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에 가려져 있습니다만, 4.2재보궐선거가 한 달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다만, 인용을 결정하는 탄핵 심판 선고가 3월 12일 이전에 나면 조기 대선과 동시에 치르는 것으로 일정이 바뀔 가능성이 있기는 한데요. 재보궐 선거에 원인을 제공한 건 거대 양당 당선자의 ‘귀책 사유’ 때문인데 이번에도 ‘무공천’은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4.2 재보궐 선거가 있는 곳은 22곳입니다. 교육감은 부산 한곳이고요. 구·시·군의 장은 경북 김천시 등 5곳, 시·도의원은 대구 달서구 제6선거구 등 8곳, 구·시·군의원은 경북 고령군 등 8곳입니다. 예정대로면 이달 13~14일 후보자등록 신청이 있고, 3월 20일부터 선거기간이 개시됩니다. 3월 28일~29일은 사전투표, 4월 2일에 본투표가 있습니다.
재보궐 선거 최다 사유는 ‘당선무효’
재보궐 선거 최다 사유는 당선무효입니다. 당으로 구분하면 ‘국민의힘’ 귀책이 많습니다. 대구·경북 4개 재보궐 선거도 모두 국민의힘 귀책 사유로 발생했습니다. 경북 김천시의 경우 전 김충섭 국민의힘 소속 전 시장이 2022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2021년 설과 추석 명절에 선거구민에게 현금과 술 등을 제공한 선거법 위반 혐의로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이 확정돼 시장직을 잃었습니다. 대구 달서구 제6선거구를 지역구로 하는 대구시의원의 경우 전태선 전 국민의힘 소속 시의원이 2022년 지방선거 당시 지역구 주민들에게 금품을 제공한 혐의로 벌금 400만 원을 선고받으면서 의원직을 잃었습니다.
귀책 사유 선거에 무공천, ‘말’뿐?
국민의힘 당헌·당규에는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의 공직선거법 위반 등으로 인해 재보궐 선거가 발생한 경우, 후보자를 추천하지 아니할 수 있다’고 돼 있습니다. 하지만 의무 조항이 아니라고 말하기도 하고요. 이번 재보궐 선거 공천을 시도당에 일임하면서 공천이 이뤄지는 모양새입니다. 국민의힘은 문헌일 전 구로구청장이 자신이 설립·운영하는 회사의 170억 원 상당과 관련해 행정심판에서 백지신탁 결정이 내려지자 불복해 사퇴하면서 물의를 빚었는데요. 여기는 무공천 하기로 했습니다.
경북 고령군의원 선거는 임기 중 의원이 사망하면서 공석이 발생한 사유지만, 그 외 귀책 사유가 있는 김천시장과 대구 달서구 6선거구 시의원은 경선을 통해 후보를 내기로 했습니다. 김천시장 선거의 경우 예비후보들의 경쟁이 과열됐는데, 배낙호 전 김천시의회 의장을 후보로 확정됐고, 대구 달서구 시의원 후보는 책임 당원 투표를 거쳐 오는 3월 4일쯤 정해질 전망입니다. 역시, 국민의힘 소속 단체장의 선거법 위반으로 재보궐 선거를 치르는 거제, 아산시장 선거에도 후보를 확정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도 마찬가지입니다. 당헌·당규에 ‘자당 귀책 사유로 재보궐 선거 발생 시 무공천’이라고 명시했지만, 예외 조항을 신설해 2021년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재보궐 선거에 후보를 냈고, 2024년에는 관련 조항을 아예 삭제하고, 곡성군수 선거에 후보를 냈는데요. 이병노 전 군수의 당선 무효형이 확정되면서 치르는 이번 담양군수 재보궐 선거 후보를 경선으로 정하기로 했습니다.
세금 낭비, 정당 공천에 책임 물어야
잘못은 했지만, 텃밭은 지키겠다, 이런 의지일까요? 이번 재보궐 선거가 내년에 있을 지방선거, 가깝게는 조기 대선이 있으면 민심을 알아볼 수 있는 '전초전'으로 바라보고 있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재보궐 선거에는 큰 비용이 듭니다. 이번 4.2 대구·경북 재보궐선거에 쓰이는 비용은 모두 28억 5천 800여만 원입니다. 지방선거 비용은 해당 지자체가 부담하는데요. 결국은 쓰지 않아도 될 돈을 쓰게 되고 이건 모두 유권자들이 낸 세금입니다. 제대로 하지 못한 공천에 대한 책임과 대가는 유권자에게 부담하는 이런 행태는 근절돼야 할 것 같고, 그 매는 유권자가 들어야 할 것입니다.
