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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구미시, 자연환경 복원한다면서 멸종위기 야생생물 서식지 훼손?

◀앵커▶
경북 구미시 낙동강변 해평습지 일대가 멸종위기종인 표범장지뱀의 내륙 최대 서식지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구미시가 4대강 사업으로 사라진 흑두루미 도래지를 복원한다면서 이곳의 표범장지뱀 서식지를 훼손하려고 하고 있어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보도에 심병철 기자입니다.

◀기자▶
경북 구미시 낙동강 변 해평습지입니다.

자갈과 모래로 덮인 땅에 표범장지뱀들의 모습이 곳곳에서 눈에 띕니다.

몸에 표범 무늬를 하고 있는 표범장지뱀은 환경부가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습니다.

대구환경운동연합이 이 일대를 둘러본 결과 개체 수가 매우 많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상당히 많았습니다. 제가 삼십 분 정도 조사를 했는데 열 개체 정도 봤거든요."

우리나라 서해안의 사구에 주로 사는 표범장지뱀이 내륙지역에서 이렇게 대규모로 서식하는 것이 발견된 것은 처음입니다.

전문가들은 국내 최대 내륙 서식지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서식 실태 조사를 통해 보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김현 백두생태연구소장(양서·파충류 전문가)▶
" (제가 갔을 때) 좋은 날씨는 아니었는데도 이렇게 몇 개체를 보고 어린 개체부터 이제 큰 개체까지 있었기 때문에··· 그래서 아무래도 밀도는 다른 데보다 훨씬 높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이곳의 표범장지뱀 서식지가 대규모로 훼손될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구미시가 세계적인 멸종 위기종인 흑두루미가 내려앉아 쉬는 모래톱을 복원한다면서 이곳 낙동강 변의 둔치를 깎으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구미시 관계자▶
" 낙동강 4대강 사업으로 인해서 그 도래지 부분이 많이 이제 땅이 좀 단단해졌어요. 그렇게 되면서 이제 저희가 다시 철새 도래지를 복원하고자 도시 생태 축을 복원하는 사업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기존에 있던 모래톱은 4대강 사업으로 해평습지 하류에 대형 보가 들어서면서 물 흐름이 막히는 바람에 많이 사라졌습니다.

이 복원 사업에는 2025년까지 33억 원의 예산이 들어갑니다.

대구지방환경청은 환경영향평가를 거쳐 표범장지뱀을 이주시키는 조건으로 이 사업을 승인했습니다.

그래서 지금 표범장지뱀을 포획 틀을 이용해 잡는 작업이 한창입니다.

환경 단체들은 서식지를 파괴한 뒤에 표범장지뱀만 다른 곳으로 이주시킨다고 해서 그곳에서 잘 적응해서 산다는 보장이 없다고 말합니다.

가장 좋은 멸종위기종 보호 대책은 기존 서식지를 보존하는 것이라고 강조합니다.

◀김현 백두생태연구소장(양서·파충류 전문가)
"이주나 뭐 이렇게 대체 서식지 같은 경우에는 생태적인 관점에서보다는 사업을 하기 위한 어떤 방편이기 때문에 생태 쪽에서 봤을 때는 그렇게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리가 없거든요."

환경 단체들은 하류에 있는 칠곡보의 수문을 자주 열면 자연적으로 모래톱이 생기기 때문에 이런 복원 사업을 할 필요가 없다고 말합니다.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칠곡보) 수문은 그대로 놔두고 인위적으로 이 둔치를 깎아서 모래톱을 만드는 것은 전혀 바람직하지 않은 그런 복원 방식인 것 같습니다."

실제로 상류에 대형 보가 없는 감천의 경우 낙동강과 만나는 지점에서 자연스럽게 모래톱이 형성되어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천문학적인 예산을 들여 4대강 사업을 펼치면서 생태계를 파괴한 행정 당국이 이제는 다시 생태계를 복원한다는 이유로 또 예산을 들여가며 다른 멸종위기종의 서식지를 파괴하고 있습니다.

MBC 뉴스 심병철입니다. (영상취재 한보욱 그래픽 이수현)

심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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