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6월 12일 경북도의회가 4년마다 독도에서 열던 본회의를 갑자기 취소하고 울릉도에서 진행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도의원과 도지사, 교육감 등 3백 명 가까운 공무원들이 독도에서 본회의를 준비했지만, 사흘 전에 갑자기 장소를 바꾼 건데요.
울릉 주민들 사이에서 비판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박성아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울릉도 저동항에 이철우 경북도지사와 경북도의회의 방문을 환영하는 현수막이 내걸렸습니다.
독도에서 본회의를 열기 위해 방문한 제12대 경북도의회를 환영하는 겁니다.
그런데 본회의 사흘 전 의원들 휴대전화 문자로 독도 입도를 취소하고, 울릉도로 장소를 변경한다고 통보가 왔습니다.
결국 본회의는 독도가 아닌 이곳 울릉도에 있는 안용복 기념관에서 열렸는데, 이마저도 장소가 좁아 20여 분 만에 끝났습니다.
당초 계획했던 '독도 수호 결의안' 채택도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본회의장에서 일부 의원들이 불만을 제기하자 경북도의회는 최근 개선된 한일 관계를 고려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배한철 경북도의회 의장▶
"한 3개월 전에 우리가 전부 다 기획을 한 거고, 독도를 간다는 건. 그 뒤에 (한일관계가) 급물살을 타고 잘 흘러가니까 대국적인 차원에서 결정을 내린 겁니다."
민주당 소속 도의원들은 경상북도와 도의회가 윤석열 정부의 친일 모드를 의식해 독도를 버린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김경숙 민주당 경북도의원▶
"배한철 의장님이 지금 상황이 이렇다 보니까, (한-일) 우호적인 관계다 보니까 본인이 알아서 그냥 우리가 (독도) 그쪽에 가는 건 괜히 눈치 보이고 이러니 안 가는 거다 이러는 거에요"
울릉 주민들은 분통을 터트렸습니다.
도민을 대표하는 의원들이 눈치 보기에 급급해 울릉도와 독도의 현안을 외면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김민정 울릉도 주민▶
"후쿠시마 오염수 때문에도 굉장히 국민들이 예민한 시점에 (경북도의회가) 어떤 입장문도 내지 않으면서 독도에서 자신 있게 회의를 개최하지 못할 이유가 되는지 좀 너무 화가 나는 상황(입니다)."
독도에서의 본회의는 지난 2006년 시작돼 4년마다 한 차례씩 빠짐없이 열렸고, 특히 2019년에는 도의원들이 태극 문양이 그려진 띠를 머리에 두르고, '독도 영유권 주장 철회 촉구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키기도 했습니다.
◀장경식 전 경상북도의회 의장▶
"경상북도의회는 실효적 지배를 강화하기 위해 행동할 때라고 판단하고 오늘 본회의를 독도에서 개최하게 된 것입니다"
정부의 지나친 저자세 대일 외교가 독도를 관할하는 경상북도에도 불똥이 튀었습니다.
MBC 뉴스 박성아입니다. (영상취재 박주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