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북구 대현동 이슬람사원 건축을 놓고 주민과 무슬림 간 3년째 갈등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5월 20일 토요일에는 이슬람사원 건축 반대를 위한 대규모 집회가 대구 중구 반월당 네거리 인근 도로에서 열렸으며, 주최 측은 1,500여 명이 모였다고 밝혔습니다. 해당 집회는 개신교계가 중심이 돼 북구 대현동 주민을 보호하는 기도회를 열었습니다. 경북대 인근, 북구 대현동에서 이슬람 사원을 두고 문제가 불거진 2021년 이후에 벌어진 행사 가운데 가장 큰 규모입니다. 모임인 기도회는 설교와 찬송, 국민의례, 통성 기도, 대현동 주민 발언 순으로 이어졌습니다.
박한석 “교만하여 바벨탑을 쌓습니다. 하나님은 그들의 언어를 혼잡하게 하여 바벨탑은 무너졌습니다. 그들은 흩어졌습니다. 오늘 대현동 모스크도 마찬가집니다. 오늘 제가 기도하면 하나님께서 대현동 모스크 건축이 무산될 것입니다. 흩어질 것입니다.”
지금까지는 신축 중인 이슬람 사원 인근에서 공사를 두고 무슬림과 주민이 마찰을 빚어 왔으나, 이번에는 좀 더 조직적이고 대규모로 확산되는 양상을 보였습니다. 대현동 주민과 뜻을 같이하는 많은 단체가 이름을 올렸습니다. 행사를 주최한 곳은 ‘대구대현동국민주권침해범국민대책위원회‘라는 단체입니다. 이 밖에도 수도권 기독교총연합회 등 70여 단체가 참여했습니다. 시위에서는 기독교와 가톨릭, 불교는 공존이 가능하지만 이슬람은 다르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대현동 사원만의 문제가 아니라 온 나라의 문제라면서, 특히 언론 보도에 불편함을 보였습니다. 언론이 자국민을 보호하는 태도를 보이기보다는 친일 매국노처럼 이슬람 앞잡이 같은 일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집회 참가자 “우리는 대한민국 국민인 대구 대현동 주민들이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과 재산권을 보호받지 못한 채 공권력에 휘둘리고 매국노 시민단체들로부터 비난을 받고 힘없이 절규하는 모습을 보고 분노를 금할 수 없다”
대구 북구 이슬람 사원 건립 문제는 2년 이상 끌어온 문제인데요. 이번에 대구 도심에서 큰 집회가 열리게 된 가장 큰 요인은 사원 건축이 이젠 막바지에 이르렀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사원 건축주인 무슬림들은 여러 송사 끝에 지난 4월 콘크리트 타설 작업을 다시 시작했고, 큰 변수가 없으면 다음 달에 공사를 마치게 됩니다. 사원 건축주들이 법적으로 유리한 점에 올랐고, 북구청 등은 이젠 나서기 힘든 상황이 됐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대구 대현동 이슬람사원 건립 갈등 커지는 원인은?
이슬람 사원은 전국적으로도 많고, 대구에도 일부 있습니다. 대구에 이미 있는 이슬람 사원의 모습을 찾아보기 위해 대구 달서구 이곡동을 방문했습니다. 오후 시간이었는데 몇 명의 무슬림이 기도하고 있었습니다. 20년 전 다른 곳에서 사원을 운영하다 이슬람 사원 자리에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3년 전 이곳으로 옮겼다고 했습니다. 대구에는 이곳처럼 열서너 개 이슬람 사원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전국으로 치자면 300개가 훨씬 넘을 텐데요, 별문제 없이 주변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왔는데 북구 대현동에서 문제가 처음으로 터진 겁니다. 한국에서 무역업을 하며 30년 넘게 살아왔다는 나드르 칸 씨의 말입니다.
나드르 칸 “한국에서 월세 주고 쓰는 이슬람 사원이 300개, 40개는 건물전체를 사원으로 쓰는데, 지금까지 한 사원에서도 이런 문제가 없었다. 대구에서만 이렇게 문제가 있다”
대구에 이미 이슬람 사원이 지어진 곳이 있는데, 그렇다면 북구 대현동 이슬람 건립과 관련해 갈등이 커지고 장기화가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갈등 원인에 대해서는 이러한 분석도 있습니다. 다른 지역은 이슬람 사원이 주로 공단을 끼고 있어서, 주변 상권에 일부 혜택을 주기도 하거나 상가 건물 등을 활용하고 있어서 주민과 마찰이 적었다는 것입니다. 반면 대현동은 주택가이고 대학가여서 문제가 불거졌다고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이슬람 사원 건립 갈등, 어떤 해법 필요한가?
이 문제가 장기화하면서 대현동 이슬람 사원을 이용하는 사람 대부분이 경북대 학생이니까 경북대학교 측에서 해결하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경북대학교 안에 작은 사원을 만들라는 이야기인데, 결론적으로는 불가능합니다. 국립대학 안에 종교시설 건축은 법령으로 금지돼 있습니다. 교회나 불당이 없는 것처럼 무슬림 사원도 마찬가집니다. 종교재단이 설립한 사립대학의 경우, 종교시설이 있기는 합니다만, 국립대학은 국립학교 설치령에 교육시설이나 연구시설 이외는 설치가 금지되어 있습니다.
대현동 이슬람 사원 건축은 6월이면 완료될 전망이지만 앞으로 예견되는 걱정은 더욱 많아지고 있습니다. 당장 큰 문제는 사원을 사용할 때 발생할 수 있습니다. 반대 주민의 마음이 많이 상한 상태에서 하루에 다섯 번 기도하는 무슬림 학생들이 드나들다 보면 불상사가 날 수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공사가 끝날 때 즈음해서 반대하는 사람들이 조직적으로 사용을 막을 수도 있습니다. 주민의 생존권과 종교 활동을 고려한 합리적인 대책이 필요해 보입니다.
* 이 기사는 대구MBC 이태우 기자, 뉴스민 이상원 기자 공동 취재로 작성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