인공지능(AI) 디지털 교과서 도입두고 '시끌'
요즘 집에서 태블릿이나 컴퓨터를 이용해 공부하는 아이들이 많은데요. 인공지능(AI)이 디지털 교과서에 탑재된 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 도입이 여전히 논란입니다. AI 디지털 교과서는 학생 개개인의 특징과 진도를 파악해서 각기 다른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하고요. 학습 성향이나 취약점 같은 학습 정보를 축적해 해결 방안을 제시하는 것이 특징으로 제시됩니다. 사교육비도 낮추고, 미래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취지로 교육부는 ‘세계 최초 도입’이라고 힘을 줬습니다.
하지만 2024년 12월 26일에 AI 디지털 교과서를 '교과서'가 '아닌 교육자료'로 규정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 야당 주도로 통과했고, 최상목 권한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AI 교과서는 교과서 지위는 유지하게 됐지만, 도입 첫해인 25학년도는 채택 여부를 학교 재량에 맡기기로 했습니다. AI 디지털 교과서는 2025학년도 1학기부터 초등학교 3·4학년과 중·고 1학년에 영어, 수학, 정보 과목에서 활용됩니다. AI교과서는 연간 구독료가 발생하는데요. 3~5만 원 선으로 책정된 구독료는 교육부 지원에 각 지역 교육청 지원이 더해집니다.
98%와 8% 이유는?
교육부는 지난 17일을 기준으로 AI 교과서 채택률을 32%로 발표했습니다. 학교 열 곳 중 3곳이 채택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지역별로는 차이가 있습니다. 대구가 98%도 가장 높고, 강원 49%, 충북과 경북 45%, 경기·제주 44% 순으로 높았습니다. 교육부가 있는 세종은 8%, 전남 9%, 서울도 24%에 그쳤습니다. 교육감은 공천받지 않습니다만, 성향으로 분류되곤 하는데 보수 교육감이 있는 곳은 높고, 진보 성향 교육감이 있는 곳은 낮은 경향을 보였습니다. 보수 성향 교육감들이 있는 지역은 적극적으로 독려한 것으로 전해졌고요. 진보 성향 교육감들은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여기에 대구가 논란과 혼란의 중심에 있습니다.
전교조와 대구 교사노조 등 지역 5개 교원단체가 280여 명의 초·중·고교 교사를 상대로 AI디지털 교과서 자율 선정과 관련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는데요. 응답자의 60%가 자율 선정에 대한 안내를 받지 못했다고 답했다고 밝혔습니다. 전교조는 최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강은희 대구시 교육감을 각 학교에 ‘자율’이라는 문구를 뺀 공문을 보내는 등 채택을 압박한 것으로 보인다며 직권 남용 혐의로 경찰에 고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대해 대구시교육청은 에듀테크 도구를 활용한 수업은 이미 일상화돼 있는 가운데 교육부 발표가 있었던 2년 전부터 준비해 왔다고 했습니다. 초3부터 고2까지 1인 1 스마트기기가 보급돼 있고, 과사용과 역기능 방지를 위해서 유해 차단 시스템과 관리 프로그램을 구축하는 등 꼼꼼히 준비해 왔다며 비판에 억울하다, 이런 입장을 밝혔습니다.
디지털기기 과의존 등 우려 여전
교육감들도 이렇게 온도 차가 있습니다만, 학교 현장 그러니까, 교사나 학부모들의 우려도 만만치 않습니다. 교육부가 더불어민주당 정을호 국회 교육위원회 의원에 낸 학부모 설문조사 결과로도 볼 수 있습니다.
