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로 침수·고립 잇따랐던 대구···배수로 정리하던 주민 1명 숨져
대구에서는 2024년 7월 10일 폭우가 쏟아지면서 침수와 주민 고립이 잇따랐습니다.
배수로를 정리하려던 주민 1명은 숨졌습니다.
금호강은 범람했습니다.
주민들은 인명구조 헬기에 의지해 목숨을 부지해야 했고, 생계 터전은 누런 흙탕물에 씻겨 내려갔습니다.
수해 현장의 목격자는 "물이 너무 많이 불어나기 때문에 미처 피할 새가 없어서 구조 대원들이 직접 가지 못하고 헬기로 구조를 했다"고 말했습니다.
7월 10일 오전에는 이런 긴박한 상황이 대구 시내에서 전개되고 있었던 겁니다.
대구 신천동로 통제 중인 상황에서 신천 물놀이장 개장식 열려···홍준표 대구시장·이만규 대구시의회 의장·강은희 대구시 교육감 참석
그런데 불과 몇 시간 뒤인 오후 3시, 신천에서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고 합니다.
바로 신천 물놀이장 개장식입니다.
홍준표 대구시장과 이만규 대구시 의회 의장, 강은희 대구시 교육감, 관계 공무원 등이 이 자리에 참석했습니다.
그 시각, 물놀이 행사장 건너편인 신천동로는 계속 통제 중인 상황이었습니다.
누런 흙탕물도 신천을 넘어설 듯 둔치를 위협하고 있었습니다.
홍준표 시장은 개소식 행사장에서 "신천이 대구 시민들의 명소를 넘어서서 대한민국의 명소가 되도록 여러분들이 잘 가꿔 주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축사에서 안전에 대한 당부도 있기는 했습니다.
수해가 아닌, 물놀이장 안전이었습니다.
이만규 대구시 의회 의장은 "이 물놀이장 폐장하는 그날까지 정말 안전에 더 유의해 주시기를 당부드리며 다시 한번 물놀이장 개장을 축하드립니다."라고 언급했습니다.
이 의장은 강은희 대구시 교육감이 폭우로 인한 학교 점검을 하다가 개소식에 급하게 참석하게 됐다고 덧붙였습니다.
강은희 대구시 교육감은 개장식 축사에서 "신천 지킴이 여러분도 함께해 주셨는데요, 아이들 오면 잘 부탁드립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물놀이장 개장식 당시 비는 그쳤지만, 마음 놓을 상황은 아니었습니다.
대구시 "물놀이장 개소식, 오래전부터 잡혀 있던 일정"
불어난 물에 신천동로가 통제됐고, 소방 구조대가 동구 금강동 고립 인원의 안전을 확보하는 등 물 폭탄의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었던 겁니다.
장마 기간 내린 비로 지반이 약해져 있어 산사태 우려도 있었습니다.
금호강 수위 상승으로 하천 주변 접근을 자제해 달라는 재난안전 문자도 당일 오후 7시가 다 되어서 시민들에게 발송됐습니다.
수해로 인한 피해 복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물놀이장 개장 행사를 주관한 대구시 관계자는 "그 일정(물놀이장 개소식)이 그날 잡은 것도 아니고 오래전부터 잡혀 있었던 일정이라서···"라며 개소식을 일정대로 진행한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침수 피해가 잇따르는데 단체장이 물놀이 개장식에 참석한 것은 "부적절하다"는 비판도 제기됐습니다.
조국혁신당 "이토록 참혹한 날 홍 시장은 물놀이 개장식 참석···시민 안전 뒷전, 정신 좀 챙기시길"
조국혁신당 대구시당은 논평을 내고 "대구에서 200mm 넘는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져 시민이 목숨을 잃고, 수백 명이 대피하는 등의 사고가 있었다"며 "이토록 참혹한 날 홍 시장은 물놀이 개장식에 참석해 또 재난 대비에 소홀하고 시민 안전은 뒷전에 둔 모습을 보였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지난해 수해 골프 이어 두 번째"라며 "집중호우로 재난이 속출하는 상황에서 시장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모르는 것인지 홍준표 시장의 부적절한 행태에 한숨만 나온다"고 꼬집었습니다.
그러면서 "1년 전 비판에 대해 '겸허히 받아들인다'더니 시늉만 한 것은 아니냐?"면서 "아직 끝나지 않은 장마에 더 이상 피해가 없도록 제발 대구 시민의 안전을 지키는 일에 1분 1초라도 더 챙기시길 바란다. 이젠 정말 정신 좀 챙기시길 바란다"고 촉구했습니다.
대구시, 1년 전 집중호우 때도 신천 물놀이장 개장···홍준표 시장, 개장식 참석 이후 골프 쳤다가 대국민 사과문 발표
대구시와 홍준표 시장의 신천 물놀이장과의 악연은 이번만이 아닙니다.
대구시는 1년 전인 2023년 7월에도 집중호우로 전국에서 인명 피해가 발생하는 와중에 물놀이장 개장식을 열어 물의를 빚었습니다.
특히 홍 시장은 당시 이 개장식에 참석한 뒤 지인들과 골프를 친 사실이 알려져 "주말에 테니스는 되고, 골프는 안 되냐?"며 반발하다가 결국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당 윤리위원회로부터 당원권 정지 10개월의 중징계도 받았습니다.
거침없는 물 폭탄이 쏟아져 인명 피해·재산 피해가 속출하는 가운데 이뤄진 신천 물놀이장 개장식.
대구를 책임지는 기관장들의 표정 속에는 대구시민의 안전을 진심으로 걱정하는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워 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