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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 "자연에서 뛰놀며 약쑥 먹은 흑염소"···알고 보니 호주산

 ◀앵커▶
면역력을 높여준다거나 기력 회복에 좋다는 건강기능식품, 많이들 찾으시죠?

이제 이런 건강기능식품을 살 때도 표시된 원산지가 진짜인지 주의하셔야겠습니다.

호주산 냉동 염소 고기와 중국산 한약재로 만든 추출액을 국내에서 방목해 키운 '토종 흑염소 진액'이라고 속여 팔아 온 업자가 구속됐습니다.

코로나 유행 이후 건강기능식품을 찾는 사람들이 급증했는데, 이때를 노려 8억원 어치를 팔았습니다.

취재기자 나와있습니다.

손은민 기자, 이번에 적발된 곳, 온라인에서 굉장히 인기가 많은 업체였다고요?


◀기자▶
유명 포털에서 흑염소 진액 판매로는 쇼핑몰 랭킹 최상단에 있었고 판매 1위를 기록하기도 한 업체입니다.

경북에서 농장을 운영하며 흑염소를 직접 방목해 키우고 있다고 광고했는데요.

자연에서 뛰놀며 약쑥을 먹고 자란 흑염소로 만든 진액이라서 특별하다고 소비자를 끌었습니다.

또 포털 쇼핑몰뿐만 아니라 블로그나 인플루언서 페이지 등을 통해 염소를 풀어 놓은 농장 사진도 보여주고. 제조 과정과 각종 증명서까지 올리며 소비자들을 적극적으로 속였습니다.

하지만 단속반이 이 제품을 만든 업체에 가봤더니, 농장은커녕 간판도 없는 건물 안에 진액을 추출하는 기계와 국내산이라고 적힌 포장지, 냉장고 가득 꽁꽁 언 호주산 염소 고기만 있습니다.


◀앵커▶
원산지를 속여 판매한 게 8억 원어치라고요?

◀기자 ▶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이 조사한 결과 이 업체를 운영하는 40대 이 모 씨는 지난 2017년부터 2022년 8월까지 호주산 염소 고기 4.8톤, 중국산 한약재 1.2톤을 수입했습니다.

수입한 재료들로 건강기능식품 26톤을 만들었고 5년간 8억 원어치를 판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속여 팔기 시작한 건 2017년부터지만 사실상 코로나 19 유행이 확산한 2020년 말부터 판매량이 급증했는데요.

염소 고기는 국산이 호주산에 비해 2배 이상 비싸고, 한약재 역시 국산이 중국산보다 3~4배 이상 비싼데요.

저렴한 외국산 고기와 한약재를 써서 가격 경쟁력을 높인 뒤, 코로나 19 유행 이후 건강기능식품을 찾는 사람들을 노린 겁니다.

농관원 경북지원 김경한 원산지기동팀장 이야기 들어보시죠.

◀김경한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경북지원 원산지기동팀장▶
"2배 아니면 3배, 4배까지도 차이 나니까 한약재가, 국산을 쓸 수가 없는 거죠. 원가가 3배 정도 차이가 납니다. 2020년 코로나가 한창 기승을 부릴 때 그때 판매량이 급증을했습니다. 8억 중 7억이 그때 이후에 판매가 된 겁니다."

농관원은 업체 대표 이 모 씨를 원산지표시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습니다.

또 전국으로 단속을 확대해서 비슷한 수법으로 원산지를 속여 건강기능식품을 판매한 업체 8곳을 추가로 적발하고 수사 중입니다.

◀앵커▶
원산지를 속인 제품인지 아닌지 소비자들이 구별할 수 있는 방법, 있을까요?

◀기자▶
안타깝지만 없습니다.

건강기능식품은 대부분 이미 한 차례 가공된 거라서 제품만 보고 원산지를 구분하긴 불가능한데요.

다만, 농관원은 판매량이 많고 인기 있는 제품이더라도, 상대적으로 가격이 너무 저렴하다면 의심해봐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번에 적발된 업체도 국내산 염소와 한약재로 만들 경우의 원가보다도 싼 가격으로 판매했습니다.

농관원은 건강기능식품을 대상으로 원산지표시 단속을 강화할 계획인데요.

만약 제품의 원산지가 의심된다면 소비자들도 농관원에 전화나 온라인으로 신고해달라고 당부했습니다.


손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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