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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 '경찰 없는 동네' 괜찮을까? 대구도 치안센터 41곳 중 25곳 없앤다···읍면동 절반이 '경찰관서 없어'


불 밝히고 동네 지키던 치안센터 없앤다
주택가 골목 모퉁이에, 번화가 가운데, 인적 드문 도로변 등에 자리 잡고 밤에도 불을 환하게 밝히고 있는 경찰 치안센터, 오가며 본 적 있으시지요?

밤길을 불안하게 걷다가도 멀리 치안센터 불빛을 보면 왠지 든든하고 안심됐던 경험도 있으실 겁니다.

이렇게 동네 곳곳에 자리한 대구의 치안센터 3곳 중 2곳이 없어질 전망입니다.

경찰청이 전국의 치안센터를 폐지하는 방향의 조직 개편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효율적인 국유재산 관리와 현장 투입 인력 확보를 위해서'라고 경찰은 개편 배경을 밝혔는데요.

치안센터를 유지할 예산과 인력이 부족하다는 게 가장 큰 이유입니다.

걸어서 순찰하던 때의 파출소를 차량 순찰 중심의 지구대로 통폐합하면서 남은 파출소 건물을 '치안센터'로 이름을 바꿔 유지해 왔는데, 대부분 오래된 건물입니다.

대구경찰청 관계자는 "치안센터에는 별도의 예산이 없어서 낡고 고장 난 건물을 보수하기도 힘든 상황이고 투입할 인력도 모자라서 상주하는 근무자 없이 문을 닫고 방치된 치안센터도 여럿"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런 배경을 바탕으로 경찰청은 애초 전국 치안센터 952곳 가운데 576곳을 없애려 했습니다.

하지만 치안 공백을 우려하는 지역민 반발이 거세자 2023년에는 대구를 비롯해 서울, 부산, 대전, 광주, 울산, 인천 등 7개 광역시와 대도시권 지역의 치안센터 202곳만 폐지하기로 계획을 바꿨습니다.

경상북도를 포함해 치안 활동의 관할 권역이 넓은 농어촌과 도농복합 지역의 치안센터 폐지 계획은 2024년 6월까지 일단 보류한 겁니다.


대구는 41곳 중 25곳, 60%를 2023년 안에 폐지
현재 대구경찰청 관할에는 41개 치안센터가 있습니다.

이 중 25곳이 2023년 안에 없어집니다.

중구 4곳(동인 치안센터, 대봉 치안센터, 남문 치안센터, 신남 치안센터), 동구 7곳(신암5동 치안센터, 신천 치안센터, 신암1동 치안센터, 신천3동 치안센터, 동대구역 치안센터, 방촌 치안센터, 대림 치안센터), 서구 3곳(내당2동 치안센터, 북비산 치안센터, 원평 치안센터), 남구 2곳(이천 치안센터, 명동 치안센터) 북구 2곳(노원2가 치안센터, 매천 치안센터), 수성구 7곳(고산1동 치안센터, 범어3동 치안센터, 수성 치안센터, 지산2동 치안센터, 범물 치안센터, 범어4동 치안센터, 황금2동 치안센터) 등입니다.

내부 폐지 승인은 이미 났고, 치안센터 건물과 땅을 국고로 반납하는 절차만 남았습니다.

2023년 안에 이 절차를 끝내면, 치안센터 건물의 경찰 간판도 떼는 겁니다.

남은 치안센터 16곳도 차차 폐지 수순을 밟을 전망입니다.

동구 신암4동 치안센터는 근처 재개발사업에 묶여서, 서구 비산7동 치안센터는 지구대 임시 사용으로 폐지가 미뤄졌을 뿐이고, 다른 14개 치안센터도 청소년 경찰학교나 상시교육센터 등으로 활용할 계획입니다.


"경찰 건물만 사라지는 것···치안 공백 없다"
대구경찰청은 경찰 건물만 사라질 뿐, 치안센터 폐지로 인한 치안 공백은 없을 거라고 밝혔습니다. 

순찰과 신고 출동, 민원 처리 같은 치안 업무는 지금도 지구대와 파출소가 맡고 있다는 겁니다.

대구는 2~3개 동마다 지구대가 있습니다.

