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은 신혼부부, 청년 등 주거 지원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저렴한 임대료로 공급하는 주택인데요.
그런데 이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에 입주한 신혼부부와 청년들이 한 달 만에 줄줄이 이사 나갈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관리비 폭탄 때문이라는데, 어떻게 된 일인지 손은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2021년 말 입주를 시작한 대구 남구의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입니다.
원래는 은행 건물이었는데 민간 사업자가 주택도시기금 등 공공의 지원을 받아 주거용 오피스텔로 재건축했습니다.
입주자 대부분이 목돈 마련이 힘든 무주택 신혼부부와 대학생, 사회초년생들입니다.
시세보다 80~90% 정도 싼 보증금과 월세로 최대 10년까지 쫓겨날 걱정 없이 살 수 있다는 말에 입주를 결정했습니다.
그런데 96가구 중 절반 이상이 당장 이사를 고려하고 있습니다.
입주 상담 때 대행사로부터 들은 것보다 관리비가 두 배 넘게 나왔기 때문입니다.
◀김혜주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신혼부부 세입자▶
"(관리비와) 월세랑 합치면 90만 원 정도였거든요? 이 금액을 주고 계속 살 수는 없었기 때문에 남편하고 상의했을 때 '이사 가야 되지 않겠냐'라는 그 답이 바로 나왔거든요. 저는 진짜 막막했었어요."
전용면적 42㎡, 12평형 기준 보증금 천만 원에 월세 60만 원인데 1월 한 달 관리비가 30만 원가량 나왔습니다.
월세를 10만 원 더 내는 14평형 세입자에겐 38만 원까지 청구됐습니다.
한 달 주거비만 100만 원이 넘는 겁니다.
새 보금자리에서 창업을 준비하던 30대 세입자는 중요한 시기 인생 계획이 다 틀어져 버렸습니다.
◀김성학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청년 세입자▶
"최대한 절약하면서 살아야 하는 상황인데 지출 계획까지 다 짜 놨거든요? 앞으로 어떻게 돈을 쓰면서 살아야 할지. 그런데 지금 다 무산되고··· (무주택) 국민들을 위해서,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서 지원하는 거로 생각하고 믿고 들어왔는데."
하지만 책임지는 사람이 없습니다.
공적 자금이 투입된 사업이지만 임대료나 입주 자격과 달리 관리비는 별도 규제 없이 관리업체가 결정하기 때문입니다.
◀이재철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세입자▶
"(정부도, 지자체도) 자기들이 해줄 수 있는 부분은 없다고 하더라고요. 자체적으로 해결하라는 식으로 얘기를 하더라고요, 남 일처럼. 나라에서 하는 거(임대주택이)라고 해서 들어왔는데 관심도 안 주고 해결하려고 도와주지도 않고."
관리 업체 측은 적은 가구 수 탓에 인건비 등을 고려하면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인데 소관 부처인 국토교통부는 관리 업체를 바꾸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업체가 바뀐다고 관리비가 내려간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
"공적 지원을 받았다고 해서 사업자에게 '관리비를 더 싸게 해라, 아니면 주변 시세에 맞춰라' 이렇게 하는 규정은 돼 있지 않아요."
주거 취약계층을 지원하기 위한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선 현실적인 주거비 관리 대책과 추가적인 공적 규제가 필요해 보입니다.
MBC뉴스 손은민입니다. (영상취재 이동삼, C.G. 김현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