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대구MBC NEWS대구MBC 사회사회 일반지역심층보도

[심층] 학교 담장 20m 앞에 골프연습장이 생긴다고?···동네가 뒤집혔다

6월 11일 오후, 달서구청 앞에 도원지 인근 주민과 학부모 200여 명이 모였습니다.

손에는 '도원고 담장 20m에 실외골프장 결사반대' 피켓을 들었습니다.

실외골프장이 생기면 도원고등학교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는 물론, 인근 주민들의 안전과 일대 주차난이 걱정이라고 말합니다.

무슨 일이 있었길래 200여 명이 모여 집회에 나선 걸까요?


학교 앞 골프연습장···동네가 뒤집혔다
대구 달서구 도원지 인근의 삼각형 모양 땅.

지난 5월 도원지와 학교 사이에 골프연습장이 들어선다는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인근 아파트 주민들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고 저마다 가진 정보와 생각을 나눴습니다.

구청에 확인해 봤더니, 1만 1천여 ㎡ 땅에 지하 2층, 지상 4층 아파트 9층 높이의 골프연습장이 생긴다는 것이었습니다.

연습장에서 공을 칠 때 나는 큰 소음과 골프연습장에 세워질 인공조명으로 인한 피해가 걱정된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나채동 인근 주민 "아파트 9층 높이의 철탑, 그물망으로 뒤에 쌓여서 거기에 골프공을 때려대면 그 소음이 상당한 스트레스로 다가올 것 같고 휴식을 깨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거센 조명 때문에 직·간접적인 피해가 와서 피곤할 것 같습니다."

주민들은 구청이 건축 허가를 내주면서 주민들을 위한 사전 설명회나 공청회 한번 없었다고 지적합니다.

하영희 인근 주민 "'여기 뭐 하십니까' 하니까 골프장이 들어서기 때문에 먼저 유물이 있는가 없는가 그거 발굴 조사한다고 그러더라고요. 그래서 우리가 알고 아차 이거는 아니다."

나채동 인근 주민 "여기가 2004년, 2018년 두 번에 걸쳐서 골프연습장 사업이 학부모와 주민들에서 반대에 부딪혀 무산된 곳입니다. 그런데도 주민들에게 의견을 안 묻다니요. 2023년 12월 15일 달서구청이 또다시 골프연습장 건축 허가를 해줬는데···"

아파트 담벼락에 '주민 의견 무시하는 이태훈 구청장 사퇴하라', '골프연습장 반대한다' 등의 현수막을 줄줄이 내걸었습니다.


학교도 반대···학습권 침해에 안전 우려
인근 학교도 반대한다는 입장입니다.

학교에서 연습장까지 직선거리는 20여 m.

도원고등학교 재학생들의 학습권 침해는 물론, 태풍 등으로 철탑 구조물과 그물망이 학교 쪽으로 넘어지진 않을지 걱정합니다.

박대호 도원고 교장 "철제 구조물이 낮게는 25m 높게는 거의 30m 정도가 된다고 구청에서 얘기하더라고요. 양쪽에 산이 있고, 산 사이 골바람이 굉장히 심한 곳입니다. 바람 방향이 우리 학교니까 철골 구조물이 넘어지면 최소 5m 이상이 학교를 덮치는 거예요."

건물이 들어서면 자연 상태가 그대로 보이는 지금과는 학습 환경이 많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합니다.

박대호 도원고 교장 "학생들이 평소 수업할 때 보는 환경하고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거잖아요. 이렇게 아동들한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환경이 있을 때는 아동들의 의견을 묻게 돼 있는 게 아동복지법이에요. 그런데 아동들의 의견을 물은 적이 없어요."

구청은 사유지라 건축 허가를 내주면서 학생들은 왜 고려하지 않는지 질문을 던졌습니다.

박대호 도원고 교장 "개인 재산권 보호는 이게 굉장히 중대한 사안이고 아동의 학습권은 고려되지 않는 건가요? 그리고 앞으로 공사를 하게 되면 소음 자체가 이미 우리 허용치를 훨씬 넘어서는 소음이 들려요. 그러면 거기에 따른 아동 건강권은 전혀 문제가 없다는 얘기밖에 안 되는데 이건 말이 안 된다는 거죠."


허가 내준 대구 달서구청 "오랜 기간 검토···법적 문제 없어 허가"
대구 달서구청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어 허가를 내줬다고 말합니다.

대구 달서구청 관계자 "저희가 상당히 좀 보수적으로 본 거고요. 저희가 당연히 검토를 오랫동안 했고 9월에 접수되어서 저희가 12월에 허가가 났거든요."

업체 측이 건축 관련 규정을 모두 지켰고, 생활 소음 예측 보고서 등 관련 자료를 모두 제출했기 때문입니다.

생활 소음 예측 보고서를 보면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세대의 소음 예측 데시벨은 37, 기준 아래입니다.

구청은 교육청에 협의 공문을 보냈습니다.

대구시교육청은 "교육 환경보호에 관한 법률 제6조 1항에 따른 교육환경평가서 승인 대상이 아니"라고 답변했습니다.

다만, 사업으로 인한 비산 먼지, 소음, 진동 등으로부터 학습권을 보호하고 일조시간과 통학 안전 등을 확보하기 위해 사업시행자가 주변 학교인 도원초, 도원중, 도원고와 사전 협의하는 조건으로 승인을 부탁한다는 단서를 달았습니다.

구청은 업체 측에게 학교들과 협의했다는 증빙자료를 첨부해 착공 신고를 하라고 했습니다.

건축 허가는 났지만, 논란이 일면서 공사는 아직 착공 신고 단계에 머물러있습니다.

사업주 "골프연습장을 포함한 복합 스포츠 문화공간"
골프연습장 업체 측은 골프연습장이 있는 복합스포츠 문화공간이라고 말합니다.

골프연습장 외에도 수영장과 병원, 유치원 등이 들어선다는 겁니다.

학교와 주민들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설계에 더욱 신경을 썼다고 했습니다.

도면을 만들 때부터 소음 등을 막기 위한 차단벽을 설치하기로 하고, 타석도 예정보다 줄인 것이라 설명했습니다.

학교 측과도 여러 차례 의견을 전달했고 생존 수영 수업이 필요하면 수영장 등을 제공하려 한다고 말했습니다.

업체 측은 앞으로도 인근 학교와 주민들과 꾸준히 협의해 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주민과 업체, 구청 간의 갈등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변예주

추천 뉴스

최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