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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MBC NEWS대구MBC 사회들어보니[집중보도] 비슬산 케이블카? 결국 무산환경

[들어보니] 대구 달성군 비슬산에 케이블카?



대구 달성군 비슬산에 케이블카?

 대구 달성군이 비슬산에 케이블카를 설치하려고 절차를 밟기 시작한 시점은 2016년입니다. 비슬산 자연휴양림에서 대견봉까지 1,890m를 케이블카로 연결하겠다는 계획이었는데, 결국 이 계획은 무산됐습니다. 그동안 비슬산에는 어떤 일이 있었는지 양관희 기자에게 들어봤습니다.

케이블카 만들면 연간 관광객 96만 명?




 양관희 기자 “비슬산 케이블카 관련 첫 리포트는 2016년 2월에 했습니다. 당시에는 비슬산 케이블카에 대한 찬성과 반대 의견을 같이 제시하면서,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는 식으로 보도했습니다. 환경단체 쪽의 의견이 타당하다고 생각했으니까 아무래도 리포트를 했겠죠?”

대구 달성군은 케이블카를 만들면 매년 96만 명이 이용할 것이라고 추산했습니다. 또한 장애인이나 어르신, 어린이 등 ‘교통약자‘들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대견봉까지 갈 수 있다고 케이블카 도입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환경단체들은 이러한 수치가 부풀려졌다고 보고 있었습니다. 

대구 팔공산 케이블카와 앞산 케이블카의 이용객이 넉넉하게 잡아도 일 년에 각각 30만 명 정도인데, 케이블카를 만든다고 비슬산에 그보다 세 배 이상 많은 사람이 몰린다는 건 상상하기 어렵다는 겁니다. ‘교통약자‘를 케이블카 도입 이유로 내세우는 것도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미 자연휴양림 공영주차장에서 대견사 부근까지 전기차를 운행하고 있는 만큼, 교통 약자들은 지금도 대견봉까지 가기에 큰 어려움이 없다는 겁니다.

재수 이후 3수에도 결국 실패

 양관희 기자 “신규 사업의 경우 5백억 원이 넘으면 타당성 조사를 해야 합니다. 비슬산 케이블카 사업은 이 금액보다 적었고, 또한 달성군 자체 예산으로 추진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거칠 것이 없었겠죠?”




대구 달성군은 케이블카를 설치하려면 310억 원 정도가 들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보통 이런 사업비는 국비나 시비, 즉 중앙정부나 대구시가 전부 혹은 일부를 부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달성군은 군비, 즉 군 자체 예산으로 케이블카를 만들려고 했습니다. 사업비를 받기 위해 정부나 대구시의 평가나 심사를 받지 않아도 됐다는 의미입니다.

그렇다면 달성군이 마음대로 케이블카를 만들어도 됐을까요? 환경영향평가라는 절차가 필요했습니다. 달성군이 케이블카를 만들면 비슬산에 어떤 영향이 있을지 조사해 달라고 전문기관에 의뢰한 뒤 이 결과, 즉 환경영향평가서를 환경부에 제출해야 합니다.

케이블카를 만들더라도 비슬산 환경에 문제가 없다고 환경부가 판단하면 케이블카 사업에 착수할 수 있지만 환경부로부터 두 차례에 걸쳐 환경영향평가 보완 요구를 받았고 결국 세 번째 시도에도 ‘부동의‘, 즉 반려됐습니다. 

비슬산 케이블카는 완전히 무산?

 2021년 12월 대구지방환경청이 환경영향평가서를 반려하자 달성군 관계자는 “케이블카 사업 내용을 변경할지, 아니면 아예 사업 자체를 중단할지 논의하고 있다“고 취재진에게 밝혔습니다. 상황에 따라서 다시 케이블카를 추진할 수 있다는 말이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새로운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대구환경운동연합은 2021년 6월 감사원에 공익 감사를 청구했습니다. 비슬산 케이블카 사업의 투자 심사가 적정한지, 달성군이 이용객 수요를 과도하게 추정했는지, 또한 지방 재정 투자와 관련한 규정을 위반했는지 조사해 달라는 요구였습니다.




이 감사 청구 결과가 대구환경운동연합에 도착했습니다. 달성군은 환경영향평가서 반려 이후 케이블카 사업을 중단하기로 했다고 감사원에 전했고, 감사원은 사업이 중단됐으니 감사를 할 필요가 없다며 종결 처리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사업 중단‘이라고 감사원에 밝힌 것이 달성군의 입장일까요? 아니면 ‘논의 중’이라고 취재진에 밝힌 것이 달성군의 입장일까요?

