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최대 규모의 뮤지컬 축제인 딤프가 올해로 20주년을 맞았습니다. 20회 동안 단 한 번도 끊기지 않고 뮤지컬을 대표하는 축제로 성장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하고 있습니다. 지난 19일 개막한 딤프는 7월 6일까지 대구를 뮤지컬 열기로 뜨겁게 달굴 예정입니다. ‘토크ON’은 배성혁 딤프 집행위원장과 함께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20주년에 담긴 의미와 앞으로의 과제를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김상호 사회자]
배성혁 딤프 집행위원장 나오셨습니다. 2006년 프레(pre) 페스티벌부터 지금 스무 살이 되기까지 딤프를 일궈오셨기에 감회가 남다르실 것 같습니다.
[배성혁 딤프 집행위원장]
딤프는 프레 때부터 제가 직접 하자고 한 축제고, 20년 중 16년을 집행위원장으로 일했습니다. 딤프는 자식 같은 존재이고, 20년 동안 많은 준비를 하며 열심히 일했다고 볼 수 있지만 미련도 많고요. 처음에 '뮤지컬로 행복한 도시 대구'를 만들어 보자고 시작했는데, 과연 얼마만큼 했을까 하는 생각에 기분이 묘한 감정이 있습니다.

[김상호 사회자]
처음 시작하실 때 "지역인 대구에서 무슨 뮤지컬 축제냐"라며 당시만 해도 뮤지컬이 지금 같지 않은 상황이다 보니 회의적인 시선들이 많았다고 하는데요. 척박한 환경을 딛고서 국내 유일의 국제 뮤지컬 페스티벌을 안착시키셨습니다. 원동력은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배성혁 딤프 집행위원장]
뮤지컬 페스티벌 딤프가 20년간 오기까지 대구 시민들이 가장 고마운 분들이죠. 시민들의 응원과 직접 참여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전 세계 어느 나라도 뮤지컬 콘텐츠로 20년 동안 축제하는 나라가 없거든요. 뮤지컬 축제는 딤프가 아시아를 넘어서 이제는 세계에서도 가장 유명한 축제가 되었고 가장 큰 축제가 되었습니다. 그런 면에서는 대구 시민들의 호응이 굉장히 좋았습니다. 처음 시작할 때 반대가 너무 많았지만, 지금은 긍정적인 지원뿐 아니라 예술계나 다른 장르에 있는 분들도 많은 응원과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김상호 사회자]
20년간 딤프가 여러 가지 많은 성과를 거뒀는데, 위원장님이 꼽으시는 최고의 순간이나 가장 자랑스러운 성과가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배성혁 딤프 집행위원장]
저로서는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요. 딤프를 통해 창작 뮤지컬을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지원했습니다. 사실 정부가 해야 할 일을 딤프가 처음으로 지원을 한 것인데, 프로그램이 금전적인 지원뿐 아니라 공연장 대관까지 무료로 지원해 주고 홍보와 티켓 판매 수익도 극단이나 제작사가 직접 가져가게 했습니다. '지원하되 절대 관여는 하지 않는다'라는 원칙 고수의 시스템으로 지원했는데, 세월이 지나니 딤프 창작 뮤지컬을 통해 성공한 작품들이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중에는 3회 때 딤프 창작 뮤지컬상을 받았던 작품 <마이 스케어리 걸>이 있습니다. 이 작품으로 그해 뉴욕에 가서 뉴욕 뮤지컬 페스티벌을 통해 브로드웨이 무대에 세웠는데 뜨거운 호평을 받았습니다. 마침 <마이 스케어리 걸> 때 같이 갔던 친구가 윌 애런슨인데, 지금은 <어쩌면 해피엔딩>으로 뉴욕에서 너무 유명해졌죠. 윌 애런슨이 대학생이었을 때 한국의 창작 뮤지컬에 참여한 것입니다. 미국에 있는 청년이 딤프를 통해 소개되었고, 훗날 뉴욕 뮤지컬 페스티벌 집행위원장을 한 아이작이 이번 <어쩌면 해피엔딩> 프로듀서로 참여해 토니상 6관왕까지 받는 이런 과정들이 딤프의 보람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김상호 사회자]
‘20주년 딤프’의 특징을 한번 짚어보지요. 역대 최다 라인업이라고 들었습니다. 어떤 작품들이 있고 선정 기준은 무엇입니까?

[배성혁 딤프 집행위원장]
공식 초청작은 자국을 제외하고 해외에서 한 번도 공연 안 한 '세계 초연'이 1순위, 2순위는 '아시아 초연', 3순위가 '한국 초연' 작품입니다. 이런 기준으로 작품을 엄선해 섭외하는데, 이제는 20년이 되다 보니 섭외가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 먼저 연락이 옵니다. 제가 딤프 집행위원장을 다시 맡고 12년이 되었는데, 유럽에 나간 것은 한 번밖에 없거든요. 아시아는 상하이에 국제적인 프로듀서들이 많이 와서 자주 가지만, 딤프가 그만큼 뮤지컬계에서는 유명해졌습니다.

