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 하루 전에···또 산재 사망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9월 27일, 대구 달성군의 한 건설 현장에서 일하던 60대 가장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위험할 거라는 경고가 있었지만 현장에서 무시됐고, 공사비를 조금이라도 더 아끼려다, 공사를 좀 더 빨리 진행하려고 무리하다, 결국 사고가 났다고 함께 일한 동료 노동자들은 말했습니다.
사고가 난 건 이미 귀향 행렬이 시작된 저녁 6시 40분쯤입니다.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 상가를 새로 짓는 공사 현장에서 붕괴 사고가 났습니다.
이동식 크레인이, 격자로 된 콘크리트 거푸집 보와 보 사이 엉성하게 놓인 각 파이프 위로 수백 장 합판 더미를 내려놓자마자 구조물이 그대로 무너져 내렸습니다.
4톤가량으로 추정되는 자재 더미의 무게를 견디지 못한 겁니다.
거푸집 위에 있던 노동자 2명이 자재들과 함께 4m 아래 바닥으로 떨어졌습니다.
60대 노동자가 자재 더미에 깔려 숨졌습니다.
함께 떨어진 다른 노동자와 구조물 아래서 일하던 다른 한 명도 크게 다쳤습니다.
경고 무시하고 공사비 줄여 빨리빨리
사고가 나기 전, 작업자 몇몇이 붕괴 위험을 지적하며 작업을 만류했습니다.
하지만 무시됐다고 동료들은 말합니다.
현장 목격 동료 "보와 보 사이에 파이프를 쭉 깔고, 위에 합판 슬라브를 대서 4면을 단단하게 고정해 놓고 자재를 받아야(올려야) 하는 게 원칙인데, 그 위에 덜렁 파이프만 걸쳐놓고 하니까··· 이렇게 작업하는 곳은 처음 봅니다, 지금까지 30년을 일하도록. 밴딩을(자재 꾸러미를) 다른 데 받자고 했는데도 불구하고 그 옆에 꾸역꾸역···"
엉성하게 놓인 파이프는 고정조차 하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구조물이 얼마의 무게를 버틸 수 있는지 따지는 중량물 이양 계획도 없었다고 현장 노동자들은 증언했습니다.
거푸집을 떠받치는 지지대 파이프도 법이 정한 간격보다 훨씬 넓게 듬성듬성 설치됐다고 했습니다.
현장에선 물을 먹어 썩은 합판 같은 값싼 자재를 썼다고도 말했습니다.
반면 추락사고에 대비한 안전 그물망이나 안전대, 안전 난간은 없었습니다.
노동자들은 수 미터 높이 구조물 위에서 생명줄 역할을 하는 안전로프 없이 일했습니다.
"막을 수 있었는데···사업주 처벌하라"
사고 당일 정해진 작업은 오후 4시쯤 끝났습니다.
예상보다 작업이 일찍 끝나자, 다음 날 작업을 조금이라도 더 해놓으려다 일이 터졌다고 사고 현장에서 일한 노동자는 말했습니다.
건설노조는 비싸게 부른 크레인을 최대한 많이 쓰기 위해, 최소한의 안전조치 없이, 예정에도 없던 작업을 강행하다 사고가 난 거라고 주장했습니다.
주경윤 전국건설노조 대구경북본부 부지부장 "크레인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서 해가 지는 시간까지도 작업을 강행하며··· 노동을 강요한 회사의 욕심이 결국 사람을 죽인 겁니다. 명백한 살인입니다. 안전 관리 비용 삭감, 저품질 자재, 공사 기간 단축으로 이윤을 한 푼이라도 더 남기려는 건설사와 이들을 관리·감독해야 할 관계 기관들의 안일한 행정 때문에 매년 몇백 명이 죽어 나가고 있습니다."
유독 길었던 이번 추석 연휴를 유가족들은 눈물과 후회로 보냈습니다.
그리고도 가족의 죽음이 단순한 사고로 끝나버릴까 아직 장례조차 치르지 못하고 있습니다.
유가족 "내일이면 추석 연휴를 쉰다고 일하러 갔는데 이렇게 됐어요. 이제 애들도 다 크고 우리 둘이 잘 살자고 했는데··· 정말 성실했거든요. 전날 비 오는 날도 일 나가고, 그 전날도 가고. 그렇게 열악한 줄 몰랐어요. 일이 힘들다고 하더라고요. 예전에 일할 때보다 배로 힘들다고··· 이렇게 열악한 줄 알았으면 출근을 안 시켰을 텐데··· (사고 현장에) 가보니까 너무 열악하더라고요. (일터에) 보낸 제가 잘못인 것 같아요."
대구지방고용노동청은 사고 현장에 작업 중지 명령을 내렸습니다.
왜 구조물이 붕괴했는지, 현장에서 산업안전보건법을 위반한 게 있는지 조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고가 난 현장은 공사비 50억 원 미만으로 사업주에게 형사처벌 등 직접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중대재해처벌법의 적용 대상이 아닙니다.
건설노조는 현장 관리자뿐만 아니라, 위험한 사업장에 대해 최종적으로 책임이 있는 사업주를 철저히 조사하고 처벌하라고 촉구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현장 관리자만 바뀐 채로 또다시 사람이 죽는 일터가 계속될 거라는 겁니다.
산재 사망자 셋 중 둘···중대재해처벌법 밖에 있다
고용노동부 집계에 따르면, 2023년 상반기에만 289명이 일터에서 목숨을 잃었습니다.
이런 산재 사망자 중 절반이 건설업에서 일하다 사고를 당했습니다.
이보다 많은 62%, 셋 중 두 명은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 밖에 있는 소규모 사업장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