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대구경북 신협 이사장들이 자녀들을 서로의 신협에 취직시키는 이른바 '품앗이 채용'을 한 사실, 최근 단독 보도해드렸습니다.
이사장들은 금융기관 채용을 자기 입맛대로 좌지우지했습니다.
이번에는 금품 수수 의혹도 불거졌습니다.
채용 대가로 금품이 오갔다는 증언이 새로 나온 겁니다.
심지어 이사장 모친의 병간호까지 강요받았다고 합니다.
양관희 기자가 단독 보도합니다.
◀기자▶
대구의 모 신용협동조합은 자산 규모 2조 원대로 전국 최대 규모 신협입니다.
이 신협에 대구·경북 다른 신협 전·현직 이사장 자녀들이 취업해 있습니다.
이런 일이 가능한 건 이 신협 이사장 A 씨가 채용을 제멋대로 하기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안팎에서 나옵니다.
◀대구 00신용협동조합 직원▶
"비리가 있는 거는 당연히 밝혀져야 되는 거고. 거의 독재하다시피 하시니까."
이 신협의 한 조합원은 취재진을 만나, "자녀 채용 대가로 이사장 A 씨에게 금품을 여러 차례 줬다"고 폭로하고 증거를 제시했습니다.
이사장 A 씨와 친분이 있던 조합원은 2006년 이사장 A 씨에게 2천여만 원 상당의 승용차를 건넸습니다.
그 이후 자신의 딸은 이 신협에 채용됐습니다.
이 조합원 지인 자녀 두 명도 청탁으로 2015년과 16년에 채용됐습니다.
그 뒤엔 더 노골적인 답례 요구가 있었다고 합니다.
이사장 A 씨가 수성구 모 호텔 사우나·헬스장 이용권과 고급 정장, 골프채 등을 요구했다는 겁니다.
◀채용 청탁 조합원▶
"'평생직장을 구해주는데 고맙게 생각하고 살아야 한다'하면서 반 간접적으로 요구를 했습니다."
이 조합원은 이사장 A 씨 딸이 2017년 신협 건물 안에 있는 카페를 운영할 수 있게 임대보증금 3억 원도 대신 냈습니다.
임대차계약과 사업자등록에 필요한 이름도 빌려줬습니다.
"요양원에 있는 A 씨 모친 병간호도 7년 동안 해야 했다"고 합니다.
이 조합원은 "자기 딸과 지인 자녀가 직장에서 불이익을 당할까 봐 요구에 응했다"고 합니다.
◀채용 청탁 조합원▶
"제가 한 달에 두 번씩 (A 씨 모친) 찾아뵀거든요. (A 씨가) '한 번 (요양원) 갔다 왔나?' 확인까지 하고."
이사장 A 씨는 자동차 등 금품을 일부 받았지만 채용 대가가 아니었고, 자신도 이 조합원에게 종종 선물을 사줬다고 주장했습니다.
자신의 딸이 신협 내 카페를 운영하기 위해 임대보증금 등을 대납하게 한 것에 대해선 주위 눈을 의식했기 때문이라고 답했습니다.
◀A 씨(대구 00신용협동조합 이사장)▶
"보증금이 없어 그런 게 아니고 내가 내 딸 앞으로 하게 되면 우리 직원들 보기에는, 남들 보기에는 좀 창피스럽잖아요. 내가 (조합원에게) 매달 이자를 줬습니다."
이 조합원의 딸과 지인 자녀들은 공개채용 절차 없이 채용된 것으로도 확인됐습니다.
이에 대해 신협 측은 "어떤 형태든, 특채는 민간기업의 권리라 문제없다"고 답변했습니다.
그러나 이번 채용 청탁 폭로와 관련해 구체적인 진술과 증거로 볼 수 있는 자료 등이 나오면서, 수사로 밝혀져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MBC뉴스 양관희입니다. (영상취재 이승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