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한해 전 세계 주식시장을 비롯한 금리, 채권, 환율에 유가까지 참 변동성이 컸습니다.
미국은 12월 13일(현지 시각) 0.5% 포인트를 올리면서 금리 인상에 대한 속도 조절을 했는데요, 시장의 예측대로 금리는 올라갔지만 그 이후 전 세계 주식시장은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이는 이번 금리 인상을 촉발한 것이 물가 상승이고 물가를 잡기 위한 금리 상승은 어느 정도 완화될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가 있었지만 미 연준 FOMC의 회의 결과와 발표는 이와는 달랐기 때문입니다.
금리 상승 끝이 보인다?
미국의 금리가 오르기 시작한 것은 2022년 3월부터입니다.
2020년 3월 미국의 기준금리가 0.25%까지 내려간 뒤 2년 만에 미국은 0.5% 포인트 금리를 올렸고 5월에 0.5, 6월부터는 0.75% 포인트씩 자그마치 4번의 ‘자이언트 스텝’을 실행한 것인데요, 미국의 물가가 주춤한다는 지표가 발표되면서 12월에는 0.5, ‘빅 스텝’에 머물렀던 겁니다.
미국의 연준은 금리 인상 결정이나 회의 결과를 발표하기 전에 ‘점도표’라는 것을 먼저 발표하는데요, 이는 FOMC 참가자들이 예상하는 금리 인상치를 점으로 나타낸 것입니다.
시장에서는 미국의 기준 금리가 5% 선을 넘지 않을 것이고 2023년 중 금리 인하가 단행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결과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그 점도표에서 제시한 것은 5% 중반까지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고 금리 인하 역시 당장은 논의하기 힘들다는 것이었죠.
그렇다면 이런 의문이 들 수 있습니다.
이미 4.5%까지 올랐는데 이제 더 올라 봐야 0.75에서 1% 아니냐? 자그마치 4% 포인트나 올랐는데 그 정도 더 오른다고 큰일 나겠나? 이제 경기가 몇 개월 뒤 바닥을 치고 주식은 오르고 환율은 내릴 것 아니냐. 이제 투자를 해야 할 시점 아닌가?
금리 상승의 시차, 9개월
보통 금리를 올리면 9개월 뒤에 그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난다고 합니다.
주식이나 환율 시장은 곧장 움직이지만 실물 경제, 생산이나 소비, 저축, 투자는 그만큼 시차를 두고 움직인다는 거죠.
미국이 처음 금리를 올리기 시작한 것이 2022년 3월이었으니까 지금 나타나는 건가? 그 영향도 없다고 보기는 힘들겠죠.
하지만 12월 13일 파월이 매파적 발언 대신 이제 금리 상승기는 끝났다는 신호를 보냈더라면 주식은 올랐을 가능성이 클 겁니다.
문제는 물가가 잡힐 때까지 금리를 올린다, 그 상단은 5% 중반이 될 것이다, 라는 것은 경기 침체를 감수하고서라도 물가 잡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고 이 말은 고금리 시대가 2023년 하반기까지는 이어진다는 말로 보는 것이 맞을 겁니다. 시장의 기대와 다르게 흘러가니까 주가가 출렁이는 거라고 봐야겠죠.
2023 New Normal
2023년은 고물가 고금리 상황에서 지정학적 충격이라는 ‘뉴노멀’에 대비해야 하고 이 대비는 필수적으로 비용을 동반하게 됩니다.
먼저 신용위험.
고물가 고금리에 경기가 위축되면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 그리고 저소득층들은 신용위험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고 이미 한계에 접했다는 신호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금리만 떨어지면 신용위험이 바로 해소되는 것 아닌가? 라는 물음이 생길 수도 있지만, 이런 상황을 한번 경험했었죠. 1980년대 미국에서.
그때도 인플레이션 잡기 위해 금리를 올렸는데 인플레이션 잡기까지 거의 3년이 걸렸습니다. JP Morgan을 비롯한 미국 금융가에서는 대규모 해고설이 나오고 있고 이미 구조조정을 시행 중인 곳도 있습니다.
