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제6호 태풍 카눈이 관통해 지나간 경북지역 곳곳에서도 피해 접수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나무가 부러지고, 도로가 유실되는가 하면, 아직 수확도 못 해 본 사과가 수두룩하게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김경철 기자입니다.
◀기자▶
거대한 컨테이너가 거꾸로 뒤집혀 언덕길 위에 위태롭게 놓여 있습니다.
성인 몸통만 한 나무 기둥은 두 동강 난 채로 힘 없이 쓰러졌습니다.
바로 옆 사과밭은 그야말로 쑥대밭이 됐습니다.
지주대와 와이어로 꽁꽁 묶어뒀던 사과나무는 뿌리째 뽑혀 나갔고, 바닥에는 아직 수확도 못 한 사과가 수두룩하게 떨어졌습니다.
제6호 태풍 카눈이 문경지역을 정면으로 관통해 지나면서 특히 낙과 피해가 잇따라 접수되고 있습니다.
"평소 같으면 나무 한 그루당 1백 개 넘는 사과가 달렸지만, 지금은 보시는 것처럼 사과가 단 한 개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이미 봄철 냉해로 2023년 착과량이 30%가량 줄어든 데다, 이 가운데 절반가량이 이번 태풍으로 떨어져 버린 겁니다.
태풍을 버텨 낸 사과도 강풍에 멍들고 상처 난 게 많아 제값을 받을 수 있을지 농민들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양재훈 문경 사과 재배▶
"거의 없다시피 할 정도로 이렇게 떨어져 버리니 아무 생각 없고, 허탈했죠.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없으니까. 많이 가슴 아픕니다."
문경시와 농업기술원 등에서 인력을 지원해 피해 복구를 돕고 있지만, 턱없이 부족하기만 합니다.
◀김정국 문경 사과 재배▶
"(나무를) 바로 세우면 어느 정도 8~90%는 살 수 있고, 미처 부러진 나무는 결국은 고사하겠죠."
이번 태풍으로 경북에서는 낙과와 침수 등 농작물 297헥타르가 피해를 입은 것으로 현재까지 집계됐습니다.
영양군 영양읍의 지방도 918호선 일부 구간이 유실돼 응급 복구 중이고, 의성군 춘산면에서는 쌍계천의 제방이 유실돼 인접한 농어촌 도로 한 곳이 통제되고 있습니다.
청송의 한 고등학교에서는 담장 옆 과수원 배수로가 범람해 일부 침수되는 등 경북 도내 학교 9곳에서도 피해 신고가 잇따랐습니다.
경북에서는 한때 1만 명가량의 주민이 경로당과 주민센터 등으로 대피하기도 했지만, 태풍 특보가 모두 해제되면서 경상북도는 11일 중 대부분 주민이 귀가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MBC 뉴스 김경철입니다. (영상취재 배경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