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지난주 집중호우 때 경북 영주의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토사가 대규모로 유출돼, 바로 옆 아파트 주차장을 덮쳤었죠.
그런데 현장을 본 전문가는 애초에 적절한 규모의 배수시설을 갖추고 있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이미 물꼬가 막혀 있는 기존 우수관로에 공사장 배수시설을 연결하는 등 공사 전 작성된 재해검토 서류가 사실상 요식행위에 그친 것으로 보입니다.
김서현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영주의 한 아파트 앞에 주차돼 있던 차량 여러 대가 흙더미 속에 깊숙이 파묻혔습니다.
이틀간 300mm의 물폭탄이 쏟아지면서 신축 아파트 공사장에 쌓여 있던 수 십 톤의 토사가 빗물에 쓸려내려와 바로 옆 다른 아파트를 덮친 겁니다.
비가 그친 뒤 다시 현장을 찾았습니다.
토사는 공사장 차단벽을 뚫고 나와 여기 아파트 1층 입구 앞까지 덮쳤습니다.
아파트 공사 현장 뒤편 역시, 상당량의 토사가 산 아래로 쓸려내려간
흔적이 아직도 곳곳에 남아 있고
주변 밭도 토사와 흙탕물에 완전히 잠겼습니다.
◀아파트 주민▶
"하수구가 막혀서 완전히 여기가 냇가인 줄 알았어요. 그렇게 흙탕물이 많이 내려왔어요. 물꼬를 저쪽을 돌리니까 저 밑에 밭을 싹 쓸어버렸어, 토사가."
공사장에 고이는 빗물을 처리하기 위해, 인근 아파트의 기존 우수관로와 공사장 배수시설을 연결했는데, 이 우수관로의 끝 부분이 아예 막혀 제 기능을 못한 겁니다.
◀정윤석/개발업체 회장▶
"(물길은)분산돼 있었는데 제일 주력해 있던 (배수시설) 부위가 관로가 제 역할을 못했기 때문에.."
문제는 30년 된 이 아파트의 우수관로 상태를 사전에 확인하지 않은 겁니다.
감독기관인 영주시도 우수관로가 막힌 사실을 토사 유출 피해가 발생하고 나서야 알았습니다.
◀조한철/영주시 도시과장▶
"토사가 흘러내려서 배수로를 막았는데.. 이 아파트를 처음에 시공할 때 배수로 끝 쪽에 시내에 지나가는 배수로하고 연결이 안 돼 있었어요."
자연재해 대책법은 개발 사업을 시행하기 전 관할 지자체에 재해영향평가서를 제출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 평가서에는 배수 관련 계통부터 토사유출 가능성, 지하수 상태 등 재해저감 관련 대책들이 사실에 부합하게 담겨야 합니다.
하지만 평가서를 제출한 업체나 평가서를 받아 검토한 영주시 모두 우수관로가 막힌 사실 자체를 몰랐습니다.
산림재해 전문가는 공사장에서 넘치는 물을 한 곳에 담아두는 침사지나 배수시설의 규모가 적절했는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정규원/산림기술사▶
"원천적으로 산지를 훼손하고 난 다음에 개발 단계에서는 침식이 많이 일어나기 때문에 당초에 침사지에서 배수 계획들을 철저하게 관리하는 것이 있었어야 된다라는 얘기고요."
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행정 절차가 사실상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되지 않으면서, 집중호우에 따른 재해 우려가 좀처럼 가시지 않고 있습니다.
MBC뉴스 김서현입니다.(영상취재 차영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