올해에는 20주년을 맞이해서 34개 작품을 준비했고, 공연장도 대구 전역 16개 극장에서 119회 공연이 준비돼 있습니다. 딤프가 만든 <투란도트>가 올해 새롭게 개막작으로 선정되었고, 폐막작인 <인투 더 우즈>라는 작품은 미국과 유럽에서 롱런을 한 작품입니다. 웨스트엔드에서 9월에 올릴 예정인 작품인데 딤프에서 미국 버전으로 폐막작으로 오고요.
중국의 세계적인 소설 ‘홍루몽’을 재해석한 <보옥>이라는 작품을 제가 직접 현지에서 보고 왔습니다. 깜짝 놀란 점은 배우들의 역량이 대단하고, 연출력이 한국 못지않게 뛰어났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보옥>은 꼭 공동 폐막작으로 초청하고 싶어서 가져왔는데, 중국 뮤지컬 스타가 출연한다고 해서 첫날 예매를 시작할 때 오전 내내 우리나라에서 판매량 1위 돌풍을 일으켰습니다. 중국 작품인데도 말이죠.
나머지도 주옥같은 작품들이 많습니다. 영국 작품 <바버숍페라>는 젊은이들이 소통하면서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작품이고, 네덜란드 작품 <슬랩스틱>은 온 가족이 와서 즐기고 힐링할 수 있는 뮤지컬입니다. 주옥같은 작품들이 많이 준비되어 있어서 다 소개하고 싶을 정도입니다.
또, 대학생 작품은 전 공연장에서 무료로 공연하거든요. 시민들이 뮤지컬 한 편 보고 싶으시면 집에서 가까운 공연장에 가시면 됩니다. 대학교 뮤지컬 과가 많이 생겨서 학생들의 수준이 굉장히 높으니 많이 참여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김상호 사회자]
<투란도트>는 딤프를 대표하는 뮤지컬 아니겠습니까? 7년 만에 돌아오는 <투란도트>는 어떤 특징이 있고, 앞으로 어떤 확장성을 지니게 될지도 소개해 주실까요?

[배성혁 딤프 집행위원장]
10여 년 전 <투란도트>를 처음 기획할 때는 지역에서 반대 여론도 많았습니다. 지역의 역사성과 전혀 관계없는 작품이고 외국의 소재를 가지고 왔다고 했는데, 그때 저는 뮤지컬은 ‘글로벌화’ 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세계적인 오페라 <투란도트>를 뮤지컬로 만든 전례가 없더라고요. 예를 들자면 오페라 <아이다>를 가지고 미국에서 엘튼 존 음악으로 뮤지컬 <아이다>를 만들어 세계적인 뮤지컬이 되었듯이, <투란도트>를 가지고 뮤지컬 세계화를 해야겠다고 시작했습니다.
많은 어려운 과정이 있었지만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동유럽 라이센스 수출 쾌거를 이루고 슬로바키아에서도 공연했습니다. <투란도트>는 올해 20주년이기 때문에 시대적으로 변화해야 하지 않겠나 해서, 기존 작품이 가상의 수중 왕국에서 이뤄지는 이야기였다면 지금은 21세기 현대 배경으로 파격적인 재해석을 거쳐 완전히 바뀝니다.

무대 배경도 바뀌고 남자 주인공이 청바지를 입고 나온다든가, 여자 주인공인 투란도트 공주가 고전 드레스가 아닌 현대적인 옷을 입고 나오는 콘셉트라서 관객들이 과거 작품을 보시다가 올해 작품을 보면 의아하게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현대적이면서도 세련된 무대 미학을 완성했습니다.
특히 헝가리의 유명한 연출가를 영입해서 공연하고 있는데요, 올해 버전을 관객들이 좋아해 주시면 업그레이드를 시켜서 해외에도 나갈 계획입니다. 벌써 내년 11월에 중국 상하이 진출 및 공연을 추진하자고 먼저 연락이 왔습니다. 대구와 서울에서 과거 한 달씩 이상 장기 공연을 했었는데, 내년 정도에는 전국 순회공연도 계획하고 있으니 아직 못 보신 분들은 한 번씩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김상호 사회자]
최근 드라마 트렌드도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이야기들이 많은 만큼 아마 좋아하시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박천휴 작가와 작곡가 윌 애런슨 모두 아주 유명한 사람이 돼 버렸죠. 두 사람의 첫 협업작이 <번지점프를 하다>인데, 이게 바로 딤프가 창작 지원 사업을 해서 탄생한 작품 아니겠습니까?

