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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보니] 자폐스펙트럼② "제발 그냥 그대로 봐주세요"

장애인을 자식으로 둔 부모의 소원 중 하나는 자식보다 하루만이라도 더 사는 거라고 합니다. 장애인이 부모의 도움 없이 홀로 이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지적 장애나 자폐성 장애의 경우 나라의 도움을 어느 정도 받더라도, 보모가 살아 있더라도 사회생활을 해나가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이번 시간에는 자폐스페트럼 장애인 최선엽 씨의 어머니를 만나봤습니다.

"드라마와 현실은 다르다는 거 아마 대한민국 어디 전 세계에도 우영우와 같은 자폐스펙트럼 장애인은 없을 겁니다"

"기숙사 방 앞에서 놀림을··· 놀리고 샤워하는데 바보라고 놀리고··· 결국은 참다 참다 폭발한 적이 있었어요. 그때가 가장 가슴이 아팠고···"

[손은민 기자]
선엽 씨처럼 어머니도 소개 한마디 부탁드려요.

[윤손옥 어머니]
30대 자폐스펙트럼 장애를 앓고 있는 아들을 키우고 있는 엄마입니다. 안녕하세요?

[손은민 기자]
처음 좀 자폐 장애를 눈치챈 거, 혹시 언젠지 기억나세요?

[윤순옥 어머니]
미국에 교환 학생으로 갔다가 거기서 기숙사 생활할 때 좀 그런 면이 보여서 메디컬 케어로 돌아오게 되었을 때 경대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고, 아스퍼거와 서번트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 그러고 나서는 계속 선생님과 상담을, 주치의 선생님과 상담도 하고 미술 심리 치료라든지 할 수 있는 방법들은 모든 걸 동원해서 다 도와주었습니다.

[손은민 기자]
그전에는 전혀 모르셨어요?

[윤순옥 어머니]
그전에는 좀 친구들하고 교우 관계가 넓지 않고 또 괴롭히는 나쁜 아이들이 있어도 선엽이는 말을 하지 않고 그냥 참고 그러다 보니까, 그런 자폐 성향이라고는 좀 빨리 알아차리지 못했습니다.

[손은민 기자]
어릴 때 보닛 열어서 다 그렸다는 이야기도 제가 영상을 보고···

[윤순옥 어머니]
5세 때 별명이 차 박사였어요. 집에 있는 친척들의 차를, 먼저 보닛을 열어서 안을 전부 보고 그걸 상세하게 그림으로 상세도를 그렸거든요? 그다음부터는 우리 집에 오는 사람 무조건 보닛을 다 열어서 선엽이에게 보여주면 선엽이가 그걸 보고 또 혼자 그리고 그런 것도 있었고···

[손은민 기자]
자폐장애의 가족으로 산다는 게 어떤 건지?

[윤순옥 어머니]
모든 행동이나 생각은 본인 위주거든요? 그래서 가족이지만 가족들도 힘들 때가 있고 그렇지만 가족이니까 장애가 있다고 해서 다 이해하고 서로 배려하고 그렇게 살아가고.

저는 엄마니까 무한, 그냥 무한대로 선엽이에게 사랑을 주는 거고 동생도 또 형을 많이 지지해주고 선엽이도 동생을 끔찍하게 생각은 하죠.

[손은민 기자]
제일 선엽 씨 보호하시면서 가슴 아프셨던 적은?

[윤순옥 어머니]
선엽이가 자기 얘기하면서 엄마가 우는 걸 제일 싫어해요.

[손은민 기자]
남몰래 진짜 많이 우셨을 것 같은데···

[윤순옥 어머니]
제가 혼자 많이 울었고 제가 또 워낙 긍정적으로 살다 보니까 다른 사람한테 표현을 잘 안 하고 선엽이를 노출을 많이 안 시켰거든요? 그래서 서울에 떨어져 공부할 때가 가장 힘들었고, 그때는 도와줄 사람도 없었고 선엽이 혼자 그걸 다 오롯이 감당해야 하는 몫이었기 때문에 본인이 너무 힘들었을 거고···

거기에서 아이들이 대학생이라고 하는데도 아이들이 선엽이 기숙사 방 앞에서 놀리고 샤워하는데 바보라고 놀리고, 또 주로 혼자 걷거나 독백을 많이 하는데 그런 모습을 그대로 흉내 내면서 계속 힘들게 해서 결국 아이가 폭발하게 만들더라고요. 그래서 결국은 참다 참다 4년 만에 한 번 폭발한 적이 있었어요. 그때가 가장 가슴이 아팠고, 그러다 보니까 대학원을 다닐 때는 경산에서 서울까지 기차로 통학을 했습니다.

