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녹차 라떼를 보는 것처럼 걸쭉하고 짙은 녹색으로 기억되는 녹조는 보통 초여름에 시작됐다가 장맛비가 내리거나 늦여름에 접어들면 잠잠해지기 마련이었습니다. 하지만 ‘겨울 녹조’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이제는 거의 일 년 내내 녹조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녹조의 독소가 혹시 덜 걸러지지나 않을지, 녹조 독소를 없애기 위해 너무 독한 소독약을 쓰지나 않을지, 특히 낙동강 물을 식수로 사용하고 있는 대구 시민의 입장에선 더 걱정입니다. 문제는 마실 경우에만 문제가 생기는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실제 낙동강 주변에 사는 주민들과 현장 활동가들을 대상으로 조사해 봤더니 이들의 콧속에서 녹조 독소가 검출된 적이 있었는데요, 녹조 독소가 공기 중에 떠다닐 수 있는 가능성을 말해주는 결과였습니다. 녹조 독소가 얼마나 위험한지, 어떤 과학적 근거가 있는지, 독성학자인 경희대학교 의과대학 박은정 교수와 알아봤습니다.
Q. 낙동강의 녹조에서 발생하는 독성 물질이 지역 주민들의 건강을 위협한다는 환경단체의 주장, 여러 차례 저희 시간을 통해서도 전해드렸습니다. 그런데 주민들의 콧속에서 조류 독소가 검출된 사실을 두고 환경부와 환경단체가 의견을 달리하고 있어서 또 논란이 되고 있는데요. 최근에 녹조 속의 독소가 공기 중에 떠다니다가 호흡기를 통해 인체에 들어오면 치명적인 장기 손상을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습니다. 녹조 독소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인체에 치명적일 수 있다는 게 입증이 된 건데요.가습기 살균제 성분이 폐섬유증을 유발하는 과정을 입증한 독성학자로 녹조 독소 연구를 진행한 경희대학교 의과대학 박은정 교수 연결해 내용 듣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교수님.
A. 안녕하세요.
Q. 예, 지금 대구 지역이 지난해에도 그랬는데 올해도 3주 연속으로 녹조 경보가 발령된 상태입니다. 교수님 이게 녹조가 이제 더 이상 여름에만 오는 게 아닌가 봐요?
A. 예, 기후 온난화의 영향인 것 같습니다.
Q. 그렇죠, 그러다 보니까 강정고령보의 경우에는 남조류 개체 수가 밀리리터당 1,200여 개, 이게 녹조 경보 관심 단계라고 하거든요. 그런데 이게 또 저희 주민들에게는 잘 안 와닿아서. 학자에게는 이 수치, 어떻게 좀 들리세요?
A. 글쎄요, 저도 모니터링 전문이 아니기 때문에 정확하게 말씀을 올리기는 어렵지만, 어쨌든 이런 일들이 한여름에 스쳐 지나가는 상황이 아니고 겨울에도 계속되는 상황이 됐다는 것은 지금 미래의 환경에 대해서 점차 유해, 위험성이 점점 올라가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이 되는 것 같습니다.
Q. 한 철이 아니라 좀 일상적으로 그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말씀이라는 얘기시네요. 유해성 녹조 독성에 대한 경고는 지속되고 있는데 그러다 보니까 저희가 또 교수님 연구를 관심 있게 보고 이 시간 인터뷰 요청을 드렸습니다. 어떤 계기로, 녹조의 독성 연구, 교수님께서는 시작하게 되신 건가요?
A. 사실 이 생활 독성 쪽을 연구를 하게 된 게, 개인적인 어떤 아픔이 좀 있었기 때문에 다는 말씀을 못 드리지만 녹조 독소의 경우에는, 2016년인가요? '녹조 라떼'라는 표현을 신문 기사에서 처음 봤습니다. 보도에 나온 사진이 저한테 너무 충격적이었는데요. 그런데 제가 해야 할 실험이 너무 계속 쌓여 있다 보니까 호흡하고 관련된 것은 계속 미루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난 2월에 남편이 유튜브 하나를 전달을 해 줬습니다. 그리고 그 관련된 기사들을 쭉 검색을 해 보다 보니까 호흡기 노출 가능성이 최대 이슈였고, 그다음에 호흡기를 통해 유입된 나노 마이크로시스틴이 실제로 인체에 유해한 농도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없어서 환경단체하고 정부가 해결책을 못 찾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그래서, 그런데 이 문제가 좀 되게 오래됐더라고요? 제가 더 이상 미루면 아무래도 원하지 않는, 의도치 않은 피해자가 나올 것 같아서, 원래 다른 실험들이 다 계획이 되어 있었는데 실험실 식구들한테 "아, 이거 한번 해야 할 것 같다" "조정 좀 하자"라고 해서 구성원들한테 양해를 구하고 실험을 같이 쭉 올인을 했었습니다.