[배성혁 딤프 집행위원장]
맞습니다. <번지점프를 하다>가 딤프의 창작 지원작으로 선정이 되었고 계속 한국의 사랑을 받았어요. 박천휴 작가와 윌 애런슨이 딤프의 창작 지원작 처음 당시에 들어온 것은 아니고, 이후에 다시 만들 때 들어왔습니다. <투란도트> 시작할 때 전 작품과 지금 작품이 다르듯이 말이죠.
그렇지만 윌 애런슨은 벌써 딤프와 역사적 인연이 있고, <번지점프를 하다> 제작자가 지금도 많은 작품으로 활동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저는 창작 작품들을 지원하는 보람이 이런 데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고, 올해 20주년 때 지원 폭을 더 늘렸습니다. 앞으로 딤프가 예산이 많아지면 창작 지원작에 꾸준한 예산 확충과 함께 집중할 예정입니다.

[김상호 사회자]
20주년을 맞이한 딤프에서는 '재공연 지원작' 지원도 신설하셨다고 하는데 어떤 기대 효과나 이유가 있나요?

[배성혁 딤프 집행위원장]
지금도 많은 분이 딤프에 연락을 해오십니다. 왜 딤프는 세계적인 작품, 우리가 좋아하고 기다리고 있는 작품을 안 하고 ‘모르는 작품’을 하냐고 하십니다. 유명 작품들은 일반 상업 기획사들이 할 역할이고, 딤프는 어렵더라도 창작 작품이나 외국 작품도 한국에 와서 ‘글로벌 아트 마켓’ 역할을 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는 축제이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창작 뮤지컬을 지원해 왔지만 한국 여건상 너무 주옥같은 작품들이 많은데도 경제적인 여건의 한계, 특히 공연장 빌리는 것이 사실 너무 힘들거든요. 서울은 3년 치 극장 계획이 모두 가득 차 있습니다.

그래서 좋은 작품들을 딤프를 통해 다시 한번 살려보자는 취지로 20주년 기념 재공연 지원작으로 <희재>라는 작품이 선정했습니다. ‘국화꽃 향기’를 원작으로 한 뮤지컬로 성시경의 '희재'가 뮤지컬 넘버입니다. 그래서 딤프에서 10년 동안 사장된 작품인<희재>로 재탄생이 되고, 더 나아가서 글로벌로 나갈 기회를 만드는 첫 시작인데요. 반응이 좋으면 내년에는 두세 작품 더 늘려볼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김상호 사회자]
축제의 문턱을 낮추기 위한 기획도 많이 하신 것 같습니다. '만 원의 행복' 이벤트도 하시고 동성로 거리에서 공연하는 '딤프린지'를 기획하셔서 시민 호응이 높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축제의 대중성을 높이기 위해서 어디에 초점을 많이 두실 계획입니까?
[배성혁 딤프 집행위원장]
뮤지컬은 ‘삶’이라고 생각합니다. 한 사람의 삶이 뮤지컬에 다 표현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만 원의 행복'은 17년 전에 ‘뮤지컬을 한 편 보자’라는 슬로건이었습니다. 그때 7,000원으로 동성로에 천막을 깔아 표를 팔았는데, 이후 '만 원의 행복'으로 안착해 일반인들도 좋은 좌석에서 뮤지컬을 1만 원에 볼 수 있게 했습니다.
외국 사람들은 깜짝 놀라더라고요. 세계적인 작품 <인투 더 우즈>를 1만 원에, 1층 좋은 좌석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은 딤프에서만 가능한 것인데요. 이런 시도로 많은 대중이 뮤지컬을 접해보게 되었습니다. 사실 처음에는 관객 저변을 확장 하려 하니 대형 기획사 대표들이 딤프가 뮤지컬 가격을 낮춘다고 항의한 적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그때 분명하게 이야기한 부분이 ‘많은 사람이 뮤지컬을 봐야 시장이 커진다’라는 논리였거든요.
지난 주 '만 원의 행복'이 첫 시작을 했는데, 서울에서 젊은이들이 와서 아침부터 줄을 섰습니다. 이제는 '만 원의 행복'이 너무 뮤지컬 마니아 중심으로 흘러가는 부작용이 아닌가, 어차피 표를 살 젊은 관람객이나 서울의 마니아들이 아침부터 줄을 선다는 이야기를 직원이 하더라고요.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딤프에서 하는 작품은 ‘합리적인 티켓 값’으로도 볼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현재 예매하는 일반 인터넷 표들도 기존 가격의 반도 안 되지만, 패키지 할인 제도들이 있습니다. 정말 실비로 볼 수 있게 접근성을 높이는 게 딤프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서 추진하고 있습니다.
나아가서는 대구 전역에서 대표 거리공연인 '딤프린지'를 열어 뮤지컬을 하는 사람들이 일반 시민들에게 뮤지컬 노래와 드라마를 간단하게 보여줍니다. 또, 홍보대사인 김호영 씨와 함께하는 '스타 데이트' 등 배우들과 관객이 소통하는 시간을 많이 마련하고요. 일반인들이 동호회에서 뮤지컬을 만든 것을 ‘딤프린지’에 소개하는 등 참여형 축제를 계속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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