지구대가 관할하는 면적이 상대적으로 넓지 않고, 지구대나 파출소 간 거리도 멀지 않아서 신고 출동이나 민원 대응에는 큰 문제가 없다는 설명입니다.

폐지되는 대구의 치안센터 25곳에 현재 근무자는 18명.

치안센터 18곳에 각 한 명씩 근무자가 배치돼 9시부터 18시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나머지 치안센터 6곳은 지금도 상주하는 경찰 없이 운영 중입니다.

현재의 치안센터도 치안 활동보다는 순찰차가 거점으로 두고 대기 장소로 활용하거나, 방문 민원인을 지구대로 안내하는 역할만 하고 있어서 센터가 폐지된다고 치안 사각지대가 생기지는 않을 거라는 겁니다.

경찰은 시민 불안을 고려해서 치안센터가 폐지되는 지역에 순찰을 강화하고, 치안 상황에 맞게 대처할 방침이라고 했습니다.


"가까이서 든든했는데···불안합니다"
치안센터가 폐지되는 동네를 돌아보며 주민들 생각을 들어봤습니다.

한목소리로 폐지를 반대했습니다.

동네 치안이 걱정되고 불안하다고 말했습니다.

손광일 대구시 수성구 지산동 "여기 보시면 가로등이 잘 안 보이잖아요. 이렇게 건물이 있고 순찰도 돌고 하면 좋은데··· 요즘 범죄 사건도 많고 딸 키우는 입장에서는 솔직히 좀 많이 불안합니다."

경찰 간판에 불이 켜져 있는 것 만으로도, 경찰차 한 대가 그저 서 있는 것 만으로도, 심리적으로 든든하고 범죄를 막는 효과가 크다는 겁니다.

석병안 대구시 수성구 지산동 "옆에 있으니까 든든하잖아요. (치안센터 앞에) 전화기 있잖아요, 저거 들고 신고하면 지구대에서 쫓아오잖아요. (근무자 없는 밤에도) 그렇게 이용했는데 없어지면 아무래도 불안하죠. 여기 밤 되면 술 먹고 다니는 사람도 많거든요. 순찰차만 대 놓더라도 있으면 안심이 되잖아요, 보기만 봐도 안심이 되잖아. 그리고 죄 짓는 사람이 피해 다니니까 경찰을 아무래도···"

경찰 내부에서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전국경찰직장협의회는 "읍면동 단위의 치안을 포기하면서까지 치안센터 부지를 반납하려는 의도를 알 수 없다"면서 "급속히 치안센터 폐지가 이뤄지면 치안 서비스 저하 등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대구경찰청 직장협의회도 치안센터 폐지가 아니라 모자란 인력과 예산을 충원하는 게 답이라고 말했습니다.

문기영 대구경찰청 직장협의회 대표 "치안센터는 존치 만으로도 지역 주민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주는 공간입니다. 시민 체감 치안 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판단되고. 공교롭게도 최근 경찰청의 현장 치안력 강화를 위한 조직 개편과 맞물려 치안센터 폐지 매각이 진행되고 있는데 과연 현장 치안력 강화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의구심이 드는 상황입니다. 경찰 채용 자체를 늘려야 합니다. 내부 인원으로 치안 현장 인력을 강화하겠다는 건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그런 상황이라고 보입니다."

문기영 대구경찰청 직장협의회 대표
문기영 대구경찰청 직장협의회 대표

대구도 읍면동 절반 79곳, 경찰관서 없는 동네
경북 영천에서는 주민들이 통폐합된 파출소를 다시 부활해달라는 서명을 모아 경찰에 제출하기도 했습니다.

농수산물 절도, 농기계 교통사고, 보이스피싱 등 인구는 적지만 경찰을 찾을 범죄가 많은데 경찰을 만나려면 버스를 타고 30분, 한 시간씩 가야 하게 됐다고 분통을 터트렸습니다. 

현재도 치안을 담당하는 경찰 관서가 없는 읍면동이 대구에 60곳에 달합니다.

폐지가 확정된 곳을 더하면 전체 행정동 150곳 가운데 79곳, 52%가 상주 경찰관 한 명 없는 동네로 늘어납니다 .

지구대와 파출소 한 곳이 담당하는 지역이 넓은 경상북도는 더 심할 겁니다. 

경찰 없는 동네, 괜찮을까요?

손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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