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도 헌혈할 수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사람과 마찬가지로 응급 상황에 놓인 반려견도 수혈이 필요합니다.
사고로 인해 피를 흘리거나, 빈혈 증세가 있거나, 출산할 때 등입니다.
혈액은 어디서 오는 걸까요?
'공혈견' 줄이기 위해···반려견도 헌혈한다
'공혈견'. 이름 그대로 '수혈이 필요한 환자를 위하여 피를 뽑아 주는 개'입니다.
공혈견은 오로지 수혈을 위해 키워집니다.
동물단체는 국내에 300마리 안팎의 공혈견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공혈견에 대한 문제는 2015년부터 본격적으로 제기됐습니다.
동물단체가 공혈견 사육 현장을 고발한 건데요.
공혈견들은 뜬장에서 음식물 쓰레기를 먹으면서 피를 뽑히고 있었습니다.
공론화 이후 열악한 환경은 사라졌다고 하지만, 공혈견의 정확한 규모도 파악하기 어려울 정도로 관련 정보가 적습니다.
이런 공혈견이 수술 등에 필요한 혈액의 90%가량을 공급합니다.
동물복지 차원의 문제점도 있지만,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현상도 생깁니다.
반려동물 수가 점차 늘어나면서, 수술하는 반려견들도 따라 늘면서 확보한 혈액이 부족한 겁니다.
그 대안으로 제시된 게 '반려견 헌혈'입니다.
2024년 10월 9일 경북대학교 부속 동물병원 앞 잔디밭에서 새파란 눈에 빛나는 갈색 털을 가진 2살 시베리아허스키 '녹두'를 만났습니다.
이날 녹두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헌혈했습니다.
녹두 보호자도 SNS로 우연히 공혈견에 대해 알게 됐습니다.
박영미 녹두 보호자 "공혈견이라는 강아지들이 있더라고요. 그런 애들은 평소에 피를 뽑아 가면서 살아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건강 검진도 할 겸···. 좋은 일 하자 싶어서 녹두가 참여하게 됐어요."
비수도권 최초 반려견 헌혈센터, 대구에 문 열었다
수도권 밖에서는 처음으로 경북대학교 부속 동물병원에 반려견 헌혈센터가 문을 열었습니다.
현대차의 사회공헌 캠페인의 일환으로, 지난 2022년 서울 건국대학교 부속 동물병원에 세워진 반려견 헌혈센터 이후 두 번째입니다.
반려견 헌혈에 참여하려면 여러 관문을 통과해야 합니다.
2살에서 8살까지 25kg 이상 대형견이어야 합니다.
매달 심장 사상충과 구충 예방약을 먹어야 했고요.
전염성 질환을 앓은 적도 없어야 합니다.
헌혈을 신청하면 사전 검사를 먼저 진행합니다.
헌혈을 하는 날에도 몸무게와 혈압, 심박수 등을 확인합니다.
이상이 없으면 헌혈에 들어가는데요.
반려견이 거부하면 바로 멈추고, 강제로 채혈하지 않습니다.
10분 안팎, 300ml가량 채혈합니다.
소형견 3~4마리를 살릴 수 있는 양입니다.
헌혈에 참여하면 건강검진과 진료비 할인, 무료 수혈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기자 경북대학교 동물병원장 "헌혈 센터가 지금 지역에는 대구 여기밖에 없기 때문에 여기뿐만 아니라 경남, 경북 지역에서 혈액을 필요로 하는 병원에서 연락이 오면 같이 공유하면서 도와줄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헌혈 문화를 정착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경북대 부속 동물병원은 응급 상황에 놓인 반려견을 이송하는 구급차를 활용해 다른 지역에서도 헌혈할 수 있게 운영할 예정입니다.
하지만 남은 과제가 있습니다.
헌혈을 결정하는 주체는 보호자입니다.
10월 27일 반려견 헌혈 보도 후 댓글에도 이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습니다.
'사람의 헌혈은 스스로 결정하지만, 개가 헌혈하는 데 동의한다는 걸 알 수 있냐'는 겁니다.
직접 헌혈하는 동물이 자신의 의사를 밝힐 수 없는 만큼 보호자는 더 세심하고 신중하게 결정해야 합니다.
보호자의 동의가 있더라도 채혈하는 과정에서 반려견의 거부 반응이 있다면 지금처럼 바로 중단해야 하고요.
반려견 헌혈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논의가 필요한 대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