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대구시와 경상북도가 공동 출자해 지난 1991년 문을 연 대구경북연구원이 결국 분리 수순을 밟습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연구원 분리 발언을 한 지 2주만입니다.
경상북도의 경북 연구원 설립 의사를 대구시가 전격 수용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물 문제 같은 대구·경북 공통 과제를 잇따라 파기하자, 이철우 지사가 맞대응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대구·경북의 상생 기조가 휘청이고 있습니다.
이도은 기자의 보도입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
"(연구원 분리를) 적극 검토해서 우리 자체적으로 연구원을 갖는 것을 해보겠다는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기자▶
대구경북연구원을 분리하자는 이철우 지사의 제안은 전격적이었습니다 .
도의회에서 연구원 분리 주장이 나올 때마다 대구·경북 상생을 강조하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던 만큼, 이 지사 발언의 진의에 대한 궁금증도 커졌습니다.
그런데 이 지사의 발언 2주 만에 경상북도가 대구시에, 경북 자체 연구원 설립 의사를 전달하며 사실상 연구원 분리를 공식화했습니다.
◀최혁준 경상북도 정책기획관▶
"(경북 지역의) 강, 산, 해(바다)의 지역적 특성을 살리는 새로운 산업 전환 그리고 우리 도가 '메타버스의 수도'라고 얘기하고 있는데 디지털 시대에 정책적 연구를 지원할 수 있는 기능이 절실하게 필요한 상황입니다."
연구원의 과제가 대구에 편중됐다는 불만은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는데, 연구원의 세입 예산 1백여억 원 가운데 경북도와 대구시는 똑같은 40여억 원을 출연하고도 2016년부터 2021년까지 연구원이 진행한 정책 과제 건수를 보면, 대구가 282건으로 약 30건이 더 많습니다.
◀김대일 경북도의회 문화환경위원장▶
"대경연구원 직원분들도 약 100명 가까이 있는데 거의 99% 대구에 적(주거지)을 두고 있다 보니까 아마 대구 중심의 사고를 갖는다든지, 대구 중심의 연구를 할 수밖에 없는 기본적인 상황이고…"
경상북도의 연구원 분리 방침에 기다렸다는 듯 대구시도 입장을 내놨습니다.
대구시는 보도자료를 통해 현재 연구원을 해산한 뒤, 별도의 대구정책연구원을 독립적으로 설립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연구원들은 즉각, 반발했습니다.
◀조득환 전국공공연구원노조 대구경북연구원 지부장▶
"경상북도와 대구시가 분리했을 경우에 나타날 수 있는 연구원의 경쟁력 이런 부분들이 상당히 훼손될 우려가 있고 신임 원장님이 막 부임해서 '하이스트(최고의) 대구경북연구원' 기치를 내세우고 있는데…"
도의회 안팎에선 홍준표 대구시장이 대구·경북 행정통합 논의를 중단한 데 이어, 구미와 맺었던 취수원 다변화 협정까지 파기하자 이철우 지사가 맞대응에 나선 거란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조광현 대구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처장▶
"사회적 합의라고 할 수 있는 부분(대구·경북 상생)까지도 그냥 파기하는 상황 속에서 계속 이런 일들이 벌어지는 거죠. 상생, 협력의 요구가 더 강해질 수도 있는데, 당장의 문제 때문에…"
대구와 경북, 두 단체장의 강 대 강 대치가 더 노골화될 경우, 신공항 등 또 다른 지역 의제들도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받을 거란 우려가 나옵니다.
MBC 뉴스, 이도은입니다. (영상취재 임유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