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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 대구 교원 단체 "교사 77.4% 'AI 디지털 교과서' 거의 사용 안 해 "···대구시교육청 "설문 결과 신뢰 부족"

심병철 기자 입력 2025-05-28 17:10:06 조회수 36

대구 지역 초·중·고등학교에서 전면 도입된 AI 디지털 교과서가 현장에서는 제대로 활용되지 않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와 논란입니다.

교원단체 조사 "77.4% 교사가 거의 사용 안 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대구지부 등 5개 교원단체는 지난 5월 12일부터 23일까지 대구 교사 680명과 학부모 450명을 대상으로 AI 디지털 교과서 활용 실태에 대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같이 나왔다고 밝혔습니다.

교사와 학부모 등 총 1,130명이 응답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AI 디지털 교과서를 수업에 활용하느냐를 묻는 질문에는 교사들의 77.4%가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고 답했습니다.

"맞춤 학습 지원 도구 역할 못 해"···교육격차 완화 효과도 의문
AI 디지털 교과서가 '맞춤 학습 지원 도구'로 역할을 하고 있는가에 대한 물음에도 교사들은 79.1%가 그렇지 않다고 응답했습니다.

AI 디지털 교과서 활용으로 교육 격차가 완화되었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학부모의 94.8%가 거의 완화되지 않았다고 답했습니다.

AI 디지털 교과서가 자녀의 '학습 보조 교사' 역할을 하는지에 대한 물음에는 87.6%가 '역할을 하고 있지 않다'고 응답했습니다.

현장 교사들 "실적 중심 강제 행정" 비판
교사와 학부모들은 “실적 중심의 강제 행정”과 “교육적 효과 미흡”, “예산 낭비” 등을 지적하며 정책의 전면 재검토를 촉구했습니다.

교사들은 “맞춤형 학습 도구”, “교육격차 완화” 등 교육 당국이 내세운 도입 취지가 현장에서 전혀 실현되지 않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오히려 학생 개별 접속 지원 등으로 인해 수업 목표 달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특히 교사들은 AI 디지털 교과서 도입 과정에서 연수, 컨설팅, 가입, 수업 활용 등이 ‘자율’이 아닌 사실상 강제로 이뤄졌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접속률과 로그인 횟수 등 실적 중심 행정으로 인해 압박을 받았다고 토로했습니다.

한 교사는 “AI도 없고, 교과서도 아니다. 실적용 콘텐츠일 뿐”이라며 “수업이 망가진다”고 말했습니다.

대구 도입률 98%···"자율 아닌 강제" 지적
대구의 AI 디지털 교과서 도입률은 98%로 전국 평균 32%보다 3배 이상 높습니다.

전교조대구지부와 대구교사노조 등 교원 노조들은 이것이 '자율 도입'이 아닌 사실상의 강제였다고 비판했습니다.

기술적 문제와 교육 효과 저하 우려
기술적 문제도 심각하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교원 노조에 따르면 로그인 지연과 시스템 오류, 종이 교과서와 디지털 교과서의 출판사 불일치 등으로 수업이 혼란스러워졌고, AI 기능 역시 기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학생들은 집중력이 떨어지고 산만해졌으며, 교사-학생 간 상호작용도 약화했다는 평가가 다수였습니다.

학부모들 역시 AI 디지털 교과서가 교육격차 해소에 도움이 되지 않으며, 학습 보조 도구로도 적절하지 않다고 응답했습니다.

한 학부모는 “가정에서는 디지털 기기 사용을 줄이려 하는데, 학교에서 오히려 디지털 교과서를 강제하는 것이 우려된다”고 말했습니다.

예산 낭비 논란···한 초등학교 연간 2천만 원 구독료
예산 낭비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습니다.

한 권당 5~6만 원에 달하는 구독료로 인해 연간 수천만 원의 예산이 소요되고 있지만, 기존 무료 자료보다 질이 낮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실제로 한 초등학교에서는 영어·수학 두 과목을 신청한 학생 126명의 연간 구독료가 약 2,000만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전교조 "최악의 교육정책" 강력 비판
전교조 대구지부는 “AI 디지털 교과서의 강제적 졸속 도입이 현장 혼란과 교육적 효과 저하, 예산 낭비, 교사·학부모 불신을 초래하고 있다”며 “정책의 전면 재검토와 현장 의견 반영, 자율성 보장이 시급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김도형 전교조 대구지부장은 "AI 디지털 교과서는 윤석열 교육부 초·중등 교육정책 중 최악의 교육정책으로 평가될 것"이라며 "교육적 효과, 예산의 적정성, 민주적인 정책 도입 등 어느 하나 문제가 아닌 것이 없다"고 비판했습니다.

