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 평균 수돗물 6천 5백억 원어치 땅으로 새고 있어···경북 누수율, 전국 평균 두 배 이상
상수도관이 오래되면서 전국적으로 수돗물 10ℓ를 공급하면 1ℓ 이상 땅으로 새고 있습니다.
한 해 평균 6천 5백억 원의 수돗물이 쓰지도 못한 채 버려지고 있는 건데요.
경북은 누수율이 전국 평균의 두 배가 넘고 농어촌은 40%에 이르는 곳도 있습니다.
그래서 정부가 예산 절반을 지원해 낡은 상수도관을 교체하는 '지방상수도 현대화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 어쩐 일인지 단체장들이 소극적인 곳도 있다고 합니다.
전국 중소도시·농어촌마다 '지방상수도 현대화사업' 추진
마침 취재기자가 경산시 남산면의 한 마을에 상수도관을 새로 매설하는 곳을 찾아가 봤는데요.
노후 관로가 매설된 곳은 그대로 놔두고 새로 관로를 매설하고 있었습니다.
매설 공사하는 동안 수돗물 공급을 하기 위해서인데요.
경산시는 2025년까지 남산면과 자인면, 용성면의 노후 관로 교체사업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이 공사를 하는 이유는 상수도관이 오래돼 녹물과 흐린 물이 나와 교체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원래 자치단체가 상수도관을 직접 교체해야 합니다.
상수도관 교체사업은 공기업 특별회계로 합니다.
하지만, 예산 부족으로 중앙정부가 예산 절반을 지원하는 '지방상수도 현대화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노후 관로는 누수가 가장 큰 문제
20년 이상 된 상수도 관로를 노후 관로라고 합니다.
노후 관로는 교체 대상인데요.
노후 관로는 흐린 물뿐만 아니라 누수가 큰 문제입니다.
경산시의 지난 2021년 기준 상수도 누수율은 13.2%.
전국 평균 누수율 10.5%보다 높습니다.
노후 관로를 제때 교체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왜 그럴까요?
김성은 경산시 상수도누수팀장 "현재 우리 관내 상수관망도가 현재 1,600km 정도가 되는데 그중에 20년 이상 경과된 노후 관로가 한 40% 정도 됩니다. 추정 사업비로는 한 2천억 원 정도가 되는데 공기업 특별회계로만 가지고는 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어서 국비 지원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국비 지원이 없이는 사실상 노후 관로 교체사업은 지자체 단독으로는 할 수 없다는 얘기인데요.
그나마 경산시는 나은 편입니다.
경북 시군 평균 누수율 23%, 경주 42.9% 최대···단체장 의지 문제도 한몫
경북 22개 시군 평균 누수율은 23%에 이릅니다.
농어촌 지역으로 가면 사정이 심각합니다.
경주시의 경우 42.9%나 되고, 문경시 40.7%, 울릉군 38.7%, 영천시 38%, 청도군 32.7%입니다.
농어촌 누수율이 높은 이유는 예산 부족 탓도 있지만, 자치단체장의 의지가 부족한 것도 한몫을 하고 있습니다.
굳이 땅속에 예산 투입을 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일까요?
경상북도 관계자 "도로(건설)는 바로 눈에 보이니까 포장이 불량하다면 바로바로 정비를 해줄 수가 있는데, 수도는 눈에 안 보이는 거지 않습니까? 지하에 매설이 돼 있으니까 그래서 단체장 입장에서는 시·군에서 자체 사업으로 추진하기에는 예산이 바로바로 가기 어렵거든요."
선심성 사업, 홍보성 사업에는 예산이 쏟아지겠죠.
국민의힘 김형동 의원이 환경부로부터 받은 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 최근 5년 동안 상수도 누수량을 생산원가 기준으로 환산하면 3조 2천 894억 원이라고 합니다.
한 해 평균 6천 5백억 원에 이르는 혈세가 땅속으로 새 나가고 있습니다.
수돗물 아끼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수돗물 절약 캠페인 이전에 수돗물 새는 것부터 행정 당국이 신경 써야 하는 것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