Q. 올해안에 그래서 끝내셨네요. 얼마나 걸리셨습니까, 연구하시는 데에?
A. 저희가 시작해서, 실험을 직접적으로 시작해서 논문으로 퍼블리싱(발표)하는 데까지 한 8개월 정도 걸린 것 같습니다.
Q. 예, 녹조가 단순한 녹조가 아니고 그 안에 독성 물질, 이제는 이름이 좀 익숙하실까요? 마이크로시스틴(microcystin)이 포함돼 있다, 그리고 이게 공기 중에 떠다닌다는 위험성은 2022년에 환경단체와 연구진의 조사를 통해서 좀 알려졌습니다. 뭐 말씀하셨듯이 환경부는 그 당시에 인정을 하지 않았습니다만, 그러면 일단 교수님, 다시 한번 이 마이크로시스틴이 어떤 물질이고 또 얼마나 유해한지 좀 짚어주실까요?
A. 마이크로시스틴은 잘 알려져 있는 것처럼 남조류가 생성하는 독성 물질입니다. 지금까지는 그냥 일반적으로 식품이나 음용수를 통해서 노출이 된다고 얘기를 했었고, 그런 경우에 간 독성을 통해서 사망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기후 온난화나, 또는 너무 많이 증식을 하다 보니까 대기 자연 순환을 통해서 대기에서 노출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기게 된 거였고, 저희도 그런 거를 바탕으로 해서 실험을 진행을 하기 위해서 다양한 이전에 발표됐던 논문들을 전부 살펴봤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과정 속에서 저희가 알게 된 것은 매우 맹독성이고, 그다음에 실제로 실험을 진행을 하는 과정 속에서 알게 된 거는 마이크로시스틴이 몸에 호흡기를 통해서, 이렇게 몸에 들어가는 경우에 간으로 아주 빠르게 이동을 해서 간의 울혈을 유도를 하고 그걸로 인해서 사망에 이르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이 간 울혈은 몸에 있는 혈액이 모두 간에 고이는 현상이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다른 장기에는 혈액이 가지 못하는 상황을 만들어내고 있었습니다.
Q. 낙동강의 녹조, 이 안에 마이크로시스틴. 이게 농작물에 축적되기도 하고, 그리고 또 우리가 식수원으로 사용하다 보니까 '아 혹시 이거 마시게 되는 거 아니야' 이런 염려를 좀 하게 되는데, 물론 정수는 합니다만, 어쨌든 호흡기로 들어왔을 때, 지금 간 울혈 얘기를 해 주셨는데요.
그런데 흔히 호흡기라고 얘기하면 폐에 영향이 있지 않을까 싶은데 왜 간에 치명적인 걸까요?
A. 맞습니다. 저희도 이거는 정말 의아해했었는데요. 호흡기를 통해서 유입된 물질은 일반적으로 '올팩토리 벌브(Olfactory bulb, 후각망울)'나 아니면 감각 신경을 통해서 뇌에 직접 영향을 주는 경우 외에는 일반적으로 폐에 영향을 주고, 그다음에 혈관이나 림프관을 통해서 이동하면서 다른 장기로까지 영향을 주게 됩니다. 그런데 마이크로시스틴은 저희처럼 비강이나 기관지로 투여한 이전의 논문들에서도 간 독성으로 사망을 하는 것으로 보고가 되어 있었고, 음용수를 통해서 노출한 마이크로시스틴이 간에 주로 분포하는 'PP1'이라는 리셉터(수용체)에 스페시픽하게(특이하게) 작용한다는 논문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수행한 (연구에서) 먼저 사망하는 농도를 찾거든요. 그런데 그 급성 독성 실험에서 사망한 동물들을 부검을 해 봤을 때, 그 동물들에서도 간이 망가진 것을 저희도 확인을 할 수 있었고요. 그래서 그 이유를 찾기 위해서 인공 비강 상피 모델을 이용해서 실험을 해봤는데 노출 후에 이 마이크로시스틴이 비강 상피 모델에 노출이 되면, 상피 모델로부터 점액이 분비되고, 그러면서 상피 모델 안으로 쭉 끌어들여 가면서 어느 순간에 이제 완전히 안으로, '파고사이트(phagocyt(osis), 식작용)'라고 그러거든요. 탐식 되는 걸 알 수 있더라고요. 그래서 '아 상피 모델을 통해서 이동을 할 수 있겠구나'라는 것을 추정을 했습니다. 그리고 저희도 그 이동 경로를 '어떻게 간까지 바로 그렇게 갈 수 있지'라는 게 제일 지금 궁금한 포인트인데요. 이동 경로를 더 명확히 하기 위한 실험을 지금 계속 진행을 하고 있습니다만, 마이크로시스틴을 처리한 마우스의 간 조직에서 아마도 PP1처럼 물질 이동과 관련된 리셉터들이 저희 실험 결과에서 계속 증가한 것으로 봤을 때, '간에 마이크로시스틴을 직접적으로, 특이적으로 반응하는 리셉터들이 좀 많이 분포하는 건 아닌가'하고 추정하고 있는 중입니다.