전교조 대구지부는 실적 중심 전시 교육행정 중단, 학교 구성원과 협의 없는 컨설팅·연수 일방 배정 철회, 디지털교과서 도입에 대한 교육공동체 참여 의견수렴절차 마련, AI 디지털 교과서 도입 강제 즉각 중단 등을 요구했습니다.

대구시교육청 "설문조사 신뢰성 문제" 반박
대구시교육청은 이에 대해 28일 5개 교육단체가 실시한 AI 디지털교과서 현장 조사 결과에 대해 "설문조사 대상의 신뢰성에 문제가 있다"며 반박했습니다.

대구시교육청은 설명자료를 통해 "교육단체들이 조사한 교사 676명, 학부모 444명이 실제 AI 디지털교과서를 사용하는 해당 과목과 학년의 교사, 학부모인지 불분명하다"고 지적했습니다.

현재 AI 디지털교과서는 초등 3·4학년과 중·고 1학년을 대상으로 영어, 수학, 정보 등 3과목에만 도입된 상황입니다.

대구시교육청, 자체 모니터링 "긍정적 효과" 주장
대구시교육청이 2025년 3월부터 280개교를 대상으로 실시한 현장 모니터링에서는 상반된 결과가 나왔습니다.

시교육청에 따르면 학생 맞춤형 학습 지원 가능, 학생 수업 집중도 상승, 교사의 수업 설계와 평가 업무 경감, 수업의 다양화 및 학생 참여 확대 등의 긍정적 의견이 제시됐습니다.

특히 AI 디지털교과서 교원 연수 만족도 조사에서는 93.1%가 '만족' 이상으로 응답했다고 밝혔습니다.

"강제 도입 아닌 교과협의회 거쳐 결정"
교육단체들이 제기한 '교육청의 일방적 강제와 실적 쌓기식 행정' 주장에 대해서도 사실과 차이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대구시교육청은 "교육부 지침을 그대로 학교에 안내했으며, 각급 학교에서 교과협의회 등을 통해 교원 의견을 수렴하고 학교운영위원회 심의를 거쳐 최종 확정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교육청 "지속적 현장 지원" 약속
대구시교육청은 현장 지원 사항도 구체적으로 제시했습니다.

학기 초 교육 디지털 원패스 가입 절차를 개선했고, 현재까지 AI 디지털교과서 활용 수업 컨설팅과 인프라 장애 해결을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출판사별 핫라인을 개설해 오류 사항과 기능 개선 사항을 신속히 해결하고 있으며, 130종의 원격콘텐츠와 수업 설계 연수, 전용 웹사이트(ai-dt.net) 운영 등 체계적인 교육 지원을 실시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오지석 대구시교육청 정보창의교육담당 장학관은 "다양한 현장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학교 현장의 AI 디지털교과서 활용 수업 안착을 위해 지속적으로 현장을 지원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대구시교육청의 자체 모니터링에 따르면 AI 디지털교과서는 학습 진단부터 난이도 자동 조절, 보충 문제 제공까지 AI 기반 연계 학습이 가능합니다.

특히 성취 수준이 중간인 학생과 배움이 느린 학생에게 더욱 효과적이라는 교사 의견이 다수 제시됐습니다.

강은희 교육감 "적극적 홍보의 당연한 결과"
강은희 대구시교육감은 지난 3월 4일, 교육청 기자실을 방문한 자리에서 AI 디지털 교과서 도입과 관련해 "도입률이 90% 이상으로 높게 나타난 것은 교육청이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준비해서 생긴 결과다."라고 밝혔습니다.

강 교육감은 "AI 디지털 교과서는 자신의 선거 공약이기도 하며, 교육부가 도입한 만큼 가급적 많은 학교에서 도입하도록 노력하는 것이 당연하고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문제다."라고 말했습니다.

대구시교육청은 앞으로 AI 디지털 교과서 교육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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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병철 simbc@dgmb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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