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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 "1년 내내 같은 옷차림에 남자들이 따라다니고···" '가스라이팅'으로 성매매에 강제 결혼까지


함께 사는 여성들을 심리적으로 지배하면서 1년 반 동안 성매매를 알선하고 강제로 결혼까지 시켜 수억 원을 빼앗아 온 혐의를 받는 20대 일당이 붙잡혔습니다.

피해 여성의 어린 딸을 볼모로 잡고 여성의 부모까지 협박해 돈을 뜯어냈는데, 같은 아파트에 살던 베테랑 형사의 촉으로 이들의 범행이 세상에 드러나게 됐습니다.

분윳값 주고 밥 사주며 "같이 살자"···가스라이팅
주 용의자인 20대 여성 A 씨는 지인이 일하는 식당에 갔다가 피해자들을 알게 됐습니다.

피해자들도 모두 20대로 A 씨의 지인과 같은 식당에서 일했습니다.

당시 피해 여성 한 명은 단칸방에서 갓난아이를 키우며 어렵게 살고 있었고, 다른 한 명은 지병을 앓으며 역시 경제적으로 넉넉지 않은 생활을 하고 있었다고 경찰은 설명했습니다.

A 씨는 분윳값과 기저귓값을 선뜻 내주고 식사도 자주 사주며 친동생처럼 피해자들을 챙겼고 피해자들이 점점 자신을 의지하게 했습니다.

그리고 관계가 가까워지자, A 씨는 피해자들에게 자신의 넓은 집에서 함께 살자고 권유했습니다.

경찰 관계자 "'이런 식당에서 아르바이트해서 돈 얼마나 버냐', '우리하고 같이 살자', '와서 빨래하고 청소만 하면 내가 월 얼마 줄게' 이렇게 해서 데리고 가고··· 또 다른 한 명한테는 우유 사다 주고 기저귀 사다 주고 쌀 사다 주고 하면서 친근감을 쌓아서 '우리 집에 가자'··· 궁핍하고 사연 있는 사람들한테 접근해서 잘해주고 자신만 믿게 만드는···"


가두고 때리고 성매매 알선···도망갔다 위치 추적돼 끌려오기도
그렇게 A 씨와 여성 2명, 피해 여성의 딸, 그리고 남성 3명, 이렇게 7명이 함께 살게 됐습니다.

A 씨는 피해 여성 2명을 마치 노예 부리듯 대하고 착취했다고 경찰은 말했습니다.

피해자들을 집에 가두고 온갖 집안일을 시켰습니다.

피해자의 부모에게 연락해 '도박 빚이 있다', '당신 딸 때문에 병원비가 필요하다'라며 협박하고 9,600여만 원을 뜯어내기도 한 걸로 조사됐습니다.

더는 돈이 나올 곳이 없자 피해자들에게 조건만남을 알선하고 성매매를 시켰습니다.

하루 60만 원 할당 금액을 정해 놓고 그걸 못 채우면 때리고 머리카락을 밀어버리기도 했습니다.

피해자들이 도망가지 못하도록 피해자의 어린 딸을 볼모로 잡아 협박을 일삼았고, 휴대전화에 위치추적 앱을 깔아 놓고 통화도 모두 감청하는가 하면, 함께 살던 남성들이 피해자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따라다니며 감시했습니다.

실제 피해자 중 한 명은 두 번이나 도망갔다가 위치 추적에 덜미가 잡혀 끌려오기도 했습니다.

신동만 대구 중부서 여성청소년과장 "가스라이팅을 당하다 보니까 미래에 대한 두려움, 혹시 더욱더 큰 피해가 오지 않을지 그런 두려움이 있다 보니까 (나중에는) 도주도 포기하고 그냥 피의자들 지시, 명령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피해 여성들이 한 성매매 횟수만 지난 2022년 9월부터 2024년 4월까지 모두 1,500여 차례, 대가로 받은 1억 5천여만 원은 다 A 씨가 가져갔습니다.

피해자 중 한 명은 A 씨 지인과 강제로 결혼하고 신혼부부 대출로 1억 원을 받아 상납하기도 했습니다.

"뭔가 이상한데?"···같은 아파트 살던 베테랑 형사의 '촉'

그런데 이 일당들을 예의주시하던 눈이 있었습니다.

당시 이들과 같은 아파트에 살던 베테랑 형사였습니다.

피해 여성들이 언제나 똑같은 허름한 옷차림을 하고 항상 남성들에게 둘러싸여 오가던 걸 수상하게 여겼습니다.

탐문을 시작했고 협박을 당했던 피해자 가족을 찾아냈습니다.

송오경 대구 중부서 여성청소년과 강력팀장 "피해자가 머리도 이상하게 깎아서··· 항상 1년 내내 같은 복장이에요. 항상 얘들이 감시하더라고. 피해자는 겁먹은 거 같고 그래서··· 저도 34년 강력계 형사만 했으니까 뭔가 좀 이상하다··· 항상 똑같아요, (피해자들이) 혼자서 움직이는 경우가 없어요. 항상 주변에 남자들이 따라다니고··· 그래서 제가 차 타고 이동하고 이럴 때는 차 번호도 찍어놓고 이랬었는데··· 그러다가 제가 아는 분하고 (피해자 가족과) 연결이 됐어요."


피해자 측과 접촉해 진술을 확보한 경찰은 전담팀을 꾸려 주변 CCTV 등 증거 확보에 나섰고 입건 일주일여 만에 이들의 주거지를 덮쳤습니다.

현장에서 일당 4명을 모두 체포했고, 피해자와 아이를 구조했습니다.

피해자들은 그제야 지옥 같은 생활을 끝낼 수 있었습니다.

경찰은 피해 여성들에게 심리 치료와 경제적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또 주범인 20대 여성과 범행에 가담한 20대 남성 3명을 성매매 알선과 감금 협박 등 혐의로 구속 송치하고 성 매수 남성들도 추적하고 있습니다.

손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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