[손은민 기자]
계속 생활하기 너무 힘들어서···

[윤순옥 어머니]
그때 너무 힘들고 그래서 그렇게 통학을 하는 그 과정이 정말 보통의 의지 갖고는 할 수가 없는 거죠. 우리 같아도 할 수 없는 일들을 본인은 그 공부하겠다는 그 일념 하나로 그냥 그걸 다 견뎌냈었죠. 발바닥에 막 굳은살이 다 박이도록 걸어 다니고 뭐 허리에 허리 디스크가 올 정도로 앉아서 계속 쓰다 보니까 그런 쪽으로 힘들어도 뭐 지금도 열심히 하고 있죠.

[손은민 기자]
어머니는 드라마 우영우 보셨는지?

[윤순옥 어머니]
저는 다 봤습니다. 저는 보면서 드라마와 현실은 다르다는 거, 아마 대한민국 어디, 전 세계 어디도 우영우와 같은 자폐스펙트럼 장애인은 없을 겁니다.

[손은민 기자]
드라마가 인기 얻고 좋아지신 점이 있다면?

[윤순옥 어머니]
좋아진 점 있죠. 그전에는 선엽이를 설명하려면 참 힘들었었어요. 그래서 이렇다 저렇다 말하기가 싫어서 제가 잘 안 했는데, 지금 같은 경우에는 누가 묻거나 그러면 그냥 자연스럽게 "아, 우리 선엽이는 남자 우영우야" 그러면 그거로 좀 모든 게 그냥 대변되는 거는 있어서, 그거는 감사해요. 그리고 그런 드라마 때문에도 '이제 선엽이를 좀 노출을 시켜야 되겠다'. 삼십 대 중반인데, 혹시 혼자 어디를 다니다가도 그런 부분들을 모르는 사람들은 선엽이 덩치나 외모만 보고 무서워하거나 위험하다고 생각할까 봐, 그게 제일 제가 힘든 부분입니다.

사실 선엽이는 그냥 초등학생 같은 마음을 갖고 있거든요? 그래서 길가에 달팽이나 무당벌레 하나도 보면 꼭 손으로 잡아서 다시 풀숲으로 돌려보내고 함부로 그런 동물이나 식물을 해하지 않아요. 그리고 자기에게 조그마한 거라도 있으면 나눔을 하려고 해서 그 없는 용돈을 쪼개가지고 후원 단체에 계속 지금 후원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 제가 선엽이에게 "너는 보석처럼 빛난다"라고 얘기하는데···

[손은민 기자]
우영우 드라마랑 제일 다르다고 느꼈던 거 어떤 것인지?

[윤순옥 어머니]
생활이 스스로 혼자 안 되죠. 그런 부분은 공부하는 면에서는 학습적이나 지능적인 면에서는 혼자 다 할 수 있지만 생활적인 면에서는 혼자 스스로 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도움이 필요하죠.

[손은민 기자]
연인을 만든다거나, 친구를 만든다거나, 거기에 나오는 사회적인 배경들은 어떠세요? 현실과 좀 어떻게 다른가요?

[윤순옥 어머니]
다르죠. 일반적인 친구들하고 얘기하면 공통 관심사가 없으면 멀어지잖아요? 지금 선엽이 나이가 30대 중반이니까 다 결혼하고 가정을 이루거나 애인이 있고 하지만 선엽이는 오직 머릿속에 공부, 자기가 해야 하는 공부하는 목표밖에 없기 때문에 그런 쪽으로는 대화가 안 되니까 그냥 일반적인 친구는 없죠.

[손은민 기자]
그런 변호사 선배 같은 선배들이 있었어요?

[윤순옥 어머니]

제일 크게 도움을 준 분은 고려대에 입학했을 때 장애지원센터에 박영해 과장님이 계셨는데, 아버지처럼 선엽이를 데리고 다니고 보살펴주고 지금까지 그 어려운 공부를 할 수 있게 서울에서 할 수 있었던 것도 그렇게 도와주셨던 분들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하고.

[손은민 기자]
이런 것들이 참 지자체나 이렇게 지역사회에 있었으면 좋겠다는 점은?

[윤순옥 어머니]
일반적인 자폐스펙트럼은 도와주는 방법도 있고 하던데, 지능이 있는 아이들에 대한 지원은 아직까지 계획된 게 없었고 실시하고 있는 곳도 없었습니다. 전문 상담사가 아직 우리나라에는 체계적으로 되어 있지 않아서 좀 그런 부분들이 앞으로는 더 우리나라에도 이제 확대되는 그런 걸 좀 바라봅니다.

[손은민 기자]
어떤 이야기를 좀 사람들이 들어줬으면 좋겠다 싶나요?

[윤순옥 어머니]
자폐스펙트럼을 가진 아이들도 다 자기 나름의 생각이 있고 또 본인대로의 의지가 있습니다. 그래서 첫째는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지 않는 것, 그게 가장 큰 거일 것 같고 그냥 좀 그대로 내버려 두라고 하고 싶네요. 그래서 옆에서 말을 하거나 한 번 더 쳐다보거나 수군대는 게 아이에게는 엄청난 상처일 수 있거든요? 또 자존감의 문제도 있고. 그냥 '우리 주위에도 이런 아이가 있구나'라고 그냥 따뜻한 눈길로만 좀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윤영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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