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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릿길 아닌데 돌아서 다녀라"‥장애 이웃 외면

◀앵커▶

휠체어를 타는 한 입주민이 아파트 단지 곳곳에 있는 턱을 없애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그러자 입주자 대표는 이백 가구가 넘는 주민들에게 일일이 동의를 받아오라고 했고, 한 주민은 천릿길도 아닌데 돌아서 다니라고 했습니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생긴 지 14년이 지났지만 장애인들이 일상에서 겪는 차별은 여전합니다.

손은민 기자입니다.


◀기사▶

휠체어를 탄 채정균 씨가 집에서 나오자마자 발이 묶였습니다.

◀인터뷰▶채정균 씨

"턱이 있으니까 못 가는 거죠. 둘러가야 해요."

장애인 전용 주차장인데, 건물과 바로 연결된 인도로는 내려올 수도 올라설 수 없습니다. 

경사로를 찾아 간신히 내려와도 방지석에 걸리고. 아이를 데리고 놀이터를 갈 때도 10센티미터 턱이 정균 씨를 막아 세웁니다.

◀인터뷰▶채정균 씨

"이제 여기서는 아이들이 노는 걸 관리를 못하는 거죠. 저 뒤쪽에는 사각지대이기 때문에 시야에서 가려진단 말이에요."

좁은 주차장에선 트렁크를 이용할 수 없습니다.

비장애인 키높이로 설치된 분리수거장도 버겁기는 마찬가집니다.

◀인터뷰▶채정균 씨

"출렁출렁하는 음식물쓰레기를 저기 가서 버린다고 생각하면 이건 (저에게) 굉장히 불가능한 일이죠, 사실은."

단지 안의 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이런 장애물을 없애 달라고 요청하자 입주자대표는 200가구가 넘는 입주민 절반의 동의를 받아오라고도 했습니다.

◀인터뷰▶채정균 씨

"(입주민) 과반의 동의를 받아와라.. 또 만약에 이 시설을 설치해서 나중에 사고가 나면 누구 책임이냐 이런 책임 소지를 따지는.."

천릿길도 아닌데 좀 돌아가면 되지 않느냐고, 불편을 좀 감수하라는 모진 말도 들었습니다.

구청에서도 법이 그렇다고 했습니다.

현행법상 주출입로를 제외한 아파트 내 다른 부대시설은 장애인 진입로 의무 설치 대상이 아닙니다.

◀인터뷰▶수성구청 관계자

"크게 법에 위배되는 부분이 없기 때문에 저희가 아파트 측에 권고나 이런 부분은 할 수 있지만, 이걸 강하게 시정명령까지 내리는 그런 역할은 상당히 곤란한.."

장애인차별금지법은 정당한 사유 없이 장애인의 시설 접근을 제한하거나 장애를 고려하지 않는 기준을 적용해서 장애인에게 불리한 결과를 초래하는 걸 '차별'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비장애인에겐 당연해도 장애인에겐 당연하지 않아도 된다는 '차별적 인식'이 이젠 달라져야 한다고 정균 씨는 말합니다.

◀인터뷰▶채정균 씨

"장애인비장애인 구분하지 말고 함께 조화롭게 살 수 있는 공동체를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MBC뉴스 손은민입니다.


























손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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