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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 흑두루미 도래지 복원한다며 멸종 위기 야생생물 대규모 서식지 훼손?


환경부 멸종 위기 야생생물 2급 표범장지뱀, 경북 구미 낙동강변 해평습지 일대에서 대규모 서식 확인
경북 구미시 낙동강변의 해평습지 일대가 멸종위기종인 표범장지뱀의 내륙 최대 서식지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구미시가 4대강 사업으로 사라진 흑두루미 도래지를 복원한다면서 이곳의 표범장지뱀 서식지를 훼손하려고 하고 있어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경북 구미시 낙동강 변에 자리 잡은 해평습지에는 표범장지뱀이 자갈과 모래로 이뤄진 땅 위를 돌아다니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환경부 멸종 위기 야생생물 2급인 표범장지뱀은 온몸에 표범 무늬를 하고 있고 몸길이 7~9cm, 꼬리 길이 7cm 정도 되는 장지뱀류입니다.

주로 강변의 풀밭이나 모래, 돌 밑 또는 땅속에 구멍을 파고 살며 곤충을 잡아먹습니다.

무더운 낮과 추운 밤에는 초지의 모래를 파고들어 가거나 돌, 고목 아래에 들어가 쉽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서해안 사구에 많이 분포하지만, 강원도, 경상도의 일부 지역에서도 발견되는 것으로 학계에 보고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구환경운동연합이 이 일대를 둘러본 결과 표범장지뱀 개체 수가 매우 많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표범장지뱀이 상당히 많았습니다. 제가 삼십 분 정도 조사를 했는데 열 개체 정도 봤거든요. 상당히 많은 개체가 있다고 추정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표범장지뱀이 내륙지역에서 이렇게 대규모로 서식하는 것이 발견된 것은 처음입니다.

전문가들은 국내 최대 내륙 서식지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서식 실태 조사를 통해 보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김현 백두생태연구소장 "제가 갔을 때 좋은 날씨는 아니었는데도 이렇게 몇 개체를 보고 어린 개체부터 이제 큰 개체까지 있었기 때문에 밀도도 훨씬 높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라고 밝혔습니다.


구미시, 표범장지뱀 서식지인 낙동강변 둔치 깎기로···"흑두루미 쉬는 모래톱 복원 위해"
그런데 이곳의 표범장지뱀 서식지가 대규모로 훼손될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구미시가 세계적인 멸종 위기종인 흑두루미가 내려앉아 쉬는 모래톱을 복원한다면서 이곳 낙동강변의 둔치를 깎으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구미시 관계자는 "낙동강 4대강 사업으로 인해서 그 도래지 부분이 많이 이제 땅이 좀 단단해졌어요. 그렇게 되면서 이제 저희가 다시 철새 도래지를 복원하고자 도시 생태 축을 복원하는 사업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기존에 있던 모래톱은 4대강 사업으로 해평습지 하류에 대형 보가 들어서면서 물 흐름이 막히는 바람에 많이 사라졌습니다.

이 복원 사업에는 2025년까지 33억 원의 예산이 들어갑니다.

대구지방환경청, 표범장지뱀 이주 조건으로 구미시 사업 승인···전문가들 "가장 좋은 대책은 기존 서식지 보존"
대구지방환경청은 환경영향평가를 거쳐 표범장지뱀을 이주시키는 조건으로 이 사업을 승인했습니다.

그래서 지금 표범장지범을 포획 틀을 이용해 잡는 작업이 한창입니다.

하지만 서식지를 파괴한 뒤에 표범장지뱀만 다른 곳으로 이주시킨다고 해서 그곳에서 잘 적응해서 산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따라서 가장 좋은 멸종위기종 보호 대책은 기존 서식지를 보존하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김현 백두생태연구소장은 " 이주나 대체 서식지를 마련한다는 것은 생태적인 관점보다는 사업을 하기 위한 어떤 방편으로 보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생태 쪽에서 봤을 때는 그렇게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리가 없거든요."라고 비판했습니다.


환경단체 "하류의 칠곡보 수문 자주 열면 자연적으로 모래톱 생겨···생태계 복원 이유로 멸종위기종 서식지 파괴하면서 예산 낭비"
환경 단체들은 하류에 있는 칠곡보의 수문을 자주 열면 자연적으로 모래톱이 생기기 때문에 이런 복원 사업을 할 필요가 없다고 말합니다.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칠곡보 수문은 그대로 놔두고 인위적으로 이 둔치를 깎아서 모래톱을 만드는 것은 전혀 바람직하지 않은 그런 보강 방식인 것 같습니다."라고 비판했습니다.

실제로 상류에 대형 보가 없는 감천의 경우 낙동강과 만나는 지점에서 자연스럽게 모래톱이 형성되어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환경 당국은 보의 수문을 여는 것에는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이 사업을 그대로 진행될 수밖에 없다는 입장입니다.

대구지방환경청 관계자는 " 4대강 사업으로 그쪽(구미 낙동강 변) 부분이 바뀌어서 모래도 많이 쌓여서 표범장지뱀의 서식 공간이 넓어졌습니다. 그래서 저희되 변화된 환경에 맞춰서 관리할 책임이 있습니다."라고 밝혔습니다.

천문학적인 예산을 들여 4대강 사업을 펼치면서 생태계를 파괴한 행정 당국이 이제는 다시 생태계를 복원한다는 이유로 멸종위기종의 서식지를 파괴하며 예산을 낭비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심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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