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소멸 대응기금 집행률 저조···이유는?
인구 감소 등으로 지역 소멸을 막기 위해 정부는 지난 2022년부터 10년 동안 10조 원을 지방소멸 대응기금이라는 명목으로 투입합니다.
기금을 받은 지자체는 지방 소멸에 대응하는 사업을 발굴해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대응 기금을 거의 한 푼도 쓰지 못한 지자체도 많고, 기금 집행률이 한 자릿수가 되는 지자체도 수두룩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어찌 된 일일까요?
영천 집행률 1.2%·대구 남구 0.93%···그러나 다 쓴 지자체도 있어
최근 국회예산정책처가 "2023년 정기국회·국정감사 한눈에 보는 재정·경제 주요 이슈"를 발표했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12월 31일 기준 전국 122개 지자체(인구소멸 위기지역 89개, 관심지역 18개, 광역 15개)에서 제시한 지방소멸대응기금사업은 총 509개, 기금 배분액은 7,477억 원이며, 전체 집행률은 26.1%로 나타났습니다.
15개 광역지원 계정 집행률은 87.1%인 반면, 인구감소 지역인 기초지원 계정 집행률은 5.7%로 매우 낮았습니다.
지역별로는 광주, 울산, 제주 지역 지방소멸 대응기금 사업 전체 집행률은 0%, 경남지역 전체 집행률은 33%로 가장 높았고, 전남 31.6%, 강원 30.3% 순으로 다른 지자체와 비교하여 상대적으로 높았습니다.
좀 더 대구와 경북지역 집행률을 살펴보면, 고령은 1.9%, 영천 1.2%, 대구 남구는 0.93%입니다.
행정안전부는 기금 배분 후 지자체의 예산 편성과 의회 승인 절차, 투자 심사 등 사전 절차에 시간이 걸렸다며 기금 집행 부진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충북 보은군의 경우 집행률이 100%로 기금을 전부 소화한 지자체도 있고, 경북에서도 의성군 54.5%, 상주시 46.3% 등 집행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지자체도 있습니다.
지자체의 의지 부족이 원인?
집행률이 낮은 지자체는 지방소멸 대응기금을 활용해 인구 소멸을 막으려는 의지가 부족하다는 게 전문가의 지적입니다.
지방소멸 대응기금을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 사업을 기획하고 집행하는 업무를 실·국 형태도 아닌 서너 명의 팀 조직에만 맡기는 것도 집행률 저조의 원인으로 지목됩니다.
대부분 지자체의 담당 부서 인원은 많아야 3명. '인구 감소 위기'라는 공통 과제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 부서 간 협력체계도 없습니다.
개선 방안은 없나?
한 부서에만 맡기는 현재 조직으로는 지방소멸 대응기금을 집행하기에는 역부족하다는 게 전문가의 의견입니다.
서정민 지역순환경제센터장 "시장, 군수 지자체장 직속이거나 적어도 부지자체장 산하의 총괄 역할을 할 수 있는 부서여야 되고, 모든 관련되는 주거, 생활 여건, 경제 일자리, 교육 문제까지 다양한 관련된 부서들이 모두 참여하는 행정협의체가 실질적으로 작동해야 집행률을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부 역시 기금만 던져주고 지자체 모두 맡긴 채로 성과를 내기는 어렵다는 지적을 받습니다.
지역 소멸이라는 돌이킬 수 없는 위기 상황에서 있는 정부와 지자체의 안일한 대응으로 주어진 자금마저 썩히며 마지막 기회를 잃어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