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생물의 터전이라 불리는 습지, 대구에도 3곳이 있습니다.
자연습지인 안심, 달성습지가 있고요,
나머지 한 곳은 4대강 사업을 하면서 만들어진 인공습지입니다.
이 습지를 조성하는 데 200억 원가량 들었는데, 오랜 기간 물이 없어 결국 말라버렸습니다.
그런데 말라버린 이유가 이어지고 있는 가뭄도, 더위도 아닌 관리 부실 때문이었습니다.
김은혜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기자▶
대구 북구에 있는 도심지형 생태습지.
물속에서 자라는 부들은 줄기부터 노랗게 말라가고 있습니다.
습지 식물인 왕고랭이와 줄은 물론이고 가장자리에 있는 버드나무류도 바싹 말랐습니다.
물이 없는 바닥에 말라 죽은 조개까지 보입니다.
습지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입니다.
물기가 남아있는 곳에는 멸종위기종인 흑삼릉과 다슬기가 보입니다.
이 인공습지는 4대강 사업을 하던 2014년 금호강 저지대 정비 사업을 하면서 200여억 원의 예산이 투입돼 조성됐습니다.
금호강과 이어진 수로에서 습지에 물이 흘러드는 구조입니다.
그런데 수로 입구는 이물질로 막혔고, 더 앞쪽에는 기름 유입을 막는 오일펜스까지 있어 물이 흘러들 수가 없습니다.
습지 조성에 참여했던 전문가는 관리를 맡은 대구 시설안전관리사업소 측에 여러 차례 상황을 설명하고 대책 마련을 요청했지만 어이없는 답변만 돌아왔습니다.
주민 민원 때문에 습지에 물을 일부러 넣지 않았다는 겁니다.
◀대구 시설안전관리사업소 관계자▶
"주민들이 (물이) 안 들어가게 해달라는 사람들이 있어서 일부 막은 것도 있고··· 수량 때문에 (펜스를) 써서 막았죠. 아니면 물이 많이 들어갑니다."
취재가 시작되자 사업소 측은 다시 습지로 물을 흘려보내기 시작했습니다.
습지를 반쯤 고사시킨 건 가뭄도 더위도 아니었던 겁니다.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장▶
"도심지형 습지기 때문에 사람이 관리를 해줘야 합니다. 그런데 그 관리를 대구시가 너무 태만했다. 그래서 업무 태만으로 이 습지를 완전히 죽여놨습니다."
관리 부실도 문제지만 더 근본적인 원인은 습지에 대한 무지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이진국 자연생태연구소 소장(경북대 지질학과 교수)▶
"(습지는) 물이 항상 있기 때문에 온도 조절, 습도 조절을 한다는 것, 생물 다양성을 높인다는 것이 습지를 복원한 큰 이유이거든요."
뒤늦게 다시 물이 채워졌지만 지속적인 관리를 위해서는 습지를 포함한 환경에 대한 인식의 개선이 병행되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MBC 뉴스 김은혜입니다. (영상취재 한보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