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가 통증 없이 치료를 완료하기 위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마취'입니다. 성공적인 수술과 수술 이후, 환자 건강을 되찾기 위해서라도 마취의 역할을 아주 중요한데요. 마취는 고대부터 현재까지 이어져 오며 다양한 형태로 진화하고 발전했다고 합니다. 익숙한 듯, 잘 알지 못하고 있는 마취에 대해 대구 가톨릭대학교병원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 김동혁 교수와 함께 자세히 알아봅니다.
[이동훈 MC]
전신마취와 부위마취의 주의점까지 함께 살펴봤습니다. "역사는 과거와 현대의 끊임없는 대화다."라는 말도 있는데요.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이 마취의 역사 또한 예외는 아니다 싶은 생각이 듭니다. 여러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오늘날까지 이르지 않았나 싶은데요. 이 부분도 한번 정리를 해 주실까요?
[김동혁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
말씀해 주신 것처럼 마취 역사는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습니다. 사실 병원에서 저희를 싫어하는 과들이 참 많이 있습니다. 외과 의사들이 특히 마취과 의사들을 참 싫어하는데요. 저희가 보기에는 준비가 안 된 채로 수술을 하는 것 같고 외과 의사들은 별것 아닌 걸로 마취과 의사들이 발목을 잡는다고 얘기를 합니다.
저희가 거기에 대한 변명을 하나 좀 하고자 합니다. 환자들이 수술을 하기 위해 병원에 입원하게 되면 여러 가지 검사를 하거나 여러 가지 결과지들을 요구하는 경우들이 많이 있는데요. 그 이면에는 저희 마취과가 있습니다. 마취과에서 환자의 안전을 위해서 여러 가지 자료들을 요구하는데요.
만약에 자동차가 컴퓨터가 발전하는 만큼 빠른 속도로 발전을 했다면 현재 자동차는 3천 원 정도면 살 수 있을 거고 1리터 정도만 주면 23만km 정도를 달릴 수 있을 만큼 발전했을 텐데, 자동차는 그만큼 빨리 발전하지 못했다는 얘기를 한 적이 있는데요. 이 당시에 이 자동차 회사에서 반박문을 낸 것 중 재미있는 게 있습니다. 14가지 반박문을 냈는데요. 두 가지만 소개해 드리자면, 만약에 자동차가 컴퓨터 회사에서 만든 것처럼 만들었다면 하루에 두 번 정도 이유 없이 시동이 꺼질 테고, 위기 상황이 되었을 때 에어백이 빨리 터져야 하는데 '에어백을 정말로 펼치시겠습니까? Yes or No.'가 나왔을 거라는 거죠. 자동차는 컴퓨터와 다르게 고장이 나면 버릴 수 있는 물건이 아니기 때문에 안전이 더 중요하다는 얘기였겠죠.
저는 의학이 그보다 더 보수적인 면이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가장 안전해야 하는 것이 의학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역사적 교훈 하나를 마지막으로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1950년대 탈리도마이드라는 약이 개발되었습니다. 이 약은 진정제로 개발되었었는데요. 수면제로 쓰였었고 당시 입소문을 탄 것이 이것이 산모들에게 입덧을 줄여주는 약으로 소문이 났었습니다. 산모들에게 많이 쓰였는데요. 산모들이 이 약을 많이 먹고 많이 애용을 하고 그 이후에 기형아들이 많이 출생하는 아픈 역사가 있습니다. 약 한 1만 명 정도의 아이들이 팔다리가 없는 상태로 태어나는 이런 역사가 있는데요.
당시에 미국에서는 이런 아픈 역사를 겪지 않았어요. 이유가 이 프렌시스 켈시라는 분 때문인데요. 이분이 FDA에서 일하면서 이 탈리도마이드라는 약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다는 것을 지적하고 수입을 막았습니다. 덕분에 미국 내에서는 이런 안타까운 역사를 막을 수 있었던 거죠. 그걸 기념하기 위한 기념비도 있는데요. 우리 마취과에서는 아직 더디지만 가장 안전한 방법으로, 가장 안전한 약물로 환자분의 마취를 하고 있으니까 마취 수술이 걱정되더라도 크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구성 이규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