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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소멸 대응기금, 줘도 못 쓰나?

◀앵커▶
인구 감소 등으로 지역 소멸을 막기 위해 정부는 2022년부터 10년 동안 10조 원의 지방 소멸 대응기금을 전국 지자체에 투입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기금 집행률이 한 자릿수가 되지 않거나 심지어 한 푼도 쓰지 않은 지자체도 있습니다.

'줘도 못쓰나?' 이런 말이 나오는 이유인데요, 중앙과 지방 정부의 준비 부족, 노력 부족이 빚어낸 결과라는 지적입니다.

한태연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경북 고령군은 2022년 지방 소멸 대응기금으로 정부로부터 60억 원을 받았습니다.

대가야읍사무소 청사 이전과 연계한 생활 SOC 복합화 사업을 비롯해 스마트팜 조성 사업, 농산물 가공지원센터와 문화예술창작소 건립에 투입한다는 계획입니다.

그런데, 1년이 넘은 지금까지 집행률은 1.9%, 1억 천6백여 만 원만 집행됐습니다.

◀경북 고령군 관계자▶
"사업을 계획해서 바로 시행하기가 조금 어려운 사항이었습니다. 여러 가지 행정 절차라든지 구상하고 계획하는 단계에서 바로 착공한다는 것이 조금 어렵지 않나"

경북 영천의 지방소멸 대응기금 집행률은 1.2%에 불과합니다. 

대구에서는 남구가 지방 소멸 대응기금을 받았는데, 집행률이 0.93%로 1%도 되지 않습니다.

최근 국회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말 기준 전국 122개 인구 소멸 위기 지역의 전체 기금 집행률은 26.1%입니다. 

기초자치단체만 보면 집행률은 5.7%로 더욱 낮았습니다.

행정안전부는 기금 배분 후 지자체의 예산 편성과 의회 승인 절차, 투자 심사 등 사전 절차에 시간이 걸렸다며 기금 집행 부진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그런데, 충북 보은군의 경우 집행률이 100%로 기금을 전부 사용했고 경북에서도 의성군 54.5%, 상주시 46.3% 등 높은 집행률을 기록해 지역에 따라 큰 차이를 보입니다.

인구 소멸을 막으려는 지자체의 의지 부족이 가장 큰 문제로 꼽힙니다. 

지방소멸 대응기금을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 사업을 기획하고 집행하는 업무를 실·국 형태도 아닌 서너 명의 팀 조직에만 맡기는 것도 집행률 저조의 원인으로 지목됩니다.

◀경북 고령군 관계자▶
"(사업) 총괄하는 입장 하고 사용 부서의 의견을 들어야 하고, 그런 게 있다 보니까 결정을 하는 데 있어서 한 번 더 거치는 과정이 생기고 하니까···"

'인구 감소 위기'라는 공통 과제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 부서 간 협력체계도 없습니다.

◀서정민 지역순환경제센터장▶
"시장, 군수 지자체장 직속이거나 적어도 부지자체장 산하의 총괄 역할을 할 수 있는 부서여야 되고, 모든 관련되는 주거, 생활 여건, 경제 일자리, 교육 문제까지 다양한 관련된 부서들이 모두 참여하는 행정협의체가 실질적으로 작동해야 집행률을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부 역시 기금만 던져주고 지자체에 모두 맡긴 채로 성과를 내기는 어렵다는 지적을 받습니다. 

지역 소멸이라는 돌이킬 수 없는 위기 상황에서도 정부와 지자체의 안일한 대응으로 주어진 자금마저 썩히며 마지막 기회를 잃어가고 있습니다.  

MBC 뉴스 한태연입니다. (영상취재 윤종희)

한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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