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케어러, 조손가정 비극···
지난 2021년, 뇌졸중과 뇌출혈로 치료받다 퇴원한 50대 아버지를 방치해 숨지게 한 20대 아들이 체포됐습니다.
20대 청년은 존속살해 혐의로 징역 4년을 선고받았습니다.
처음에는 '패륜 범죄'로 보도됐던 사건은 이 아들이 처했던 경제적인 어려움 등의 상황이 알려지면서 동정 여론이 일었습니다.
당시 일부 정치인들도 선처해야 한다고 의견을 내기도 했죠.
법원은 살인 고의가 인정된다며 20대 청년의 항소를 받아들이지 않지만, 이후 이 사건은 '영 케어러', 학업과 취업 등을 포기하고 가족 돌봄을 떠안는 가족돌봄 청년 문제에 대한 논의를 불러일으켰습니다.
대구시도 2022년 9월에 '대구시 위기가구 종합지원계획'을 발표했었죠.
늘어가는 위기가구, 사회의 역할에 공감
이런 가운데 시민 781명이 두 사건 발생 이후 대구시가 발표한 '위기가구 종합지원계획'에 대한 정책토론을 청구했습니다.
시민사회단체가 청구한 8개 안건 중 유일하게 이 안건만 대구시가 수용했는데요.
토론회에 참석한 관계자는 대구시가 발표했던 정책을 알릴 필요도 있고, 또 시민들의 의견을 듣는 것은 좋고, 필요한 일인 것 같다고 생각했고 위원회에서도 수용을 의결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2021년에 발생한 대구 서구 10대 형제들 사건인 조손가정 문제를 언급했습니다.
"많은 사회복지 공무원들이 보면 기초생활 수급자 또는 긴급 복지 대상자로 측정을 하고 나면 일을 다 했는 것처럼 생각을 해 왔거든요.
하지만 그 문제가 아니었는데요. 기초생활수급자로서 보호를 받고 있었던 그런 상황이었는데 가구 내에서, 아이들의 상황은 공공기관이 통합 사례관리라는 사업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모니터링이 안 되고 있었다는 점에서 지 대상자들에 대해서 다시 바라보게 되는 관점을 바꾸게 되는 그런 또 중대한 사건이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토론회 참석자들은 위기가구 문제를 개인이나 가족 문제로 둘 수 없다는 데 공감했습니다.
1인 가구가 늘면서 가족 돌봄 기능은 약해졌고 저출생, 고령화로 돌봄은 '사회'의 영역이 됐다는 겁니다.
대구에서는 지난해부터 전기, 가스 요금을 2개월 연체한 정보를 관련기관에서 받는 등 지역의 빅데이터 활용 등을 통한 위기가구 발굴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위기가구 신고를 할 수 있는 명예공무원도 확대하고 있습니다.
희망 복지 원스톱 지원센터 설치 예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는데요.
이런 대구시의 정책에 대해 위기가구를 빨리 찾아내려는 방향은 좋지만, 전달 체계와 사후 관리에 대한 의견도 나왔습니다.
문제가 발생하면 여기에 대응해 우후죽순 정책을 마련하지 않고 지원이 필요한 '대상' 관점에서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또, 여러 복지 정책과 서비스가 공공, 민간 영역에서 다발적으로 진행되는 비효율을 줄이기 위해서 정보를 공유하고 역할 수행을 조율하는 주체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습니다.
[서유미 달서구 학산종합사회복지관 부장]
"공공과 민간이 하는 역할에 대해서 이해할 수 있는 그런 플랫폼의 기능이 더 확대되어야 하는 것 같고요. 원스톱 지원센터와 같은 곳에서 연계 협력을 총괄하고 조정하는 그런 역할이 꼭 필요한 것 같아요. 그래야지 중복과 누락을 막을 수가 있는 것 같아요."
문턱 높아진 정책토론 청구···앞으로는?
늘어난 정책에 비해 그대로인 인력이 증원돼야 하는 점 등 현장의 의견도 제시됐습니다.
대구시의 정책에 시민은 물론 전문가 등이 함께 의견을 나눴던 정책토론이 앞으로 또 열릴지, 우려도 나왔습니다.
대구시가 청구인 수를 300명에서 1,200명으로 늘렸기 때문입니다.
또, 여러 안건에 서명한 것을 두고 '중복서명', 수기 서명으로 인한 주소 불일치로 인한 허수를 비난하면서 사실상 정책토론에 부정적인 견해를 숨기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은재식 우리복지시민연합 사무처장]
"대구시에서 하는 정책토론회의 마지막 토론이 아닐까 되게 우려하고 있습니다. 주민들이 참여해서 활성화된 조례가 대구에 몇 개 없는데 그중의 하나가 정책토론 청구조례인데 이를 비정상적으로 생각하는 대구시의 간부들 이런 부분들의 인식이 개선되어서.."
우여곡절 끝에 열린 정책토론. 시민사회는 시민들의 정책 참여 취지를 살리기 위해 대구시가 문턱을 낮추고 '소통'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