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가 동대구역 광장을 박정희 광장으로 부르기로 한 것과 박정희 동상 설치를 추진하는 것과 관련해 시민사회의 움직임과 정치권에서의 논쟁이 확산하고 있습니다.
시민·사회 단체, '주민감사청구' 추진
'박정희 우상화 사업 반대 범시민운동본부(범시민 운동본부)'는 관련 대구시 조례의 폐지를 청구하기 위한 서명운동을 전개해 온 데 이어, 대구시의 부당한 행정을 저지하기 위해 지방자치법에 따른 '주민감사청구'를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이를 위해 범시민운동본부는 9월 10일 대구시에 대한 주민감사청구를 위한 '주민감사청구 대표자증명'을 국토교통부에 신청했습니다.
주민감사를 청구하는 서명을 받기 위해서는 국토부 장관에서 대표자증명서 교부신청서를 먼저 제출해야 하기 때문으로, 지방자치법 제21조에 따르면 광역 지방자치단체와 그 장의 권한에 속하는 사무의 처리가 법령에 위반되거나 공익을 현저히 해친다고 인정되면 주무 장관에게 감사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범시민운동본부는 박정희는 "친일, 독재, 부패로 얼룩진 인물로 이를 기념하는 것은 헌법정신 위배된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박정희 기념 조례에 대한 반대 의견은 많았던 반면 찬성 의견은 거의 없었음도 대구시가 세정을 강행해 공정성이 결여됐고, 동대구역 광장은 국유지임에도 대구시는 국가철도공단과의 협의, 지명위원회 심의 등을 거치지 않는 등 행정 절차 위반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런 부당한 행정으로 인해 대구 시민의 혈세를 낭비했기 때문에 주민감사를 청구한다"고 밝혔습니다.
범시민운동본부는 국토교통부의 감사 결과나 대구시의 조치가 미흡할 경우 지방자치법 제22조에 따라 주민소송을 추진할 예정입니다.
대구시에 '공간시설 시민 제안서' 제출
이와 별도로 범시민운동본부는 대구시에 '공간시설 시민 제안서'를 제출했습니다.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국토계획법)'에 따르면 '광장'과 '공원'은 기반 시설 중 공간시설에 해당하며, 제26조 제1항에 따라 주민은 '기반 시설의 설치, 정비 또는 개량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입안을 제안할 수 있고, 제2항에 따라 대구시장은 그 제안에 대한 처리결과를 제안자에게 통지해야 합니다.
범시민운동본부는 대구시에 아래와 같이 제안했습니다.
1) 동대구역 광장과 대표도서관 공원이 기본적으로는 여러 가지 시설물로 채워지는 것보다는 광장의 본모습대로, 공원의 원래 기능대로 시민 누구나 자유롭게 향유하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 따라서 대구시가 동대구역 광장에 세운 '박정희 광장 표지판'을 철거하고, 향후 건립할 예정인 박정희 동상 또한 설치하지 않기를 청구한다. 이는 대구 대표도서관 역시 마찬가지이다.
2) 굳이 시설을 설치하고자 한다면 박정희 이름의 표지판과 동상 대신에 ▲구한말 항일 의병 운동과 국채보상운동, 일제하 민족독립운동의 역사를 조명하고, 헌신한 지도자들을 기리는 시설 ▲ 이육사, 이상화 등의 민족시인, 현진건, 김원일 등의 소설가, 이쾌대 등의 화가, 김광석 등의 가수 등 뛰어난 작가, 예술가와 그 작품을 향유하는 시설 ▲통일 한반도를 향한 대륙철도의 출발역으로써 대구의 비전을 표현하는 시설 ▲탈산업화를 지향하고 생태적 문명을 상징하는 시설 중에서 일부를 선택할 것을 제안한다.
범시민운동본부는 "대구시가 이 제안을 거부할 경우 '거부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중앙 정치권에서도 논란 확산
더불어민주당은 국토부와 협의도 없이 박정희 광장 표지판을 세운 것에 대해 책임을 묻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동대구역 앞의 박정희 동상 건립도 끝까지 막겠다는 입장입니다.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인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한준호 의원은 "대구시가 동대구역 광장에 박정희 표지판을 세운 것은 독재 행정이나 마찬가지"라며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습니다.
대구시가 추진하는 동대구역 앞의 박정희 동상 설치도 막아서겠다고 강조했습니다.
한 의원은 "국가의 땅을 지자체가 사용하는 것에 있어서는 지금까지 해왔던 관례에 따라서 또 행정 절차에 따라서 하면 된다. 이런 것을 정쟁거리로 끌어와서 마치 본인(홍준표 대구시장) 정치에 이용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되지 않도록 막아낼 생각"이라고 밝혔습니다.
8월 21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 회의에서도 동대구역 광장은 뜨거운 감자였습니다.
손명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8월 21일 "역과 광장 이름이 다른 경우는 전국 어디도 없다"면서 대구시가 철도사업법을 어겼다고 발언했습니다.
손 의원은 "법에 따른 절차를 거쳐야 한다. 철도사업법 4조에 따라서 철도노선 및 역의 명칭 관리 지침이 있고 거기에 의해서 국토부의 역명심의위원회가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대해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공사 중인 동대구역의 관리권이 대구시에 있어서 적법 여부를 따져야 한다"면서도 논의나 협의가 없는 일방적 역명 변경에는 문제가 있다고 봤습니다.
박 장관은 "개인도 아니고 대통령을 지내신 분의 이름이 붙는 표지석이나 동상을 설치하려고 그러면 시설물 관리하는 그런 차원이 아니고 적어도 국민들 화합이라든지 이런 차원에서 정무적인 차원에서 큰 토론을 거치고 논의를 거친 끝에 해야 하는 일이 아닌가라고 생각한다"라고 답했습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대체로 대구시의 입장을 대변하는 쪽에 섰습니다.
대구시장을 역임하기도 한 권영진 국민의힘 국회의원은 "한국철도공단 소유인 국유재산인지 아니면 재산권이 대구시에 있는지에 대한 법적인 부분 자료들을 제출받고 난 이후에 논의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본다"라며 논쟁의 불씨를 끄려 했습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은 "최근에 잇따른 역사 왜곡에 정면으로 대응하겠다"며 중앙당 내 '역사와정의특별위원회'를 구성했습니다.
김용만 국회의원과 이준식 전 독립기념관장이 공동위원장을 맡아 박정희 표지판과 동상 건립 반대에 힘을 보태기로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