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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 '배우' 동원하고 '가짜 정보' 심고···리딩방 투자 사기, 당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배우' 동원하고 '가짜 정보' 심고···진화하는 리딩방 투자 사기
투자 리딩방을 미끼로 한 사기 피해가 계속 늘고 있습니다.

2024년 1월부터 5월까지 경찰에 신고된 투자 리딩방 사기 사건만 전국에 3천여 건, 피해 금액은 수천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유명인을 사칭하거나 동원하고, 피해자들이 진짜라고 믿도록 인터넷과 SNS에 기사 형식의 가짜 정보를 뿌려 놓는가 하면, 일명 '배우'를 써서 인기 투자자인 척 사람들을 속이고 돈을 가로챕니다.

수법은 날로 진화하고 사건도 사기 조직의 규모도 빠르게 커지는 데 피해 회복은 여전히 쉽지 않다고 합니다.

리딩방 투자 사기, 어떻게 당하게 되는지 피해자를 통해 들어봤습니다. 

뭘 조심해야 하고 어디서 멈춰야 하는지 짚어보겠습니다.

"문자-채팅-가짜 HTS···"진짜 같아도 다 가짜"

시작은 문자 한 통이었습니다.

글로벌 은행의 서울지사 CEO가 투자 종목을 추천해 준다는 링크를 무심코 눌렀습니다.

그렇게 투자 리딩방에 들어가게 됐습니다.

종목을 정해 매수와 매도 타이밍을 알려주고 손실이 나면 잃은 금액만큼 돌려준다고 했습니다.

실제로 돈을 바로바로 보내줬습니다.

매일 투자 상담을 받으며 더 가까워졌습니다.

소소한 이벤트에 참여하며 돈을 따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공짜로 사람들 투자를 돕는 이유는 본인들이 출시할 펀드에 투자자를 유치하기 위해서라고 했습니다.

함께 투자하는 사람 중엔 유명 연예인도 있다고 했습니다.

포털에서 CEO의 이름을 검색했더니 관련 기사도 나왔습니다.

◀투자 리딩방 사기 피해자▶
"처음에는 그냥 종목만, 참고로 하려고 들어가게 된 거죠. 몇 주 사라고 지시가 내려오면 사고 이익이 발생하면 제 거고 손실이 있으면 손실 보상금도 바로바로 입금이 되더라고요. 비서라는 분과 거의 매일 연락하고 코스피 맞추기 이벤트 같은 거 해서 당첨되면 소소하게 금액을 입금받고 했거든요?"

신뢰가 쌓이자 공모주 청약을 권했습니다.

따로 확보한 물량으로 실제 청약가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내부 청약을 진행한다고 했습니다.

이익금의 일부를 자신들 펀드에 재투자해 주면 된다는 조건이었고, 고수익을 장담했습니다.

이유가 있으니 오히려 의심을 덜었습니다.

그러고는 사설 주식 거래 사이트에 가입하라고 했습니다.

사이트에 계좌를 만들면서 개인정보도 넘겼습니다.

비서가 알려준 계좌로 돈을 보내면 해당 사이트 안에 있는 계좌에 금액이 반영되는 식이었습니다.

◀투자 리딩방 사기 피해자▶
"자기들이 만든 사이트가 있더라고요. 은행 계좌 개설할 때처럼 제 개인 정보를 주고 개설하고.. 그때 조금 의심하긴 했는데 손실보상금도 주고 하니까 괜찮다고 생각했고. 혹시나 뭐 문제가 있으면 빠져나올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처음 몇 번은 출금도 바로 됐었어요."

고수익이 보장된 공모주를 많이 배당받으려면 일단 큰돈을 내야 했습니다.

실제로 사이트 안에서 수익이 나기도 했습니다.

수익이 나자 이번엔 대출을 권했습니다.

수십만 원에서 수백만 원이던 거래 금액이 순식간에 수천만 원, 억대로 커졌습니다.

◀투자 리딩방 사기 피해자▶
"청약 배정이 다 안 되면 또 돌려받을 수 있다고 했기 때문에 그 말을 믿고 청약하고··· 또 매일 추천 종목, 그 사이트 안에서 계속 매수하고 매도하고··· 사이트에서 수익이 나는 부분을 바로바로 확인이 가능하고 또 제가 입금한 부분에 대해서 충전도 바로 됐기 때문에 조금 의심을 안 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출금이 안 되기 시작했습니다.