교육부는 지난 2023년 AI 디지털 교과서 추진 방안을 수립한 이후 최초로 2025년 1월 16일에서 2월 4일까지 20일간 초·중·고 자녀를 둔 학부모 정책 모니터단 1,180명을 대상으로 AI교과서에 대한 인식이 어떤지 설문조사했습니다. 조사 결과를 봤더니 AI 디지털교과서 효과와 관련한 9개 항목 중 8개 항목에서 부정적인 응답이 높았는데요. 특히, “디지털 기기 과의존 문제가 발생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68.3%의 학부모가‘그렇다’또는‘매우 그렇다’로 답변했고요.“교사와 학생 간 소통에 도움 될 것인가”라는 질문에는 56%가 부정적으로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교사들이 학생 개별 지도에 도움이 될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도 53.3%가 ‘그렇지 않다’ 또는 ‘전혀 그렇지 않다’로 답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앞서 이명박 정부도 '스마트 교육'이라며 2013년 도입을 예정으로 디지털 교과서를 강하게 추진했지만, 무산된 바 있는데요. 2023년 초에 교육부가 인공지능(AI) 기반 디지털 교과서 2025년 도입 내용을 담은 업무계획을 보고하면서 다시 등장했습니다. 2023년 6월에는 'AI 디지털교과서 추진 방안' 발표했고, 이후 6개월 만에 'AI 디지털 교과서 개발 가이드라인'을 내놓았고, 1년 2개월 만에 AI 디지털 교과서의 검정 절차가 마무리됐습니다.
학생 중심의 수업, 언어장벽을 넘어서는 효과적인 수단 등으로 설명되긴 하지만, 이 모든 게 정부의 강한 주도로 2년 만에 추진됐습니다. 숙의 과정이 제대로 없었고 효과나 오류 또는 앞서 말씀드린 디지털 기기 과의존 우려에 대한 해소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시각이 많습니다. 교육을 ’백년 대계‘라고 말하는데요. 우리 아이들이 실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고요. 의대 정원 문제도 마찬가집니다만 '교육' 분야에서 이 정부가 너무 조급하고 서두르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할 것 같습니다.
정책 토론 청구, 높은 문턱이 아니라 철벽?
대구시에는 주요 정책에 대해 의견을 제시하고 논의하기 위한 정책 토론을 청구 조례가 있는데요. 하지만 청구할 문턱이 높아지더니 이제는 철벽이 쳐졌다는 반발이 나옵니다. 2023년에 대구시는 정책 토론 청구 기준을 300명에서 1,200명으로 4배 늘렸습니다. 그리고, 무더기로 허위 서명이 있다면서 고발하기도 했습니다. 이 부분은 무혐의로 결론 났습니다. 청구 기준 변경 전 접수된 정책 토론 중 '위기가구 종합지원 정책 토론 하나만, 대구시가 유일하게 개최했는데요.
이번에도 대구노숙인종합지원센터, 대구장애인차별철페연대, 함께하는장애인부모회 등 14개 시민사회단체는 올해도 천 743명이 서명한 '지원주택 제도화 정책 토론 청구'를 대구시에 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미개최 통보에 대해 대구시는 심의위원회에서 청구 취지, 현안 등을 논의한 결과 다수결로 지원주택 제도화 정책토론은 안 하는 것이 맞겠다는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시민단체가 회의록 공개도 요구했지만, 대구시는 위원회 운영에 영항을 줄 수 있다며 비공개 대상이라는 결론이 난 행정심판 사례를 근거로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정책토론을 청구한 시민단체는 정책토론을 청구하는 사안의 내용이 분명하고, 인원을 충족했고, 절차도 하자가 없었다며 입장입니다. 주거 약자에게 임대주택 등 공간이나 주거 유지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지원주택' 관련 조례는 서울과 경기 두 곳에서 제정돼 있는데요. 정책토론으로 이 사업을 바로 추진해 달라는 게 아니라, 논의하고 실태를 같이 파악해보자는 것인데, 거부하는 것은, 그냥 토론 자체를 하기 싫어서 그러는 것이라며 비판했습니다.
정책토론 청구 조례는 대구시가 김범일 시장 당시인 지난 2008년 전국에서 최초로 만든 것입니다. 요즘 지방자치, 주민참여 이런 말을 지방 행정에 많이 쓰는데요. 대구시는 과연 이런 행정을 하고 있는지, 되묻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