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동' 닷새 앞···기온은 아직도 '여름'
겨울을 알리는 입동이 닷새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11월 3일 오전 팔공산.
케이블카를 타고 정상에 올랐습니다.
가을 정취를 느끼기 위해 산에 오른 나들이객들로 북적였습니다.
나들이객들의 옷차림은 계절을 거스른 듯 한결 가벼워졌습니다.
얇은 외투를 걸치거나 팔에 겉옷을 건 이들이 많았습니다.
김준우, 김성민, 정혜인 대구 동구 "사실 지금도 11월이 맞나 싶을 정도로 더워요. 지금 땀도 나고. 외투도 필요 없을 정도로 따뜻한 날씨인 것 같아서 가볍게 옷차림하셔서 단풍 구경 오시면 될 것 같아요."
11월 2일 대구와 경북 지역 곳곳에서 관측이 시작된 이후 11월 역대 최고 기온을 기록했습니다.
경북 경주는 29.4도, 대구 27.3도, 포항 28도 등을 보였습니다.
평년보다 8~10도가량 높은 수치입니다.
경주는 11월 1일 이후, 대구와 포항은 44년 만인 1979년 11월 2일 이후 가장 높았습니다.
전국적으로 보면, 97개 공식 기후 관측 지점 중 69곳에서 11월 최고기온이 경신됐습니다.
11월인데 왜 이렇게 더웠을까?
우리나라 남동쪽에 위치한 고기압으로부터 따뜻한 남풍이 불었습니다.
게다가 맑은 날씨가 이어지면서 햇볕에 의해 지면이 달아올랐습니다.
기후 변화로 팔공산 단풍도 '흐린 색'
이렇게 기후가 변하면서 울긋불긋 옷을 갈아입었어야 할 팔공산도 이전과는 다른 모습입니다.
대구지방기상청에 따르면 2023년 팔공산의 단풍은 평년보다 하루 늦은 10월 18일 시작됐습니다.
산 전체가 정상에서부터 80%가량 물드는 '단풍 절정' 예측 시기는 기관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었습니다.
기상청은 팔공산의 단풍 절정은 평년보다 이틀 늦은 10월 30일이라 밝혔고요.
팔공산 자연공원관리사무소에 따르면 11월 3일 팔공산은 70% 정도 단풍이 들었습니다.
아직 단풍 절정에 미치지 못했다는 겁니다.
잎이 채 물들기도 전에 떨어져 버린 단풍들도 많습니다.
나들이객들은 오색빛깔의 단풍을 기대하고 산을 올랐지만 기대에는 못 미친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최인석 경남 창원시 의창구 "창원에서 왔는데, 7~8년 전에 한 번 들른 적이 있어요. 그때 추억이 좋아서 그 기억을 담고 왔는데 오늘(11월 3일)은 그때보다 단풍 물이 덜 들었네요. 붉은, 짙은 단풍이 아니고 많이 단풍이 많이 말라서 (색감이) 흐린데 이전보다는 많이 안 좋은 느낌이 듭니다."
나무는 온도가 5도 이하로 떨어지면 추위에 적응하기 위해 광합성을 점차 멈춥니다.
이때 나뭇잎에서 초록빛을 띠게 하는 엽록소 농도가 점차 줄어들고 붉은색을 내는 안토시아닌 색소 등이 나옵니다.
서늘한 가을이 아닌, 늦더위가 이어지면서 단풍이 제때 옷을 갈아입지 못한 겁니다.
김아름 국립산림과학원 산림생태연구과 연구사 "단풍의 빛깔이 제대로 나려면 햇빛이 충분하고 일교차가 크면서 수분이 적당해야 하는데 올해(2023년)는 가을철 전국 평균 기온이 평년에 비해서 높고 9월 강수일수도 평년에 비해서 조금 많이 나타나면서···"
이상 고온 현상 언제 멈출까?
11월 2일만큼은 아니지만, 11월 3일도 늦더위는 이어졌습니다.
이상 고온 현상은 주말부터 긴 가을비가 내리면서 점차 꺾이겠습니다.
토요일인 11월 4일 새벽부터 비가 내리겠고 기온은 11월 3일보다 4~5도가량 떨어지겠습니다.
예상 강수량은 대구와 경북 남부 5~40mm, 경북 북부에 5~20mm입니다.
비는 토요일 오후 대부분 그치겠습니다.
11월 5일 일요일 밤부터 11월 6일 월요일 오전 사이 해상에서 따뜻하고 습한 공기와 북서쪽에서 찬 공기가 유입되면서, 비 구름대가 더욱 강하게 발달하겠는데요.
돌풍과 천둥·번개를 동반한 시간당 20~40mm의 매우 강한 비가 내리는 곳이 있겠습니다.
비가 그친 뒤에는 찬 바람이 강하게 불면서 기온이 뚝 떨어져 춥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