수익이 났으니 그중 일부를 더 투자해야 계좌에서 돈을 뺄 수 있다며 추가 입금을 계속 유도하더니 관계자와는 결국 연락이 끊어졌습니다.

석 달 동안 2억 원 가까이 잃었습니다.

바로 경찰에 신고했지만 돈을 돌려받을 길은 없었습니다.

신고 이후에도 사기 사이트와 계좌는 한동안 계속 사용되고 있었습니다.

투자 리딩방 사기 피해자 
"입금했던 그 계좌들을 출금할 수 없도록 막아 놓는 그런 지급 정지 이런 게 돼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제 입장에서는 많이 답답하고···"

보이스피싱과 달리 투자 사기는 신고만으로 의심 계좌를 동결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조경진 대구 강북경찰서 수사과장 "계좌 지급 정지를 못하는 이유는 그냥 법에 안 되게 돼 있습니다. 통신사기피해환급법이라는 법에 근거하거든요, 계좌를 지급 정지할 수 있는 근거가. 근데 법에서 정의하고 있는 '전기통신금융사기'에 '재화의 공급이나 용역의 제공을 가장한 행위'는 예외로 두거든요. 이 투자 리딩방이 다 주식을 판매, 그러니까 재화 제공을 약속하고 사기를 치는 거라서 이게 해당이 안 됩니다. (계좌 소유자가) 범인인지 아닌지는 둘째 문제고 제3의 계좌를 정지하려면 법적 근거를 가지고 있어야 되는데 그 근거가 이 법밖에 없습니다. 아니면 형이 확정된 후에 민사적으로 해야 하는 거죠. 지금(수사) 단계에서는 강제로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통신사기피해환급법은 보이스피싱 같은 전기통신금융사기가 발생했을 때, 수사기관 등 요청으로 사기 이용 계좌로 의심할 만한 사정이 있다고 인정되면 즉시 해당 계좌의 전부에 대하여 금융회사가 지급정지 조치를 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지급 정지를 통해 사기 피해자의 피해금도 구제할 수 있게 했고, 금융기관의 사기 피해 방지 책임도 명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재화의 공급 또는 용역의 제공 등을 가장한 행위는 제외"한다는 예외 조항 때문에 투자를 미끼로 한 리딩방 사기는 이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보이스피싱 범죄가 투자 리딩방 사기로 진화하고 있는 현실을 법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경찰은 피해자가 제공한 여러 단서를 바탕으로 해당 계좌 소유주와 사이트 운영자를 추적하고, 다른 피해자도 확인하고 있습니다.

"투자 권유 문자는 100% 사기···2차·3차 피해 계속될 수도 있어"
리딩방 투자 사기, 결국 예방이 답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읍니다.

유명인을 사칭하거나 동원하는 투자 광고는 일단 의심부터 해야 합니다.

투자 종목을 추천해 준다는 스팸 문자, 절대 클릭하지 않아야 합니다.

조경진 대구 강북경찰서 수사과장 "유명인, 유명 투자회사를 사칭하거나 아니면 주식 정보를 제공하겠다, 고수익을 보장한다면서 투자를 권유하는 문자는 사기라고 보면 됩니다. 제도권 금융회사는 동의하지 않은 사람한테는 이런 문자를 못 보내게 돼 있거든요. 그래서 문자 메시지로 이런 권유를 한다면 다 정상적이지 않은 거라고 보시면 됩니다. 문자에 링크를 따라 들어가면서 사기 범행에 빠지는 거거든요. 'SNS 투자 권유 문자는 다 사기다'라고 생각하는 게 첫 번째인 것 같습니다."

특히 사설 투자 사이트에서 거래하는 건 정말 위험합니다.

돈을 잃는 걸로 끝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조경진 대구 강북경찰서 수사과장 "이런 범행이 참 나쁜 게 재산적인 피해를 당한 걸로만 끝나지 않는 경우도 많아요. 사기를 당하는 과정에서 개인 정보를 또 많이 제공하거든요. 과도한 정보들을 요구하면서 이제 내(피해자) 명의로 휴대폰을 개통한다든지 아니면 계좌를 만들어요. 이 명의를 가지고 법인을 만들고 법인 계좌를 만들어서 다른 범행의 수단으로 쓰이게 만들거든요. 그러니까 개인정보 제공에 굉장히 주의를 하셔야 합니다."

현행법으로 피해 회복이 쉽지 않은 만큼 등록되지 않은 업체, 실체 없는 사람에게 절대 투자금을 맡기지 않아야한다고 경찰은 조언했습니다.

손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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