더해져 복구는 더디기만 한데요.
주민들은 언제쯤 집에 돌아갈 수 있을지 막막하기만 합니다.
김경철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산사태가 마을을 덮친 지 엿새째.
비가 그친 틈을 타, 예천 벌방마을 주민들은 서둘러 복구 작업에 나섰습니다.
마당에 쌓인 진흙을 삽으로 연신 퍼내고, 나뒹구는 가재도구를 하나하나 주워 담습니다.
◀유재련 예천군 벌방리▶
"정리는 돼 가는데 아직까지 멀었어요. 일을 하려니까 두서도 없고, 막막합니다. 담담한 표정과 달리 이웃을 잃은 비통함은 아직도 그대롭니다"
◀유시용 예천군 벌방리▶
"마을 분들이 몇 분 돌아가시고, 실종되시고, 또 죽음의 위험으로부터 트라우마를 겪는 분이 많으신 것 같아요."
지붕이 종잇장처럼 구겨지고, 누런 토사가 집 안으로 밀고 들어와 발목까지 쌓였습니다.
해병대원 여러 명이 투입돼 퍼내고 또 퍼내도 끝이 없습니다.
◀현장음▶
"어르신 오늘 많이 못 했지만···"
"고마웠어요"
◀최병두 예천군 벌방리▶
"혼자 여기 치우다 보니까, (해병대원들이) 치워준다 그러더라고.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집이 완전히 부서져 복구할 집조차 없는 주민.
하지만 지금은 집보다 실종된 아내를 찾는 게 우선입니다.
◀이재범 실종자 가족▶
"저는 집이 없어요, 다 떠내려가서. 다 잃었어요, 집사람도 잃고. 그나저나 찾아야 하는데 지금 찾지도 못하고 와이프···"
주민들은 삶의 터전이 한순간 폐허로 변해버린 현실이 아직도 믿기지 않습니다.
◀김장영 피해 주민 가족▶
"어머님 처음 만났을 때 우시더라고요. 상상할 수 없는 일이 벌어져서 먹먹해요, 여기 오면."
이재민 임시 거주 시설이 차려진 예천군 문화체육센터.
"이재민 47명은 아직도 엿새째 집에 돌아가지 못한 채 이곳에서 기약 없는 피난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60년 넘게 살았던 집이 삽시간에 빗물로 가득 차면서 건진 건 약봉지와 옷가지 몇 벌뿐.
멀리 떨어져 사는 자식들은 걱정스러운 마음에 하루에도 몇 번씩 전화로 안부를 묻습니다.
◀황기순 예천군 천향2리▶
"약과 입는 옷만 대부분 가져왔지, 다른 건 못 가져오고. 침수가 돼서 집이 무너질까 겁도 나고, 아직도 나는 (집에) 못 가게 해요"
끼니때마다 도시락이 지원되지만, 아픈 어머니는 이마저도 잘 먹지 못합니다.
◀김태선, 김미경 예천군 천향2리▶
"엄마는 대장암이니까 죽을 먹어야 해요. 근데 여기는 죽이 안 되니까. 밥을 한 숟가락 말아먹는데도 거의 다 못 먹어요."
경북에서 아직도 집에 돌아가지 못한 주민은 1,200여 명, 부서진 집은 300채 가까이 됩니다.
주말부터 또다시 많은 양의 비가 온다는 소식에, 무너진 일상이 언제쯤 다시 복구될지 막막하기만 합니다.
MBC 뉴스 김경철입니다. (영상취재 임유주, 박재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