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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 낙동강변에 생태계 교란종 군락지 조성한 정부···"우리나라 고유종 씨 말려"

정부가 4대강 사업을 추진하면서 생태계 교란종인 큰금계국의 씨를 대량으로 뿌려 수십만 제곱미터의 군락지를 만든 사실이 확인되었습니다.

큰금계국 군락지가 자리 잡은 곳에는 우리나라 고유 식물들이 사라져 생물종 다양성을 찾아볼 수가 없어 정부가 우리 고유종의 씨를 말린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경북 구미시 낙동강변 수십만㎡ 들판을 채운 큰금계국···우리나라 생태계에는 '재앙'
경상북도 구미시 고아읍에 있는 낙동강변의 수십만 제곱미터의 넓은 평지에는 노란색 꽃으로 물들인 풍경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북미 대륙이 원산지인 큰금계국이 들판을 가득 채우고 있는 것인데 마치 아메리카 대륙의 초원을 보는 듯합니다.


큰금계국의 꽃이 피어 온통 꽃밭처럼 변해버려 보기에는 장관이지만 우리나라 생태계에는 재앙과 같은 일입니다.

여러해살이풀인 큰금계국은 전 세계적으로 알려진 생태교란종으로 한 번 자리를 잡으면 다른 식물이 들어설 수 없기 때문입니다.

큰금계국은 종자뿐 아니라 뿌리로도 번식하는 식물로 그 생명력이 너무 강한 탓입니다.

과거 이곳 고아읍 일원의 해평습지에는 갈대와 물억새, 쑥류, 패랭이꽃류 등 고유 식물이 자리를 잡았지만, 지금은 좀처럼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김종원 전 계명대 생물학과 교수는 "이 고수부지에 있어야 할 쑥 종류 그리고 패랭이꽃 종류, 그다음에 비수리 종류 이런 야생에 있어야 할 우리 고유 식물들이 제 현재 눈에서는 하나도 안 보입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거대한 규모의 큰금계국 군락지···우리 고유 식물들의 꽃들에 나비·벌 찾아갈 확률 현저히 떨어져
큰금계국은 자신의 서식지 주변 생태계에만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 더욱 문제입니다.


거대한 규모의 큰금계국 군락지의 꽃은 벌과 나비를 끌어들입니다.

그래서 우리 고유 식물들의 꽃들에 벌 등이 찾아갈 빈도나 확률이 현저히 떨어집니다.

김종원 전 계명대 생물학과 교수는 "벌의 방문 횟수가 줄어들게 되면 수정해서 꽃가루받이를 통해서 종자 생산의 생산성이 떨어질 수 있죠. 거기에서 벼랑에 내몰린 희귀식물, 우리 고유 식물이 더욱더 희귀해질 수밖에 없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정부, 4대강 사업의 하나로 낙동강변 탐방로 조성···대규모로 씨 뿌리면서 큰금계국 군락지 탄생
큰금계국은 왜 이곳에서 우점종이 되었을까?

정부가 4대강 사업의 하나로 낙동강변 탐방로 조성을 하면서 보기 좋게 하려고 주변에 대규모로 씨를 뿌려서 큰금계국 군락지가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나라 생태계에 치명상을 주는 생태교란종의 군락지를 정부가 예산을 들여 만든 것입니다.

1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환경부는 공식적인 생태계 교란종이 아니라는 이유로 그대로 방관하고 있습니다.

낙동강유역환경청 관계자는 "구미시에서는 이거를 지금 처리를 못 한다고 하세요. 그 이유가 이 큰금계국이라는 게 환경부에서 지정한 생태계 교란종이 아니기 때문에 지금 구미시에서는 가시박만 처리하고 있대요."라고 밝혔습니다.

일본을 비롯한 세계 선진국들이 큰금계국을 침입 외래식물로 규정하고 번식을 막기 위해 철저히 관리하는 것과 대조가 됩니다.


환경단체 "환경부, 큰금계국을 생태계 교란종 지정하지 않아···직무 유기"
환경단체들은 지금까지 많은 문제 제기에도 불구하고 환경부가 생태계 교란종으로 정하지 않는 등 직무를 유기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몇 년 전에 큰금계국 문제를 언론에서 대대적으로 보도하며 지적했어요. 그때 환경부는 대책을 세우겠다고 밝혔는데 아직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습니다."라고 비판했습니다.

대구환경운동연합은 해평습지는 멸종위기종인 재두루미와 흑두루미는 물론 각종 겨울 철새의 도래지로서 중요한 습지여서 습지 보호구역으로 빨리 지정을 해서 보존할 것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큰금계국의 군락지의 확산은 이곳 해평습지만의 문제가 아니라 현재 전국 하천에서 진행되고 있는 현상입니다.

각 지방자치단체나 정부 또는 공공 기관이 경관을 좋게 하기 위해 돈을 들여서 큰금계국 군락을 조성한 때문입니다.

4대강 사업과 같은 정치적인 논리에 밀려 전국의 하천 생태계가 식민지화되면서 고유 생물종들이 사라지고 있는 것입니다.

김종원 전 계명대학교 생물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서식 생태학이 정치적 생태학으로 변해버렸어요. 한국 생태계의 맥도날드화 또는 식민지화인데요. 너무 심각합니다."라고 현 상황에 대해 개탄했습니다.

생태계를 교란하는 큰금계국이 더 이상 번식하지 않고 우리나라 고유 식물이 보호받을 수 있도록 이제라도 정부의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합니다.



























심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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