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대형 헬스장이 경영난을 이유로 돌연 폐업을 선언했습니다.
통보는 폐업을 나흘 앞두고 이뤄졌습니다.
회원만 1,600명이 넘는데, 피해 회원들은 경찰에 사기 혐의로 고소장을 내고 있습니다.
"그동안 이용해 주신 고객님들께 감사함을 전합니다"
7월 30일, 대구 달서구의 한 헬스장을 찾았습니다.
입구부터 분위기는 심상치 않았습니다.
벽에는 폐점 안내문이 붙었고, 에어컨이 꺼져 있어 헬스장은 찜통이었습니다.
헬스장 직원들은 아무도 없었지만, 사람들은 쉽게 볼 수 있었습니다.
폐업은 해도 하루라도 더 운동하기 위해 헬스장으로 온 겁니다.
대구의 대형 헬스장이 7월 27일, 돌연 운영을 중단한다는 문자를 회원들에게 보냈습니다.
불과 한 주 전까지만 해도 GX와 요가 등 수업이 정상적으로 진행됐습니다.
피해자 "25일까지는 다 정상적이었어요, 26일 운동을 하러 왔는데 헬스복 지급도 안 되고 사람들이 많이 몰려있더라고요. 다 어질러져 있고, 사우나는 수건도 없고."
회원들은 적게는 수십만 원, 많게는 수백, 수천만 원을 결제했습니다.
피해자 "61만 9천 원, 10개월인데 지금 이제 3개월 지난 시점이고 남은 개월 수가 7개월입니다. 다른 분들은 뭐 수천만 원대도 있고 그러다 보니까 제가 그냥 일반적인 케이스인 것 같아요."
함께 운영하는 사우나·매점·이발소도 '날벼락'···"이걸 퇴직금으로 생각했는데 날아가 버렸잖아요"
함께 운영하는 사우나도 어지럽기는 마찬가지.
사용한 수건을 세탁할 사람이 없어서 개인 수건을 써야 하고, 남아있던 드라이기는 하나둘 사라졌습니다.
보증금을 내고 매점과 이발소를 차린 사장들은 그야말로 날벼락입니다.
2023년 12월 1일, 보증금 5천을 내고 여자 사우나에 매점을 차렸습니다.
피해 매점 점주 "25일 장보고 그다음 날 오후에 소식을 접했습니다. 보증금 5천만 원도 저희 돈이 아니고 빛내서 이자 줘 가면서 빚내서 열심히 살려고 왔는데 이런 과정까지 오게 됐어요. 진짜 하루아침에."
보증금 2천만 원을 주고 5년 넘게 이발소를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피해 이발소 점주 "내 나이가 80이 넘어요. 나는 이걸 받아서 퇴직금으로 생각했는데, 그게 날아가 버렸잖아요. 답답하지. 어떻게 해야 할지···"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 이용권 사서 왔는데요···여기 망했어요?"
대구 북구의 또 다른 지점.
다른 피해자를 인터뷰하던 중, 영문도 모른 채 사우나를 찾은 초등학생들을 건물 1층에서 만났습니다.
피해 초등학생 "여기 망했다고요? 왜요? 그럼, 이 티켓(이용권)은 어떻게 해요?"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 사우나 이용권 한 장에 1,500원을 사서 왔다고 했습니다.
피해를 본 이들이 또 다른 이들에게 피해를 떠넘기면서 2차 피해가 생기고 있는 겁니다.
이금남씨는 3개월 전 80만 원을 내고 사우나 이용권 200장을 샀습니다.
이금남 피해자 "여기 오는 분들 대체로 60대 이상입니다. 표를 싸게 주니까, 한 장에 9천 원인 걸 많이 사면 4천 원에 파니까 사서 오는 거죠."
남은 이용권은 환불을 해줄 테니 명단을 쓰라고 했는데, 기약은 없습니다.
명단을 쓰면 이용권은 가져간다고 했습니다.
막상 사우나 탈의실에 가보니 회수했던 이용권이 바닥에 엉망진창으로 널브러져 있었습니다.
이금남 피해자 "이 명단 적으면 돈 날짜 주는 날짜는 정확히 정해져 있습니까? 물으니까 그건 저들도 몰라요."
회원 모집은 폐업 한 달 전에도 있었습니다.
정해수 피해자 "6월 17일부터 이거 싸게 한다고 회원 가입을 계속 받았어요. 할인한다고요, 계속 받았어요. 폐업 2주 전이면 회원 가입을 안 받아야 하는데, 직원들은 모르고 받았다고 말하고요."
두 지점에 등록한 회원은 1,600명이 넘습니다.
헬스장 대표는 한때 8개의 지점이 있었지만, 경영에 어려움을 겪으며 차례로 매각했고 법인 회생 절차를 밟다 결국 파산하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헬스장 대표 "어렵게 두 개만 회원들에 대한 양도를 못 했거든요. 그래서 이제 저희는 더 이상 이거를 이제 유지하기가 어렵다고 생각해서···"
하지만, 언제 환불할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헬스장 '먹튀' 당하면?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2023년 헬스장 피해 구제 신청 건수는 3,165건.
2022년보다 19.2% 늘어난 수치입니다.
피해자들은 법원에 지급 명령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지급 명령을 신청하면 채권자의 서류를 바탕으로 재판이 진행돼 시간과 비용을 아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채무자, 즉 폐업한 헬스장 업주의 실거주지를 알아야 하고 지급명령이 받아들여져도 2주 안에 이의 제기를 하면 무효가 될 수도 있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민·형사 소송을 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절차가 까다롭고, 돈을 돌려받을 수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추가 비용까지 들이면서 대응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먹튀' 피해 막으려면?
할인율이 커지는 장기계약보다, 값이 비싸더라도 단기 계약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할부로 결제해서 할부철회권, 항변권을 쓰는 것도 방법입니다.
할부 항변권이란 사업자가 폐업하거나 정당한 해지 요구를 거절하면 신용카드사에 잔여 할부금의 지급을 거절할 수 있는 권리입니다.
다만 20만 원 이상, 할부 기간은 3개월 이상이어야 합니다.
국회에서도 관련 법안이 발의 중입니다.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7월 10일, 체육시설이 3개월 이상 휴업하거나 폐업할 경우 그 사실을 휴·폐업 14일 전까지 이용자에게 알리도록 하는 내용의 '체육시설의 설치·이용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을 대표발의했습니다.
이렇게 발의된 법안, 한둘이 아닙니다.
지난 21대 국회, 김 의원이 같은 법안을 대표 발의했지만 결국 폐기됐고 20대 국회에서도 헬스장 사업자들에게 보증보험을 들도록 하고, 보험을 들지 않은 사업자에게 3천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하는 법안이 발의됐지만 폐기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