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 디지털 교과서가 교과서가 아닌 '교육자료'로 규정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 국회 교육위원회를 통과하면서 대구 교육계에 갈등이 심화고 있습니다.
대구교사노동조합과 전교조 대구지부 등 교직원 노동조합들이 국회의 입법 과정과 관계없이 대구시교육청이 인공지능(AI) 디지털 교과서 도입을 강행하고 있다면서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대구교사노조 "정책 방향 전환 불가피"
대구교사노동조합은 7월 14일 성명을 통해 "AI 디지털 교과서가 더 이상 법적 교과서로 인정되지 않는 만큼, 대구시교육청은 정책 방향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력히 촉구했습니다.
대구교사노조는 "AI 디지털 교과서 도입이 교육적 필요성보다는 행정적 편의와 예산 투입을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보급률 98%를 홍보하고 있지만, 이는 강제 연수와 일방적 도입, 실적 중심 평가 시스템에 기반한 수치에 불과하다"고 비판했습니다.
특히 "AI 디지털 교과서에 대한 지나친 집착은 교육행정의 사유화로 이어질 수 있으며, 학생과 교사의 교육적 권리를 침해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전교조 "강은희 대구교육감, 주장 철회해야"
전교조 대구지부도 지난 7월 11일 성명을 내고 "AI 디지털 교과서의 법적 지위가 교과서에서 교육자료로 변경된 상황에서 이를 전면 도입하려는 것은 교육적 효과를 충분히 검증하지 않은 채 정책을 강행하는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전교조는 "AI 디지털 교과서가 맞춤형 교육을 제공할 수 있다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디지털 기기 과다 노출로 인한 건강 문제와 개인정보 보호 문제 등 여러 부작용을 고려해야 한다"며 강은희 대구교육감의 전면 도입 주장을 철회할 것으로 요구했습니다.

대구시교육청 "기존 계획 변함없이 추진"
이에 대해 대구시교육청은 "법 개정이 이루어지더라도 AI 디지털 교과서의 도입과 활용은 변함없이 추진될 것"이라며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교육청은 "AI 디지털교과서가 학생들의 학습 수준에 맞춘 맞춤형 교육을 제공하며, 교사들에게는 수업 설계와 학습 관리의 효율성을 높이는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대구 지역 학교의 AI 디지털 교과서 채택률은 98%로 전국 평균(33.4%)보다 약 3배 높은 수준입니다.

전국적 논쟁 지속 전망
AI 디지털 교과서를 둘러싼 논쟁은 대구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도 진행되고 있습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경북지부는 지난 6월 26일 성명을 내고 "AI 디지털 교과서만으로는 온전한 수업 진행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전교조 경북지부에 따르면 많은 교사들이 현재의 AI 디지털 교과서는 기존의 코스웨어 수준을 넘지 못한다면서 차별화된, 진정한 AI 기반 기능이 탑재되어야 한다고 응답했다고 밝혔습니다.
코스웨어(Courseware)는 컴퓨터를 활용한 교육(CAI, Computer-Assisted Instruction)을 위해 개발된 교육용 소프트웨어로 학습자가 컴퓨터나 태블릿 등의 디지털 기기를 통해 학습하도록 설계된 교육 프로그램을 말합니다.
인프라 개선과 로그인 문제도 심각하다고 전교조 경북지부는 지적했습니다.
경북지부에 따르면 접속 불안정, 동시 접속 시 서버 오류, 기기 노후 및 수량 부족 등의 인프라 문제가 지적됐으며, 로그인 및 학생 회원가입 절차의 복잡성 개선 요청도 많았습니다.
전교조 경북지부는 "현재 AI 디지털 교과서가 교육 현장에 빠르게 도입되고 있지만 그 교육적 효과에 대해서는 충분한 검증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이라고 밝혔습니다.
또한, "학습 성취도 향상 효과와 학생의 수업 몰입도 및 자기주도학습 역량 향상 여부, 학생 간 디지털 격차 문제와 학습 불평등 심화 가능성 등 다양한 측면에서 실증적 분석과 정책적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전교조 경북지부는 "강압적 방식으로 AI 디지털 교과서 채택률을 높이더라도 실제로 학교에서 활용되지 않는다면 막대한 예산 낭비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강경숙 의원실과 교사노조연맹 등 교육단체들이 전국의 교사와 학부모, 학생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AI 디지털 교과서 도입이 성급하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이들이 2025년 5월 2일부터 5월 18일(17일간)까지 총 2만 7천여 명의 교사, 학부모, 학생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68.2%가 '사전 준비 없이 졸속 시행됐다'고 평가했습니다.
특히 교원의 71.7%, 학부모의 81.1%가 교육 당국이 현장 의견을 수렴하지 않는다고 비판했습니다.
더 큰 문제는 AI 디지털교과서의 교육 효과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입니다.
교사·학부모·학생 전체의 70.8%는 '예산 대비 가치 부족'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교육적 효과가 불충분해 수업 활용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교원의 응답률이 60.1%, 계속 사용 의사가 있다는 응답률은 26.8%로 나타났습니다.
이보다 앞서 강경숙 의원이 김영호·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공동으로 실시한 대규모 설문조사(12월 10~15일, 106,448명 참여)에서도 86.6%가 AI 디지털 교과서 도입에 반대한다고 답했습니다.
이 조사에서 교육격차 해소 효과에 대해서는 90.8%가, 사교육 감소 효과에 대해서는 92.8%가 부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또한 81.5%가 "학생들의 문해력과 집중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반면 AI 디지털 교과서 도입과 관련해 긍정적이라는 설문조사 결과도 있습니다.
교육부는 2024년 12월 13일부터 15일까지 일산 킨텍스에서 개최된 '2024 대한민국 교육혁신 박람회'에서 AI 디지털 교과서 활용 수업 시연 및 설명 공간(쇼룸)에 참여한 교사와 학부모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습니다.
참관 전후 만족도를 비교하는 이 설문조사에서 교사와 학부모의 만족도가 참관 전보다 상승했습니다.
356명의 교사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8개 문항에 대한 만족도 점수가 참관 전 평균 3.97점(5점 만점)에서 참관 후 평균 4.33점으로 높아졌습니다.
학부모 176명을 대상으로 한 만족도도 6개 항목 평균이 참관 전 3.53점에서 참관 후 4.23점으로 약 0.7점 올랐습니다.
교육계 전문가들은 "AI 디지털 교과서의 도입과 활용이 교육 혁신의 도구로 자리 잡을지, 아니면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초래할지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교육 당국의 일방적인 정책 추진보다 학생과 교사의 교육적 권리를 최우선으로 고려한 정책 방향 모색이 시급하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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