물가는 오르고 금리가 오르면 실질 소득이 줄고 노동자들은 임금 인상을 요구하게 됩니다. 아직 국내에서는 이런 움직임이 일부에 그치고 있지만 미국과 유럽에서는 현실이 됐고 임금을 올려줘야 할 기업은 수익은 떨어지는데 임금 인상을 하려니 직원 수를 줄인다는 입장입니다.
그것으로 끝일까요? 실질 소득이 줄면 소비를 줄일 테고 이자 부담을 감당하지 못한 저소득층은 부동산을 처분하려 할 테지만 이미 부동산 가격은 떨어졌고. 결국 금융권이 대출해준 자금을 회수하지 못하면 은행이 부실해질 수 있고 부실해지는 만큼 충당금을 쌓으려면 대출을 회수해야 합니다.
이런 악순환까지는 가지 않기를 바라지만 그럴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보는 것 같습니다. 은행을 비롯한 여러 경제 주체들이.
자금조달 비용도 치솟을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 1년간 미국 대형은행들의 예금이 감소했습니다. 기업은 물론이고 가계의 경우, 내년 여름이면 고갈될 수 있다는 경고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요즘 유럽의 나라들이 미국 연준과 대규모 달러 스와프를 한다는 소식 들어보셨나요? 달러 자금 조달이 그만큼 어렵다는 말이기도 한데요, 결국 달러 유동성이 줄어든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외환시장의 수급과 맞물리면 어떤 상황으로 번질지 섣불리 말을 꺼내기조차
어려울 정돕니다.
여기에 하나 더 거론되는 것이 지정학적 위험인데요,
사실 지정학적 리스크는 사회적 리스크이기 때문에 경제 현상이라고 보기는 힘들지만 한번 발생하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는 점에서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금융사들을 상대로 보험을 들어주는 회사를 재보험사라고 하는데요, 세계 최대 규모의 재보험사가 향후 1년에서 1년 6개월 사이에 경제에 가장 큰 위협요인으로 지정학적 리스크를 꼽았다고 하니 걱정입니다.
미-중 대립과 나토 대 러시아 등등이 여기에 포함되는 사례들인데 세계화 추세가 쇠퇴하고 블록화가 심화하면서 지정학적 위험은 갈수록 커지고 있는데, 문제는 뾰족한 대처 수단이 각국의 정치적 결정에 달린 것이어서 예측은 물론 대비도 쉽지는 않습니다.
연착륙? 경착륙?
호황을 누리던 세계 경제는 코로나 때문에 휘청거렸고 처음 겪는 감염병에 대처하느라 미국부터 아프리카 최빈국까지 재정을 풀었습니다.
거기에 ‘세계의 공장’ 중국의 봉쇄정책은 공급망 병목 현상을 가속했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본격화됩니다.
시중에 돈은 많이 풀렸는데 살 수 있는 물건이 조달하기 쉽지 않고 비용이 많이 드니 물가는 치솟고 이 물가 잡는다고 금리가 올라가고 있습니다.
모든 경제 현상에는 원인이 있고 발생 시기와 확장 효과가 있습니다.
고물가를 촉발한 요인들이 아직 해소되지 않았고 고금리는 당분간 기대하기 어렵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일 테고, 여기에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대두되고 있습니다.
문제는 금융 비용이 상승한다는 것이고 이 상승을 견디지 못하는 주체들이 차선 또는 차악의 선택을 하고 이런 선택들이 확산하면 연착륙은 기대하기 힘들 겁니다. 지금으로서는 문제를 일으킨 원인이 해소가 되는지, 극복이 되는지 아니면 그 효과를 줄여줄 무언가가 등장을 해야 그만큼 경제는 안정적인 궤도에 가까워질 것이라는 겁니다.
2023년 한 해 동안은 미국과 중국, 그리고 러시아와 북한의 소식에 그 어느 때보다 귀 기울여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하고 있습니다. 저축보다는 대출을 줄이고 출렁이는 장에 올라타기보다는 바닥을 확인하고 들어가는 원칙을 잘 지켜야 할 때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