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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 정부 "'무전공 입학' 확대해야 인센티브"···'울며 겨자 먹기' 대구권 대학들의 반응은?


2025학년도 대학 입시부터 학과나 전공을 선택하지 않고 입학하는 '무전공 입학제'가 대폭 확대될 전망입니다.

정부가 최근 마련한 정책 연구 시안에 따르면 수도권 대학과 거점 국립대 등은 2025학년도부터 무전공 선발을 확대해야 수십억 원대의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습니다.

인센티브는 적게는 정원의 5%에서 많게는 25%까지로, 30%가 될 거라는 예측도 나옵니다.

정부 "'학과 간 장벽 허물기' 무전공 선발 확대해야 인센티브"···대학 내부 "사실상 강제" 불만
정부는 '학과 간 장벽을 허물기'를 강조해 왔습니다.

'무전공 입학제'는 학과나 전공을 선택하지 않고 입학한 뒤 2학년 이후 진로를 선택해 융합형 인재를 길러낸다는 취지입니다.

각 대학이 선택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재정 지원과 연계하다 보니 사실상 강제라는 불만이 대학 내부에서는 나오고 있습니다.

지역 대학 관계자는 "향후에 다른 국책사업이라든지, 그런 거 할 때 평가 항목에 들어갈 수 있겠죠. 그런 부분에서 하려는 거 아니겠습니까?"라고 속내를 밝혔습니다.


서울 주요 대학들 무전공 선발 확대 준비 나서···서울대 입학정원 15% 무전공으로 선발될 듯
서울대를 비롯한 서울 주요 대학들은 이미 무전공 선발 확대 준비에 나섰습니다.

서울대는 입학정원이 123명인 기존 자유전공학부 기능을 2025년 3월 출범할 예정인 '학부 대학'으로 옮기고 신입생 정원을 400명까지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학생들은 일정 수 이상의 과목을 이수하는 등 전공선택 요건을 충족하면 의치대, 간호대 등을 제외한 전공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의치대, 간호대, 약대, 수의대, 사범대 등 국가자격증과 관련 있는 학과를 제외하고 서울대 입학정원 약 2,600명 중 15%가량이 무전공으로 선발됩니다.

이밖에 연세대, 고려대, 성균관대 등도 무전공 선발 확대 논의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대구권 주요 대학 상당수도 무전공 확대 검토 들어가
대구권 주요 대학들도 상당수 무전공 확대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거점 국립대인 경북대는 신중한 입장이지만, 관련 논의에는 착수했습니다.

임상규 경북대 교무처장은 "저희도 대비는 해야 하겠다 싶어요. 그러나 (정부) 확정안이 나온 상태가 아니니까요. 그래서 잘 지켜보고 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영남대와 계명대, 대구한의대, 대구대 등 사립대들은 보다 적극적으로 '무전공' 확대 방안을 테이블에 올려놓고 논의하고 있습니다.

이필환 계명대 교학 부총장은 "무전공을 하더라도 어떤 단위로 할 것이고, 들어와서의 교육은 어떻게 할 것이며 학생 지도는 어떻게 할 것인가 등에 대해서 각 대학이 고민을 하고 있고, 여러 가지 안을 검토하고 있는 중이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무전공' 확대를 학교당 천억 원이 지원되는 글로컬 사업과 연계해 혁신 사업의 하나로 제시한 대학들도 상당수인 것으로 파악됩니다.

정부가 현재 의견 청취 단계에서 수도권과 지역 거점 대학으로 인센티브 제공을 한정했지만, 교육부 정책에 부합한다면 당장 재정 혜택을 못 받더라도 향후 재정 지원 사업 경쟁에서 지속적인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는 기대를 하고 있는 겁니다. 

지역 사립대 한 관계자는 "1월, 2월까지 학제 개편을 논의하고 있다. 관련 논의를 구체화하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앞서 언급했습니다만, 교육부가 무전공 확대를 재정 인센티브와 연계하다 보니 대학마다 울며 겨자 먹기로 관련 논의에 뛰어들 수밖에 없어 혼란과 불만이 큽니다.


