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지난 3월 안동시가 버스 노선을 전면적으로 개편했습니다.
당시 버스 숫자는 그대로 두고 노선만 조정했는데요, 이 때문에 읍면 농촌지역, 특히 차량 이동이 어려운 어르신들만
유독 더 소외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김서현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안동 녹전면에서 시내로 가는 513번 버스, 종점 직전에 70가구 정도가 거주하는 마을 3곳을 경유하지만 버스 안은 텅 비어있습니다.
지난 3월 안동 시내버스 노선체계가 개편되고 버스 시간표가 바뀌면서부터입니다.
◀버스 기사▶
"오늘도 사람이 없어요. 장날 돼도 사람이 없잖아"
개편 전에는 아침 8시면 마을에서 시내로 나가는 첫차를 탈 수 있었는데, 지금은 다른 마을을 들렀다가 오도록 노선이 바뀌면서, 첫차 시간이 2시간 이상 뒤로 밀린 겁니다.
아침 첫 차로 시내 병원을 다니던 마을 어르신들이 버스 수요의 대부분이었는데, 이제는 10시 30분 첫차를 타고 시내에 도착하면 병원은 이미 점심시간입니다.
2시간을 더 기다려 진료를 보고, 오후 늦게 다시 마을로 돌아오면 벌써 저녁.
오전 반나절이 되던 병원 진료가 이제는 한나절 꼬박 걸리는 셈입니다.
◀신동기(80) 도산면 선양리▶
"병원 안에 식당이 없고 걷지 못하니 택시를 타고 밥을 먹고 버스 타는 데 가도 시간이 안 맞아 타지 못해 택시 타고 오니 돈만 많이 쓰지. 병 고치기 전에 병 얻게 생겼어"
단돈 천 원에 택시를 부를 수 있는 농어촌 전용 '행복택시'가 운영 중이지만, 노선버스가 정차하는 마을은 지원 대상에서 제외돼 있습니다.
◀손수화(68) 녹전면 구송리▶
"택시비만 해도 6만 원, 병원 가면 보통 2, 3만 원 들어가잖아요. 그러니까 (시내) 한 번 갔다 오면 돈 10만 원 든다고 봐야지"
민원이 계속되자, 안동시는 버스 시간과 노선을 다시 조정할 계획인데, 수익성 악화를 우려하는 버스업체와 협의가 원만하게 이뤄질지는 미지숩니다.
◀김시윤 안동시 교통행정과 주무관▶
"시간표 조정이라든지 이런 부분에 대해서 안을 만들어둔 상황이고 그 안을 가지고 운수회사와 조정 협의 중에 있습니다."
2022년 초 안동시가 50년 만에 버스 노선을 전면 개편했지만, 버스 숫자를 늘리지 않고 시간대와 노선만 조정하면서, 교통 소외지역이 오히려 늘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허승규 안동청년공감네트워크 대표▶
"버스는 청소년과 어르신의 기본적인 이동권입니다. 이번에 버스 노선 개편의 한계를 점검하면서 더 많은 시민, 사회적 약자들의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도록 안동시와 안동시의회에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안동시는 이용객 수가 미미한 농촌 노선은 폐지하고, 행복택시를 더 보급하는 방향으로 대중교통 운영체계를 재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MBC 뉴스 김서현입니다. (영상취재 최재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