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 최고 수준인 98%의 AI 디지털 교과서(AIDT) 채택률을 자랑하며 'AI 교육 선도 도시'를 표방했던 대구시교육청의 정책이 연이어 논란의 중심에 서고 있습니다.
초·중등교육법 개정으로 AI 디지털 교과서(AIDT)의 법적 지위가 '교과서'에서 '교육자료'로 떨어지면서, 교육 현장에서는 '강제 사용' 논란과 실효성 문제, 막대한 예산 낭비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1학기 만에 뒤바뀐 지위···'AI 디지털 난' 키워
대구시교육청은 2025년 1학기 전국에서 가장 높은 98%의 AI 디지털 교과서 채택률을 기록했지만, 지난 8월 법 개정으로 더 이상 교과서가 아닌 교육자료로 분류되었습니다.
법 개정에 따라 AI 디지털 교과서 사용은 학교 운영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자율적으로 결정해야 하는 사안이 되었습니다.
교육 현장에서는 혼란이 커지고 있습니다.
지역 교원 노조와 교육단체들은 대구시교육청이 아직도 교과서인 것처럼 일선 학교에 사용을 유도하고 강제하고 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전교조 대구지부는 9월 2일 성명을 내고 "대구시교육청은 여전히 학교에 AI 교육자료 채택을 강요하고 있어, 1학기와 마찬가지로 교사들의 의견이 무시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전교조 대구지부는 "대구시교육청이 교사들의 의견 수렴을 '권장'한다면서, 실제로는 많은 학교에서 교사들의 미선정 의사를 무시하고, 학교 운영위원회에 안건을 강제로 상정하는 등 강압적인 절차가 반복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대구교사노동조합도 9월 1일 성명을 통해 "교육청이 입법 취지에 반하는 오만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하며, 교사의 자율성과 학생의 학습권 존중을 촉구했습니다.
일선 교사들 사이에서는 "다른 학교도 다 쓰는 데 우리만 안 쓸 수 없다", "신청해 놓고 안 쓰면 된다"는 식의 강요와 회유가 있었다는 증언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대구시교육청은 "학교의 자율적 결정을 존중하며 혼란을 줄이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해명했지만, 현장의 불신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140억 원의 허상···'보여주기식' 행정의 민낯?
대구시교육청은 2025년 AIDT 사업에 총 141억 7천만 원의 예산을 투입했습니다.
이는 전국 최고 수준의 투자 금액입니다.
그러나 투자 대비 효과는 미미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대구교사노조에 따르면, 1학기 동안 AIDT를 꾸준히 수업에 활용한 교사는 23%에 불과했습니다.
무려 77%의 교사가 AIDT를 거의 사용하지 않은 셈입니다.
대구교사노조는 막대한 예산 투입에도 불구하고 실제 활용도가 낮은 이유로 AI 디지털 교과서의 콘텐츠 일방성과 시스템 오류 등을 꼽았습니다.
이 때문에 교사의 자율성이 방해받고 수업이 경직되는 현상이 나타났다는 것입니다.
또한 높은 채택률의 이면에는 교사 실적 압박, 강제 연수 등 '보여주기식 행정'이 있었다고 꼬집으며, "성과만 앞세운 정책이 현장에 혼란과 불신만 남겼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습니다.
학교비정규직노조 대구지부 역시 지난 8월 5일 AIDT 정책이 현장 교사와 학부모로부터 외면받고 있다고 지적하며, AIDT 관련 예산을 열악한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에 투입하라고 촉구했습니다.

예산 낭비 논란···계약 파기 위약금까지 '겹악재'
AIDT의 법적 지위가 변경되면서 대구시교육청은 발행사들과 맺은 구독 계약 문제에도 직면했습니다.
기존 계약은 AIDT가 '교과서'로 활용되는 것을 전제로 맺어졌기 때문에, '교육자료'로 사용될 경우 계약 위반으로 간주할 수 있습니다.
대구시교육청에 따르면 기존 계약서에 '교과서 지위를 잃을 경우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습니다.
이에 따라 계약 파기로 인한 막대한 위약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이미 140억 원에 가까운 예산을 투입한 상황에서 추가적인 예산 부담까지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교육부는 현재 이 문제에 대해 검토 중이라고 밝혔지만, 일각에서는 소송으로 이어져 혼란이 장기화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AI 디지털 교과서(AIDT)의 법적 지위가 교육자료로 격하되면서 2026년 예산 확보에도 큰 어려움이 예상됩니다.
기존에 의무적으로 사용해야 하는 교과서와 달리, 정부의 검인정 대상에서 제외되고 무상교육 지원 대상에서도 빠지게 됩니다.
대구시교육청은 2025년에 추가경정안(추경) 등을 통해 AI 디지털 교과서 운영 예산을 모두 확보했지만, 2026년부터는 교육개발업체와의 구독료 협상을 통해 예산 규모를 재산정해야 합니다.
교육계는 AI 디지털 교과서가 교육자료로 지위가 떨어지면서 사실상 퇴출 수순을 밟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대구시교육청이 단독으로 AI 디지털 교과서를 교육자료로 활용할 경우, 교육개발업체와의 프로그램 개발과 구독료 협상 자체가 불가능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대구시교육청의 AIDT 정책은 '미래 교육의 혁신'을 내세웠지만, 결과적으로 현장의 반발과 막대한 예산 낭비 논란을 낳으며 의욕만 앞선 '무리한 실험장'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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