긍정적 시각 "학생들 선택의 폭 넓어질 것···산업 수요 발맞춘 학과 개설 가능"
물론 무전공 확대를 긍정적으로 보는 대학들도 있습니다.

학생들이 입학한 뒤 전공을 선택할 수 있어 선택의 폭은 넓어질 것이라는 이유에서입니다.

지역 대학 관계자는 "대학교가 20년 전에 학과 그대로 다 있으면 사실 학생들이 선택하기가 좀 어렵게 되지 않습니까? 기존에 없던 과를 선택할 수 있는 그런 계기가 되니까···"라고 밝혔습니다.

시대적 흐름에 따른 학문적 융합이 가능해지고, 산업 수요에 발맞춘 학과도 개설할 수 있어 학생 모집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지역 대학 한 관계자는 "이제 바뀌는 산업의 과를 만들어야 하는데요. 무전공 학과를 만든 거 자체가 목적이라기보다는 기존에 대학이 없던 그런 과들을 만들 수 있는 여력이 생기니까 모집에 도움이 될 수가 있겠죠."라고 했습니다.

부정적 시각 "무전공 신입생 관리 시스템 부족···인기 학과 쏠림 현상·기초 학문 고사"
하지만 부정적인 여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우선, 수백 명씩 늘어난 무전공 신입생을 관리할 시스템이 부족합니다.

전공 선택의 폭이 넓어졌지만 원하는 전공에 들어가지 못한 학생들이 중도에 이탈할 가능성은 커집니다. 

지역 대학 한 관계자는 "학생들이 원하는 걸 다 찾아서 자기 적성 찾아가도록 교육도 시켜줘야 하고, 그러려면 교수가 붙어서 지도를 다 해야 하거든요."라고 무전공이 확대될 경우 교수들의 역할과 책임이 더 커질 거라고 전망했습니다.

대입 단계에서 나타나는 인기 학과 쏠림 현상이 고스란히 이어질 것이란 점도 예상되는 문제입니다.

취업에 취약한 인문학과 기초 학문이 외면받아 고사하고 결국 교육의 질 저하로 이어질 우려도 큽니다.

지역 대학 관계자는 "원래 취지는 다양한 걸 공부를 하라고 했는데요. 다양한 걸 공부하는 게 아니고 결과는 오히려 인기 있는 한쪽이 다 몰려버리니까 의도했던 교육이 안 되는 거죠."라고 말했습니다.


대학 간 서열화 더 부추길 것이라는 우려···"이과생 유리" 입시 판도에도 영향
대학 간판만 따라 무전공을 선택해 대학 간 서열화를 더 부추길 거라는 불만도 나옵니다.

문·이과 통합형 수능 체제에서 무전공 선발 확대가 이과생에게 유리할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등 입시 판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변수로 지목됩니다. 

주지하다시피, 지역 대학들은 정원 채우기가 급급한 실정입니다.

그렇다 보니 정부가 꺼내든 '무전공 확대'가 학생 모집에 어떤 영향을 줄지 유불리를 따지고 있습니다.

지역 대학의 한 관계자는 "지방대학의 경우에는 모집 단위가 광역화되고 주 전공이 없이 학생이 지원을 해야 하기 때문에 입시에 이제 부정적인 영향이 나타나지 않을까 걱정을 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라고 속내를 털어놨습니다.

교육부는 무전공 선발 확대 방안과 관련해 각 대학을 상대로 의견 수렴을 거쳐 2024년 1월 중 최종 확정할 예정입니다.

대학들은 학제 개편 마감 시한인 2024년 4월까지 구체적인 계획을 정해야 합니다.

대학별로 사실상 준비가 부족한 상황입니다.

그래서 시간에 쫓겨 무전공 입학만 늘리다 자칫 대학과 학부모, 수험생들에게 혼란만 초래하는 것은 아닌지 무전공 선발 확대를 둘러싼 우려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박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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