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지난주 경북 북부지역에 거센 가을 우박이 쏟아졌습니다.
우박 피해를 입은 농지는 1천 헥타르가 넘는 걸로 추정되는데요.
올봄 냉해와 수해로 쑥대밭이 된 밭에 우박까지 내리면서 농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김서현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경북 영주 시내에 비와 섞인 우박이 요란하게 쏟아져 내립니다.
크기가 다 자란 포도알만 합니다.
주차된 차량 위로도 하얀 얼음 알갱이가 쉴 새 없이 떨어져 쌓입니다.
10월 26일 밤 8시에서 10시 사이, 경북 북부지역 6개 시군에 세찬 가을 우박이 내렸습니다.
주말 사이 피해 조사가 진행됐는데 한창 수확을 앞둔 사과 피해가 큰 걸로 나타났습니다.
예천군 은풍면의 한 사과밭.
2023년 7월 산사태로 사과나무 한 줄이 모조리 뽑혀 나갔던 흔적이 남아있습니다.
하지만 가까스로 수해를 비껴간 사과나무들도 갑작스러운 우박 앞에 속수무책이었습니다.
온통 멍과 패인 자국으로 가득합니다.
◀김영환 예천 사과 농가▶
"여기가 우박이 잘 안 오는데요. 올해는 우박이 세 번 왔어요, 세 번. 그런 건(우박 맞은 건) 제값을 못 받아요. 상품 가치가 반은 떨어져요, 가격이."
동 지역, 면 지역 할 것 없이 우박이 내렸던 영주의 사과 농가도 상황은 마찬가지.
◀기자▶
"사과나무 아래 깔린 반사필름이 거센 우박을 맞고 이렇게 갈기갈기 찢어졌습니다."
2023년 봄에 내린 우박까지 피해가 누적되면서 병충해에 걸린 사과도 적지 않습니다.
농민들은 우박을 맞은 직후가 아닌 가을 수확기에야 뒤늦게 농작물 재해보험 조사가 진행되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합니다.
◀박재열 영주 사과 농가▶
"우박을 맞으면 타박상 조사를 그때그때 최소한 20일 전까지는 해주고, (진작) 따서 버려야 하는 걸 보험사에서는 '가을까지 놔둬야 한다, 수확기까지 둬야 한다.' 그래서 놔둔 집은 사실은 망했다고 봐야 하죠."
특히 이번 우박은 지름 2에서 3cm 정도로 크기도 커 피해를 키웠습니다.
기상청은 대기 상하층 기온 차가 40도 이상 크게 벌어져 불안정한 가운데 큰 빗방울들이 우박으로 발달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김찬술 대구지방기상청 안동기상대 주무관▶
"앞으로도 상층 북쪽으로부터 찬 공기가 한 번씩 급격하게 내려오면서 국지적으로 발달하는 경우에는 우박이 발생할 수가 있겠으니 (유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현재까지 집계된 경북 도내 우박 피해 면적은 1천1백여 헥타르.
영주가 430헥타르로 가장 규모가 크고, 안동이 400, 영양 250, 청송 33, 예천 10헥타르 정도입니다.
경상북도는 다음 주까지 피해 조사를 마치고 피해 농가에 복구비를 지원할 계획입니다.
MBC 뉴스 김서현입니다. (영상취재 최재훈, CG 황현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