양관희 기자 “관료제의 문제인데, 김문오 군수는 비슬산에 케이블카를 설치하려는 의지가 엄청나게 강한데, 밑의 실무진들은 이 사업이 군수의 생각대로 안 될 거를 잘 알고 있고, 그래서 환경청에서도 계속 반려가 됐습니다. 이제 군수의 임기가 얼마 안 남았는데 그 임기 안에 이걸 다시 재보완하기는 쉽지가 않고 그래서 일단 기자들에게는 “계속 논의 중입니다“라고 설명하고 감사원 감사가 들어왔을 때는 “사업을 중단합니다” 그렇게 말한 거 같아요. 제 느낌으로는 군수에게는 사업 중단한다는 이야기를 안 하고 계속 알아보고 있다고 이야기한 것 같더라고요. 군수 임기가 5개월도 안 남았으니 그냥 시간을 보내는 거죠.”

자연 개발인가, 보전인가?




양관희 기자 “자연과 조화롭고 보존이 가능한 개발도 충분히 가능합니다. 그런데 이번 케이블카는 물음표가 많습니다. 비슬산의 경우는 이미 유스호스텔도 들어섰고 전기차도 운행하고 있고 참꽃 문화제도 크게 하고 있고.. 이미 개발은 충분히, 환경단체들은 지나칠 정도로 개발이 됐다고 주장을 하는 상황이죠.”

대구 달성군과 경북 청도군에 걸쳐 있는 해발 1,084m 비슬산은 산 정상 바위 모양이 비파와 거문고를 타는 신선의 모습을 닮았다 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비슬산 암괴류는 천연기념물 435호로 지정되어 있고 코로나 이전까지 매년 봄에 열렸던 참꽃 문화제에는 전국에서 수십만 명이 찾았습니다. 케이블카를 타고 비슬산 암괴류를 구경하고 케이블카에서 내려서는 참꽃 문화제에 참여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 생각이 비슬산에 케이블카를 만들겠다는 출발점이었겠죠.

문제는 케이블카를 만들기 위해서는 기둥을 여러개 설치해야 하는데, 그 기둥을 암괴류 위에 설치해야 한다는 점이었습니다. 암괴류를 보기 위해 암괴류 일부를 훼손해야 한다는 역설인 겁니다. 또한 달성군은 자신들의 기대대로 사람들이 많이 몰렸을 때 참꽃 군락지에 어떤 영향이 갈지 제대로 조사하지 않았던 것도 환경부에서 문제로 삼았습니다. 비슬산에 케이블카를 설치하는 것은 황금알을 낳는다고 거위의 배를 갈라 버리는 것과 같다는 것이 환경단체들의 시각이었습니다.




사실 비슬산뿐 아니라 관광 자원 개발과 자연 보전 사이의 갈등은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대구시는 팔공산에 구름다리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세웠다가 철회했습니다. 최근에는 대구 달성습지에 자전거도로 겸용 인도교를 설치하기로 하고 타당성 조사를 할 예정입니다. 300억 원을 들여 달성습지에서 디아크 문화관까지 길이 435m, 폭 8m의 자전거 도로를 갖춘 인도교를 만들겠다는 겁니다. 

금호강과 낙동강이 만나는 총면적 2km²에 달하는 하천습지인 달성습지에는 멸종위기종이자 천연기념물인 흑두루미가 찾아오는, 생태학적 가치가 큰 곳이지만 인도교로 생태계가 파괴될 것이라는 걱정이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대구시가 탐방나루 조성사업을 하면서 달성습지를 복원해 놓고 이번엔 앞장서서 훼손하는 사업을 벌인다는 비판도 받습니다. 

허공으로 날아간 17억 원




 달성군은 케이블카 사업을 위해 지난 5년 동안 환경영향평가와 사업설계 용역 등에 이미 17억 원을 썼습니다. 환경영향평가가 통과될 것으로 봤는지 올해도 토지 매입비로 23억 원, 신문 광고료로 5백만 원을 책정했다고 합니다. 최소한 그동안 쓴 돈 17억 원은 허공으로 날아가게 된 거지요. 내 돈이었다면 이렇게 썼을까요?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전국장은 처음부터 해서는 안 되는, 아니 할 수도 없는 사업에 돈을 쓴 것이라며 남은 돈은 앞으로 비슬산 보전에 써 주기 바란다고 취재진에게 말했습니다.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전국장 “비슬산은 암괴류로 덮여 있는, 학술적으로 대단히 귀한 산입니다. 이런 산에 케이블카를 건립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었고 당연히 철회되리라 예상했습니다. 비슬산은 이미 많이 개발됐습니다. 그래서 더 이상 개발이 아니라 복원하고 보존하는 활동에 돈을 써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사계절 정밀 생태 조사라든가 복원 사업에 그 예산이 쓰였으면 좋겠습니다.”
윤영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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