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공원에서 벌어진 '술판'
1월 30일 오후, 대구 북구 동화어린이공원.
미끄럼틀과 그네 등 어린이 놀이시설로 꾸며진 이곳에 '금주 구역'이라는 현수막이 내걸렸습니다.
하지만, 어르신들은 공원 정자에 직접 방한 비닐까지 두르고 대낮 술판을 벌입니다.
공원 이용객 "저희도 갈 데 없어서 비닐도 우리가 쳐서 이렇게 있어요."
한가운데 덩그러니 놓인 상자 위에는 딸기와 새우, 그리고 술이 든 종이컵이 놓였습니다.
술을 마시던 공원 이용객들은 이틀 전에도 단속반을 만난 적 있어서 술을 마시면 2월부터 과태료가 부과된다는 것을 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단속반의 '지금 치워달라'는 말에는 응하지 않습니다.
금주 구역 지정된 공원에서 술 마시면 과태료 5만 원
다음은 대구 북구 함지근린공원.
역시 금주 구역으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술판이 벌어지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방풍막이 둘린 파고라 안은 술 냄새로 가득하고, 얼굴은 시뻘겋게 달아올랐습니다.
단속반이 들어서자 모른 척 잡아뗍니다.
공원 이용객 "커피 한잔 먹었을 뿐인데···"
공원 이용객 "다른 거 안 했어, 그냥 모여서 이야기하는 거지 이렇게."
한편에는 소주 상자가 가지런히 놓여있었습니다.
벤치에 삼삼오오 모여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대학생들 곁에는 맥주가 놓여있습니다.
송윤호 대구 북구보건소 건강증진과 "여기는 금주 구역으로 지정이 되어서 술 드시면 안 됩니다. 드시던 거는 공원 내에서 드시지 마시고 집에 가서 드시고···"
공원에서 술을 마시면 안 되는지 몰랐다며 서둘러 자리를 치웁니다.
또 다른 금주 구역인 대구 북구 태전근린공원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공원 정자 위에 모인 사람들, 화투를 치며 소주를 마십니다.
공원 쓰레기통에는 소주병과 막걸릿병들이 버려져 있습니다.
송윤호 대구 북구보건소 건강증진과 "2월부터 술 드시면 과태료 5만 원입니다."
공원은 모두의 공간···'술 마시고 고성방가'에 민원 빗발쳐
지난 2021년, 국민건강증진법이 개정되면서 지자체가 자율적으로 공공장소를 금주 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게 됐습니다.
2022년 11월, 대구광역시 북구 음주 폐해 방지 및 금주 구역 지정 조례가 만들어졌습니다.
2023년 8월, 대구 북구는 관내 공원 8곳(함지근린공원, 태전근린공원, 구암근린공원, 운암어린이공원, 송암어린이공원, 동화어린이공원, 대현어린이공원, 해바라기공원)을 금주 구역으로 지정했습니다.
공원에서 술을 마시고 고성방가하거나 싸우는 사람들이 있다는 민원이 빗발쳤기 때문입니다.
윤민영 대구 북구 "여기 농구를 하러 자주 오는데 저쪽 저기 정자에서 어르신분들이 술을 마시고 좀 시끄럽게 하시는 부분이 많고요. 싸움이 날까 봐 좀 걱정도 돼요."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의 '음주 폐해 예방 정책·홍보 대국민 인식 조사'에 따르면 타인의 음주로 인한 경험에서 공공장소가 안전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비율이 55.9%에 달했습니다.
보건복지부 '공공장소 금주 구역 지정·운영 관리를 위한 지침서 개발 연구' 용역을 보면 응답자 76.3%가 공원 음주 제한에 찬성한다고 했습니다.
6개월의 계도 기간은 끝났습니다.
2월 1일부터는 금주 구역에서 술을 마시거나 뚜껑이 열린 술병을 가지고 있으면 과태료 5만 원을 내야 합니다.
이영숙 대구 북구보건소장 "어린이 놀이시설이 포함된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도시공원 중 8개소를 금주 구역으로 지정하여 우리 어린이들과 주민들이 쾌적한 환경에서 마음 편하게 공원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금주 구역 공원은 모두가 마음 편히 찾는 장소가 될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