Q. 네, 사실 이런 연구 결과가 더 활발하게 일어나야 하고 또 정책에도 반영이 돼야 할 텐데 교수님께서 또 중요한 연구를 하셨습니다. 바로 지난해였습니다. 대구·경북, 그리고 경남 지역 환경단체와 연구진이 낙동강 인근 2킬로미터 이내에 거주하는 농업인과 주민 또 현장 활동가 97명을 대상으로 실제로 에어로졸이 콧속에, 인체에 들어갔는가 확인했더니 비강, 콧속에서 검출이 됐거든요. 이 마이크로시스틴이 무려 46명의 콧속에서. 그런데 교수님께서도 이렇게 실제로 들어오는 것도 연구를 통해 확인을 하셨고, 그리고 동물 실험을 통해서 어떻게 생명에 유해한가도 입증을 하셨다 이 말씀이시죠?
A. 네, 맞습니다.
Q. 그런데 이게 쥐 실험이었는데, 물론 동물 실험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만 또 인체랑은 좀 다른 조건들이 있지 않을까, 바로 인간에게 적용해도 되나, 이런 또 반문을 한다면요?
A. 맞습니다. 뭐 그 부분은 워낙 많이 듣는 얘기라서,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관련된 소송에서도 동물 실험 결과가 법정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현재 환경이나 생활화학 제품과 관련된 모든 규제가 동물 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진행이 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규제는 동물이 아니라 전부 사람에게 적용되고 있는 거거든요. 그러니까 동물 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해서 규제를 만들고 그다음에 그 규제는 사람에게 적용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제 모든 분들이 인정을 하실 거는 독성 실험을 사람에게 할 수는 없습니다.
Q. 그럼요, 그럼요.
A. 문제는 지금 제가 가장 크게 고민하는 부분은 이게 동물 복지를 강조하는 국제적인 흐름을 반영을 하기 위해서 앞으로는 동물도 아니고, 동물 실험도 아니고 세포나 인공 장기나 AI를 이용해서 얻어진 결과를 규제 기준으로 지금 사용을 하려는 추세가 있습니다. 그게 이제 대세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독성 연구자의 입장에서는 '아, 지금 이런 질문도 계속 받고 있는 상황에서, 동물도 안 된다 그러는데 과연 그 미래에 동물 대체 시험법으로 적용한 것을 규제에 썼을 때, 나중에 피해자들이 나왔을 때 그 피해자들이 제대로 보호받을 수 있을까'라는 것을 많이 고민하고 있는 중입니다.
Q. 교수님이 어쨌든 이런 실험을 통해서 이르신 결론은 어떤 것이고 그리고 또 결국에는 식품이나 음용수 호흡기 등 모든 노출 경로를 포함해서 우리가 안전한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라는 걸 또 제시를 하셨습니다. 10 마이크로그램(µg, mcg) 미만이라고 하셨는데요. 마무리 말씀으로 들어야 할 것 같습니다, 교수님.
A. 네, 우리가 아무리 유해한 물질이 있어도 내 몸에 들어오지 않으면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환경에 있는 농도가 내 몸에 들어올 환경이면 문제가 되지만 대기 중에 있는 건 저희가 호흡을 통해서 노출될 수 있잖아요. 그런데 이게 그렇지 않은 경우는 유해하지 않거든요. 그러니까 인터널 도우즈(internal dose, 내부 노출량)라고 그러죠. 내 몸에 들어온 농도를 기준으로 해서 노출, 규제 기준을 만들자라는 게 저의 제안이었고요. 한마디 말씀을 올리자면, 사실 저희가 하는 연구 분야를 어떤 분이 불편한 진실이라는 표현을 쓰시더라고요. 결국은 우리가 모든 질환은 결국 사람이 살아가는 환경 속에서 만들어지는 것이고, 병에 걸린 다음에 후회해도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국민들이 조금 더 안전하고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게, 불편한 진실이 외면되지 않는 사회가 만들어지면 좋을 것 같습니다.
Q. 예,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코로나 팬데믹 당시 분무 소독의 위험성도 알려주셨던 생활 밀착형 독성학자신데요. 또 우리 지역과 관련된 녹조 마이크로시스틴, 그리고 에어로졸의 위험성까지도 이번에 연구를 하셨습니다. 교수님 말씀 잘 들었습니다.
A. 네, 감사합니다.
Q. 경희대학교 의과대학 박은정 교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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