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대구MBC NEWS대구MBC NEWSDESK대구MBC NEWSDESK, TODAY 리포트 안동‧포항MBC NEWS대구MBC 생활 문화생활 문화 일반지역대구MBC 뉴스데스크 생활문화대구MBC 뉴스투데이 생활문화

정조 임금 울린 영남 선비들···'만인소' 다룬 책 출간

◀앵커▶
조선시대 1만 명의 선비들이 임금께 청원하며 올린 상소, 만인소는 경상도 북부를 중심으로 한 영남지역에서 시작됐습니다.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강한 열망이 권력에 맞서는 공론으로 형성된 건데요, 그 상소 과정을 자세히 다룬 책을 안동의 한 연구자가 출간했는데, 마침 안동에선 '상소'를 주제로 한 기획전시도 열리고 있습니다.

김서현 기자가 소개합니다.

◀기자▶
1792년 조선 정조 16년.

영남 지역 선비 1만 57명이 '사도세자의 원통함을 풀고 죽음에 관여한 역적을 처단해야 한다'는 상소를 정조 임금에게 올렸습니다.

1만 명이 자발적으로 뜻을 모은 청원, 조선 최초의 만인소였습니다.

상소를 전하기 위한 과정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선비들은 200km가 넘는 상경길에 올라 네댓 새 만에 한양에 입성했고, 또 불과 나흘 만에 1만 명의 명단을 정리해 상소문을 작성했습니다.

상소 준비에도 상당한 예산이 필요했는데, 부족한 자금을 메꾸기 위해 국가 재정기관의 대출을 받기까지 했습니다.

◀이상호 한국국학진흥원 책임연구위원▶
"소청이라는 조직이 운영돼야 하고 또 약 1만 명이 넘는 분들의 서명을 받는 어떤 조직적인 일들이 이뤄지려고 하면 (현대 기준으로) 최소 수천에서 수억 이상 아마 예산이 들었을 걸로 보이고요."

'사도세자'에 대한 작은 언급조차 금기시되던 서슬 퍼런 시대 상황 속에서 영남 남인들의 집단 상소는 역모로 몰릴 수도 있는 그야말로 목숨을 건 단체행동이었습니다.

이들의 공론은 결국 노론이 버티던 조정을 순식간에 뒤흔들었고, 정조는 직접 궁으로 이들을 불러 화답했습니다.

◀이상호 한국국학진흥원 책임연구위원▶
"상소 운동 같은 경우는 비판과 그것을 받아들이는 사람의 어떤 태도, 이런 것들을 보여주는 건데 아마 전근대 사회라는 기준으로 볼 때 세계에서 가장 발달한 형태의 어떤 비판 형식과 그걸 받아들이는 시스템이 아니었을까···"

이상호 박사의 책 '영남 선비들, 정조를 울리다'는 1792년 만인소 운동의 전개 과정을 속도감 있게 그려내며, 올바름을 향한 공론의 힘을 신뢰하고 실천에 옮겼던 당대 지식인의 모습을 입체적으로 담았습니다.

특히 책에선 노론에 의해 조정 진출이 가로막힌 영남 남인들의 여론을 지렛대 삼아 노론을 압박하고 정국을 주도하고자 했던 정조의 치밀한 정치가로서의 면모도 엿볼 수 있습니다.

◀이상호 한국국학진흥원 책임연구위원▶
"정조 같은 경우는 본인 개인의 입장을 위해서라도 사실은 영남이라는 새로운 어떤 정치적 세력이 필요했던 상황이었고 또 거꾸로 보면 영남 입장에서도 보면 100년 동안 중앙 정계에 진출하지 못했던 이 한이, 딱 맞아떨어졌던 걸로 볼 수 있고요."

최초의 만인소 운동은 이후 6차례 더 이어진 만인소의 원형이 됐고, 나아가 언로가 아예 막혔던 시기, 의병 운동과 독립운동으로 이어지는 실천정신의 철학적 기반이 됐다고 설명합니다.

◀이상호 한국국학진흥원 책임연구위원▶
"퇴계학이 가지고 있는 마음공부를 통한 실천성이 가장 강력하게 발현되면 결국은 불의를 보고 참지 못해서 청원 운동으로, 상소 운동으로 이어지는···"

목숨이 위험해도 옳은 말을 해서 세상을 바꾸고자 했던 선비들과 공론을 무겁게 받아들였던 조정.

지금의 정치에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습니다.

MBC 뉴스 김서현입니다. (영상취재 차영우, 그래픽 도민진)

김서현

추천 뉴스

최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