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해마다 발행해 유통되는 5만 원짜리 화폐가 한국은행으로 돌아오지 않고 있습니다.
2021년에는 발행한 5만 원 화폐 10장 가운데 두 장도 환수되지 않았는데요.
이런 가운데 현금과 귀중품을 보관할 수 있는 가정용 금고가 불티나게 팔리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 19 상황에서 저금리에 경제 불안이 한몫을 하고 있다고 진단하고 있습니다.
한태연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대구의 한 백화점에 있는 가정용 금고 매장입니다.
금고 한 대에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까지 하지만, 판매가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용량이 큰 걸로 바꾸려는 손님도 많습니다.
40리터짜리 중형 개인용 금고에는 5만 원짜리 화폐를 10억 원 이상 보관할 수 있습니다.
◀우병운 000 백화점 부장▶
"최근에 귀중품을 보관하거나 가정에 인테리어 요소로 금고가 각광을 받고 있어서, 금고 수요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매출은 해마다 20%에서 크게는 50% 정도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금고 판매가 늘고 있는 건 현금을 보관하려는 수요가 많기 때문입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2021년 발행한 5만 원 화폐는 23조 8,431억 원입니다.
이 가운데 한국은행으로 돌아온 5만 원 화폐는 4조 1,421억 원으로 17%만 환수됐습니다.
5년 전인 2017년, 5만 원 화폐 환수율 57%와 비교하면 무려 40% 포인트가 떨어졌습니다.
2021년 말 기준으로 시중에 유통되는 현금은 167조 5,118억 원인데, 5만 원 화폐는 86.1%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화폐 환수율이 크게 떨어진 데는 코로나 19 장기화가 주요 원인이라는 분석입니다.
◀조태진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 업무팀장▶
"코로나 19 이후 경제 불확실성이 확대되니까 사람들이 미래에 대비해 예비적 수요에 의해서 화폐를 수요하는 데다가 저금리로 투기적 수요로 인해 화폐를 수요하려고 하다 보니까"
금융 당국이 자금 세탁을 방지하기 위해 시행하고 있는 '고액 현금 거래 보고' 한도를 지난 2019년부터 2천만 원에서 천만 원으로 축소한 것도 5만 원이 환수되지 못한 이유 가운데 하나로 분석됩니다.
국민 경제의 편의성을 높이고, 현금 관리 비용을 줄이기 위해 2009년부터 발행한 5만 원짜리 화폐가 코로나 19 이후 가정용 금고 속으로 꼭꼭 숨어버려 제 기능을 못 하고 있습니다.
MBC 뉴스 한태연입니다. (영상취재 장성태, CG 김현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