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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 10년 동안 집에 쌓인 35톤 '쓰레기'···늘어나는 저장 강박 의심 세대


◀앵커▶
필요 없는 물건을 버리지 않고 집에 잔뜩 쌓아두는 이른바 '쓰레기 집' 관련 뉴스 종종 들으신 적 있으실 텐데요.

이는 강박장애의 일종으로 의학적으로는 저장 강박증이라고 하는데요, 이런 '저장 강박'이 의심되는 집은 주거환경을 악화시킬 뿐만 아니라 안전이나 범죄, 각종 위기의 징후로 나타나기도 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 취재기자와 알아봅니다.

김은혜 기자, 쓰레기 집 실태를 직접 보고 왔죠?

◀기자▶
최근에 대구 남구의 한 주택에 다녀왔습니다.

아주 조그맣고 오래된 단독 주택이었는데요.

바닥부터 지붕까지, 마당부터 집 안까지 용도를 알 수 없는 물건들이 빼곡히 차 있어 대문을 열기조차 어렵고, 발 디딜 틈조차 찾기 어려웠습니다.

이 집에 살던 혼자 사는 80대 집 주인이 10년 가까이 쌓아둔 것이었는데요.

인근 주민들은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었습니다.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곽경범 인근 주민▶
"고양이가 항상 모여 고양이 집 같고, 사람이 들어갈 수도 없고… 우리는 제일 겁나는 게 뭐냐면 첫째는 불날까 싶어서… 구청에 몇 번 얘기하고… 민원 넣어도 자꾸…"


◀앵커▶
그런데, 민원이나 신고가 있어도 무조건 치울 수가 없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이 집도 계속 민원이 있어 왔고, 동 행정복지센터도 인지를 하고 있었지만 집주인이 동의를 해주지 않으면 치울 수 없습니다.

결국 꽉 찬 물건 때문에 생활공간이 없어져 다른 사람 집을 전전하게 된 집주인이 행정복지센터에 도움을 요청하며 수거 작업이 가능했습니다.

연면적 37제곱미터 공간에서 빼낸 쓰레기 등 각종 물건 무게는 무려 35톤에 달했습니다.

◀앵커▶
쓰레기 집 관련 뉴스를 종종 접하게 되는데요, 이런 저장 강박 의심 세대가 늘어나고 있다고요?

◀기자▶
단독주택과 노인가구가 많은 대구 남구만 보더라도, 쓰레기 집 처리는 2021년에 15건, 2022년 11월까지 17건입니다.

점차 늘고 있지만 민원이나 신고로 조처되는 경우가 많아 대구지역의 전체 정확한 현황은 파악되지 않고 있습니다.


◀앵커▶
그런데 문제는 단순히 주거 환경이 나쁘다, 미관상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 아니겠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쓰레기가 잔뜩 쌓여있다 보니 길고양이나 쥐들이 모이면서 위생과 건강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뿐만 아니라 화재 등 안전사고의 문제가 있고요.

취약계층, 1인 가구 또는 노인 세대인 경우 학대, 고독사 등의 위험 징후가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관리 대책도 부실합니다.

대구의 경우 수성구만 지난 2019년 저장 강박 의심 가구 지원 조례를 제정해 처리비용 등을 지원하고 있는데요.

2020년 5건, 2021년 6건, 2022년에도 6건가량 지원을 했고요. 

다른 구, 군은 관련 예산이 거의 없습니다.

그렇다 보니 쓰레기 집 처리를 하게 되면 대구시 주거복지사업을 위탁받은 민간 복지관으로 요청하게 되는데요.

취약계층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예산이긴 하지만 이 또한 한정적이어서 자원봉사와 후원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2023년부터는 주거복지사업이 위탁에서 대구시가 직접 하는 사무로 변경돼 대구도시공사에서 맡는데요.

일부에서는 공공기관이 맡을 경우 후원 등을 받을 수 있는 근거가 없어져 사업이 더 위축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현장에서 일부 있었습니다.

예산이나 이 문제를 어떻게 볼 것인가 고민이 필요해 보이고요. 

저장 강박은 재발 우려도 크다고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단순히 치우는 데 그치기보다 심리 상담이 필수적으로 이어지게 한다거나 하는 등의 체계적인 사례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살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김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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