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광주의 아픔을 무용극으로 연출한 대구 출신 무용학자의 논문이 무용 분야 최상위급 국제학술지에 한국인 최초 단독 저자로 실렸습니다.
양영은 M발레단 단장의 논문 '공감을 통한 춤의 이해:5월의 바람을 바라보는 관객의 몸과 마음의 총체적 체험'이 국제학술지 'Dance Research: The Journal of Society for Dance Research'(A&HCI 급)에 2022년 5월호에 게재됐습니다.
'Dance Research'는 영국 에든버러 대학 출판부가 펴는 무용 분야에서 가장 권위 있는 학술지로 한국인 단독 저자 논문이 실리기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 논문과 관련이 있는 <오월 바람>의 공연 장면은 이 학술지에 표지 사진으로도 실렸습니다.
'공감을 통한 춤의 이해'는 M발레단 창작발레 '오월바람'(문병남 안무, 나실인 작곡, 초연 2020년 1월 11일)을 관람한 경험에 대한 해석학적-현상학의 연구를 담아 '관객성'에 대한 이해를 넓혔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이번에 한국의 창작발레 <오월 바람>의 공연 사진이 권위 있는 국제학술지의 표지 사진으로 실림으로써 국제학계에 우리 무용을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논문 저자인 양영은 M발레단 단장은 "<오월 바람> 초연을 관람할 때 무용학자로서 경험한 다양한 신체적 감각들의 반응, 정서적 동요, 그리고 인지적 해석의 연결성에 놀라며 이 논문을 준비하게 되었습니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이 작품은 전 국립발레단 부예술감독이자 M발레단 예술감독인 문병남 선생님이 안무한 창작 발레인데, 5·18 민주화운동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 발레 작품으로 감성적인 표현주의적 안무가 돋보입니다"고 덧붙였습니다.
<오월바람>은 5·18 42주기를 추모하기 위해 지난 2020년에 특별제작됐는데 1980년 5월 조선대 무용과에 재학 중인 민우와 혜연, 충환, 향미가 주인공입니다.
당시 신군부에 의해 발표회가 취소돼 혜연 등은 연습실을 떠나 동아리 선배와 어울리게 되는데 이들은 신군부 세력 퇴진과 계엄철폐를 외치던 시위대열에 합류해 민주주의를 외치게 됩니다.
촉망받던 무용과 학생이 계엄군에 대항하기 위해 거리에 나서는 모습을 몸짓으로 입체감 있게 표현해 좋은 반응을 얻었습니다.
특히 주인공인 한 무용과 여대생이 죽음에 이를 때는 관객들이 함께 눈물을 흘리며 몰입하도록 하는 창작 발레극으로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양 단장은 이 논문에서 무용 관람이 단순히 시각적 관람에 그치지 않고 청각과 후각, 근감각을 포함한 다감각적 지각을 형성하며 감정적 연결과 인지적 사고 과정들 사이의 능동적인 상호작용들을 통해 작품 속 인물들과의 공감을 형성하는 것임을 밝히고 있습니다.
이는 2010년대에 들어 확대된 신경과학 분야와 무용학의 다학제적 연구들(특히 거울신경에 초점을 둔 무용 관람자의 근감각적 공감에 관한 연구들)에서 나타난 결핍을 보완하는 것입니다.
또한 무용해석이 관객의 몸과 마음의 전체적 경험을 포함해야 함을 주장하며 무용분석/해석의 영역을 확장하는 것입니다.
양 단장은 "무용관람자가 느끼는 경험이 독자에게 생생히 전해질 수 있도록 '생명력 있는 글쓰기', '움직이는 글쓰기',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글쓰기'의 예시를 제시하며, 무용 연구의 새로운 방향성을 여는 데 기여하고 싶었습니다"고 말했습니다.
양영은 단장은 영국 써리대학교 대학원 무용학 박사학위와 영국 로햄튼대학교 대학원 발레학과 석사학위를 얻었고 영국 왕립무용학교 발레지도자 학부를 졸업했습니다.
성균관대학교 무용학과 초빙교수를 역임한 무용학자이자 <오월바람>의 연출을 맡은 무용예술인입니다.
대구 출신인 양 단장은 "5·18 민주화운동은 광주의 아픔을 넘어 한국 현대사의 큰 아픔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대구와 광주 혹은 영·호남을 나누기보단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우리의 아픈 과거를 다루는 창작작업에 함께할 수 있게 된 점에 감사한 마음을 느낍니다. 예술을 통해 역사적 아픔을 함께 공감하고 화합할 수 있는 작업이 될 수 있길 바랍니다. "라고 소회를 밝혔습니다.
<오월바람>은 초연부터 작품의 잠재력과 예술성을 인정받았고, 광주시립발레단이 문병남 안무가를 매년 초청해 공연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올해도 광주시립발레단 제131회 정기 공연으로 지난 4월 29일부터 30일 무대에 올라 관객의 뜨거운 갈채를 받았습니다.
양영은 단장은 " 앞으로도 꾸준히 논문연구와 창작작업을 이어가며 이론과 실기를 겸비한 무용인의 길을 개척해나가고자 합니다. 현재 움직임의 생동감을 생생히 전하는 글쓰기 방식에 대한 언어학적 연구를 이행하고 있습니다."라고 밝혔습니다.
또한 대본을 집필하는 무용연출가로서의 작업을 이어가며 무용연출가의 의무와 가치를 확장해 나갈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양 단장은 "아직도 무용창작(특히 발레창작)작업에서의 연출가는 안무가를 서포트하며 단순히 무대전환과 조명·영상안 등을 구상하는 역할에 국한되어 있기도 합니다. 저는 무용전공자로서 이러한 범위를 넘어 무용연출가의 역할과 제작진뿐 아니라 무용수, 안무자 그리고 안무지도자들과 세밀히 협업하며 극의 완성도를 높이는 역할을 하려고 합니다."라고 포부를 밝혔습니다.
한편 M발레단의 <안중근, 천국에서의 춤> (문병남 안무, 양영은 대본·연출)은 2021년 광복절을 기념하며 막을 올렸는데 4회 연속 매진 행렬을 달성하여 작품의 예술성과 대중성을 입증받았습니다.
2022년에는 제12회 대한민국발레축제 초정작으로 6월 9일(목), 10일(금) 19시 30분에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무대에 오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