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복지시민연합은 7월 22일 성명을 내고 '출생통보제'와 '보호출산제'를 제대로 시행하라고 정부에 촉구했습니다.
정부와 복지 단체 등에 따르면 지난 7월 19일부터 의료기관에서 출생한 아이를 지자체에 바로 통보해 자동 등록하는 '출생통보제'가 시행됐습니다.
'출생통보제'는 2023년 ‘수원 영아 사망 사건’ 등 출생 신고가 안 된 영아의 사망 사건이 잇따르면서 출생 미등록 아동 발생을 방지하고 국가가 모든 아동의 출생 등록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마련됐습니다.
이전에는 법적으로 보호자인 부모가 1개월 이내 출생신고를 해야 하고, 신고하지 않아도 형사처벌 대상이 아닌 과태료 5만 원만 납부하면 됐습니다.
하지만 제도의 허점을 이용해 고의 누락 후 보증인 2명을 내세워 출생신고를 해서 (출생신고 인우보증제, 2016년 폐지) 아동의 사망과 유기, 실종, 불법 매매 등의 사회적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수원 영아 사망 사건도 출생통보제가 시행되었으면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우리복지시민연합은 지적했습니다.
'출생통보제'는 이렇습니다.
의료기관에서 아이가 출생하면 의료기관에서 14일 이내에 자동으로 시·읍·면에 알려, 신고 의무자나 의료기관이 특별한 조치를 할 필요 없이 개별병원에서 전자의무기록 시스템에 입력한 정보가 자동으로 가족관계 등록 시스템에 통보되는 출생 통보시스템입니다.
이에 따라 아동의 출생 정보가 지자체에 통보됐는데도 한 달 내에 신고 의무자가 출생신고를 하지 않으면 지자체가 7일 이내에 출생신고를 하도록 독촉하고, 이후에도 출생신고가 이뤄지지 않거나 신고 의무자를 특정할 수 없는 경우에는 법원의 허가를 받아 지자체가 직권으로 출생을 등록하게 됩니다.
복지연합은 "우리나라도 비준한 유엔 아동권리위원회 등 국제사회도 한국 정부에 제도 도입을 권고할 정도였으니 늦었지만, '출생통보제'의 제대로 된 시행을 촉구한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출생통보제'와 함께 위기 임산부 익명 출산을 지원하는 '보호출산제'도 도입됐습니다.
그런데 '위기 임신 및 보호 출산 지원과 아동 보호에 관한 특별법'(약칭: 위기임신보호출산법) 시행은 제도 도입 때부터 많은 논란거리였다고 합니다.
우리복지시민연합은 "보건복지부는 '보호출산제'를 의료기관 밖에서 아동을 출산하고 유기하는 사례를 방지하기 위한 ‘최후의 수단’이라고 강조하지만, 과연 ‘최후의 보루’로 작동할지에 대한 우려는 입법 과정에서부터 지금까지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라고 지적합니다.
이어 "주로 위기 임산부가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양육을 포기할 경우, 정부 지원이 현실을 뒷받침하지 못하는 점과 보호 출산으로 아이를 낳은 위기 임산부가 최소 7일 이상 숙려기간을 거친 뒤 직접 양육 여부를 결정하는 기간도 짧아 문제로 지적되었다"며 "특히, 위기 임산부와 미혼모에 대한 출산과 양육지원이 충분히 보장되지 않은 상황에서 시행되는 보호출산제는 장애아나 미숙아의 유기 통로로 악용되는 등 양육이 부담스러운 부모에게 편리하고 유용한 선택지를 제공하고, 아동의 친생부모에 대한 알 권리를 보장하지 않는 것에 대한 우려가 매우 크다"고 밝혔습니다.
즉, 모든 사람에겐 ‘출생에 대해 알 권리’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보호출산제 도입 이후 법적 친자관계를 쉽게 포기하는 수단으로 전락해 부모가 지금보다 더 쉽게 양육을 포기하는 경우가 더 많아질 것이라는 우려인 것입니다.
또한 여성의 선택권과 이에 대한 실질적 지원, 공적 보험인 건강보험을 통한 임신, 임신 중지, 출산 등 전 과정의 상담 정보제공 및 긴급 지원, 직접 양육을 가능케 하는 복지 및 주거정책 등 공적 체계가 미비한 상황에서 '보호출산제'가 먼저 도입됨에 따라 사회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의료지원은 받되 양육을 포기하는 경우가 생길 우려도 제기됐습니다.
위기임신보호출산법 17조(출생 증서의 공개 청구 등)는 출생 당시의 정보, 생모·생부의 정보 등을 담은 ‘출생 증서’를 아동이 청구할 수 있으나, 생모·생부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복지연합은 "특히 생부의 정보는 소재 불명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로 직접 또는 신청인을 통해 확인이 불가능한 사항에 대해서는 지역상담 기관의 장이 그 기재를 생략할 수 있다"며 "아동의 혈통을 알 권리가 침해받을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출생 증서는 아동권리보장원에서 영구 보관하지만, 부모가 동의하지 않으면 보호 출산으로 태어난 사람은 평생 자신의 부모가 누구인지조차 알 수 없게 되는 겁니다.
복지단체 등에 따르면, 프랑스는 '친모의 권리'를 보다 중시해 성년이 된 아이가 '열람 요청'을 하면 반드시 친모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익명출산제'를, 반면 독일은 '자녀의 알 권리'에 더 비중을 둬서 아이가 16살이 되면 출생증명서를 열람할 수 있고, 이것이 싫다면 친모가 '비공개 요청'을 하도록 했지만, 아이가 법원에 정보 제공을 신청하면 제공하는 ‘신뢰출산제’를 2014년부터 도입했습니다.
보건복지부는 7월 18일 브리핑에서 "위기 임산부를 지원해 ‘직접 양육’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제도의 취지"이고 "장애 아동을 보호 출산한 경우에도 공적·민간 자원을 연계하는 등 맞춤형 상담과 사례 관리, 의학적 상담을 통해 직접 양육을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에 대해 복지연합은 "우리나라에서 보호출산제는 정부의 주장과 달리 직접 양육하지 않으려는 미혼모가 처음부터 자신의 가족관계등록부에 기록을 남기지 않겠다는 의미가 강해 이로 인해 사회복지시설 등으로 가거나 입양아동 수가 늘어날 수 있어 사실상 보호출산제의 의미는 상실된다고 봐야 한다"며 "직접 키울 경우라면 굳이 보호 출산을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 의도대로 진행될지는 여전히 의문스럽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사회·경제·문화적 기반이 약하고 정부에 대한 신뢰가 높지 않으며 복지가 취약한 현실에서 그나마 보호출산제가 의미가 있으려면 정부의 분야별 세밀한 정책과 지원이 중요하다"며 "특히, 빈곤의 악순환에 빠지지 않도록 임신기부터 아동 양육까지 확실하게 지원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보호 출산으로 태어난 아동의 직접 양육 비율을 높이겠다는 정부의 약속을 철저히 모니터하겠다"며 "보호출산제의 우려에도 정부가 보호출산제를 시행하는 만큼 부모가 자녀 양육을 포기하는 손쉬운 선택지를 주는 것이 아님을 스스로 증명하길 바란다"고 촉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