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이렇게 역대급 태풍이 다가오면서 공사장과 사업 현장의 안전도 걱정입니다.
경북 청도의 한 마을에서는 주민들이 산사태 걱정에 잠 못 이루는 밤을 보내야 할 처지에 놓여 있습니다.
가파른 비탈에서 농지개량 사업이 벌어지고 있는데, 안전조치 없이 엄청난 양의 흙만 쌓아 놓았다는 겁니다.
양관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경북 청도군 팔조리의 한 마을 인근 산 비탈면이 많은 양의 흙으로 덮여 있습니다.
최대 45도로 가파른 이 경사지는 과수원으로, 6,500여 제곱미터에 달합니다.
사업주가 8월 초 농지조성사업을 한다며 흙을 쌓는 성토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사업자가 제출한 확인서에 따르면 지금까지 쌓은 흙의 양은 25톤, 화물차 230대 분량입니다.
주민들은 경사가 가파른 곳에 대책 없이 흙을 무더기로 쌓아놨다며 태풍이 올 경우 산사태가 생길 수 있다고 걱정하고 있습니다.
◀곽동일 경북 청도군 팔조리 주민▶
"태풍 오고 있잖아요. 비도 100~300mm 오면 무조건 무너지는 사태가 나지, 밑에 주민이 살고 있고"
역대급 태풍 힌남노가 점차 다가오자 주민 불안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예보대로 6일까지 100~400mm 비가 쏟아지면 성토한 무더기 흙이 무너질 수 있다는 겁니다.
사업주는 "주민 요청에 따라 사면 일부분에 방수포를 덮어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산사태가 날 때를 대비해 굴착기 두 대를 사면 위, 아래에 배치했다고도 했지만 주민들은 불안하기만 합니다.
◀농지조성 사업주▶
"민원대로 저희는 정식적인 인허가 절차를 득해서 우량농지개선사업보다 더 안전하게 시공하려고 합니다."
취재가 시작되자 청도군청은 불법 성토 구간을 발견했다며 이번 주 안에 해당 구간에 대한 원상회복 명령을 내리겠다는 입장입니다.
사업주가 국토계획법에 따른 개발행위 허가 없이 특정 구간을 2m 높이 이상으로 성토를 했다는 겁니다.
주민들은 청도군의 대응이 안일한 뒷북 행정이라고 불만을 터뜨리고 있습니다.
주민들이 민원을 제기한 뒤 청도군이 8월 10일 현장 확인을 했지만, 그 뒤로 닷새나 더 경사지에 흙이 반입됐다는 겁니다.
또 태풍이 오는데도 추가 안전 조처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청도군청 관계자▶
"혹시 이게 안전 조치 대상이 되는지 해서 저희도 (경상북도 건설사업소에) 검토를 받아봤지만 거기 100% 사유지지 않습니까."
사업주는 성토작업에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었다면서도, 주민 요구대로 옹벽을 쌓는 등 사업을 변경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주민들은 당장 이번 태풍으로 삶의 터전을 잃을지 모른다며 불안해하고 있습니다.
MBC 뉴스 양관희입니다. (영상취재 김경완, CG 김현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